[격랑 속 해운업] 현대LNG해운, 회계 전략으로 '선박 투자 효율화'

국내 해운사들의 경쟁력을 들여다봅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C 푸트리 세진장 /사진=현대LNG해운

현대LNG해운이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선박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선박 1척을 사들일 때마다 필요한 수천억원 이상의 자금은 은행 대출이나 사채 발행 등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비용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회사는 차입원가자본화를 활용해 회계상 비용을 줄이고 있다.

차입원가 자본화로 비용 절감 효과

25일 현대LNG해운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이자비용은 1347억원이다. 이는 자본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그해에 처리해야 하는 비용만 포함한 것이다. 즉 당기손익에 반영되지 않은 이자비용이 더 있다는 뜻이다.

보통 1척당 수천억~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신규 선박을 도입하려면 외부 차입을 일으켜야 한다. 예컨대 연이자율 3% 조건에 1조원을 빌렸다면 차입한 해에 이자비용 300억원을 영업외비용에 반영해야 하지만 현대LNG해운의 회계처리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다.

회사는 차입원가자본화를 적용하고 있다. 사용 가능한 상태가 될 때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자산을 취득할 때 일으킨 차입을 자본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조기간이 3년인 LNG운반선 발주를 위해 은행 대출을 이용했다면 이자를 취득원가에 포함해 장부가로 기재하고 선박을 받은 직후 나눠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선박 운항으로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이자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는 회계상 효과가 있다.

2023년에 곧바로 비용 처리했다면 642억원만큼 당기순손익에서 차감됐어야 하나 차입원가 자본화로 실제 회계에 반영된 금액은 564억원에 그쳤다. 즉 자본화 덕분에 78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누린 것이다. 지난해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262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연간 영업외비용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로 상당히 크다. 만약 차입원가자본화 회계처리가 없었다면 당기순손익은 적자전환됐을 가능성이 높다.

스팀 엔진 퇴출, 이중연료 선박 투입

자본화된 차입원가 발생은 곧 신규 선박 도입 과정에서 외부 차입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연결 현금흐름표를 보면 장단기 차입금 조달, 사채 발행 등으로 2023년 총 9069억원의 현금이 유입됐으며 이듬해에는 1조6642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현대LNG해운은 은행 대출이 아닌 선박금융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선박을 사들이고 일정 기간 할부금융처럼 건조 대금을 나눠 지급하는 구조다. 또 선박 건조 기간에는 대금을 곧바로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본화했다가 준공 직후 비용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대출구조와 회계처리로 신규 선박에 투자면서도 비용을 덜 부담하는 효과를 누린 것이다.

신규 선박 도입은 낡은 선박을 교체하고 운임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선량이 낮을수록 연료 소모가 적어 화주와의 운임료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특히 2023년 이후 도입된 선박에는 X-DF, ME-GI 등 환경과 경제성을 모두 고려한 이중연료 엔진이 장착됐다. 스팀 엔진의 열효율이 25~30%라면 X-DF, ME-GI 엔진은 운항 조건에 따라 50%를 초과하기도 한다. ME-GI 엔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 환경 규제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 손실이 많은 스팀 엔진 기반의 선박은 2022년만 해도 6척에 달했으나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고효율의 X-DF, ME-GI 엔진 선박이 잇따라 투입되고 있다. 2023년에는 LNGBV 1척, LPGC 용선 1척, 자체 LPGC 5척 등 총 7척이 인도됐으며 이듬해 LNGC 7척, 올해는 LNGC 1척, FSU 용선 1척 등이 잇따라 도입됐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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