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아티스트들의 LP 커버, 이 사람들이 다 했다

조회수 2024. 5. 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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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 ⓒ (주)티캐스트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98]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 (Squaring the Circle (The Story of Hipgnosis),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1964년 영국의 캠브리지, 마약 파티에 경찰이 급습한 난리 속에서 두 젊은이 스톰 소거슨과 오브리 파월은 처음 만났다.

경찰을 피해 모두가 달아났지만, 두 사람은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고, 그들은 곧바로 형제처럼 가까운 친구가 됐다.

히피 문화가 꽃을 피웠던 1968년 두 사람은 앨범 커버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를 설립했고, 초창기에 핑크 플로이드의 두 번째 정규 앨범 'A Saucerful of Secrets'의 커버를 디자인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힙노시스'는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중 'The Wall'과 'Final Cut'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앨범의 커버를 디자인했는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앨범 커버 'The Dark Side Of The Moon'도 그중 하나였다.

핑크 플로이드의 키보드 연주자 릭 라이트는 새 앨범 커버로 사진 대신 쿨하고 깔끔한 그래픽 디자인을 원했고, 스톰 소거슨은 물리학 잡지에서 빛의 굴절을 보고 불현듯 프리즘 디자인을 떠올렸다.

검은색 배경에 하얀색 빛이 삼각형 프리즘을 통과하며 무지개로 변하는 이 디자인에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은 물론 팬들도 열광했다.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빌보드 역사상 가장 긴 741주(1973년~1988년) 동안 차트에 머물면서, 록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앨범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었으며, 2015년 미국 음악잡지 <빌보드>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커버' 6위에 오르기도 했다.

'힙노시스'는 그렇게 LP의 전성시대였던 15년간 소호 지역의 '덴마크가 6번지'에 있는 '힙노시스'는 레드 제플린, 제네시스, 피터 가브리엘, AC/DC, 폴 매카트니, 티렉스, ELO, 10cc,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블랙 새버스, 롤링 스톤즈, 더 후 등 수많은 뮤지션들의 명반 커버를 탄생했다.

이런 '힙노시스'의 일대기를 커버 제작 비하인드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을 연출한 안톤 코르빈 감독은 사진, 뮤직비디오, 영화, 그래픽 디자인, 광고 등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U2, 롤링 스톤즈, 마틴 스코세이지, 나오미 캠벨,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수많은 뮤지션, 영화감독, 화가의 내면과 매력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아낸 그는, 영화 연출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조이 디비전의 리드 싱어 이언 커티스의 삶과 죽음을 다룬 첫 장편 영화 <컨트롤>(2006년)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특별 언급을 받았고, 이후 조지 클루니 주연의 <아메리칸>(2010년),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주연의 <모스트 원티드 맨>(2014년), 제임스 딘과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의 이야기를 담은 <라이프>(2015년) 등을 연출해 사랑받았다.

안톤 코르빈 감독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 나는 음악에 미쳐 있었고 음악과 관련된 모든 것을 파고들었는데, 특히 앨범 커버에 관심이 많았다"라면서, "앨범 커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드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힙노시스'는 초창기부터 독보적인 개성을 갖고 있었고 앨범 커버 디자인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라고 연출 배경을 전했다.

안톤 코르빈 감독은 '힙노시스'의 위대한 업적을 영화에 담으면서 철저히 그들의 방식을 재연해 냈다.

포토샵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거대한 돼지 풍선을 하늘에 띄우느라 항공로를 폐쇄하고(핑크 플로이드 'Animals'), 스턴트맨에게 불을 붙이고(핑크 플로이드 'Wish You Were Here'),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35kg 조각상을 들고 헬기에서 뛰어내리던(윙스 'Greatest') '힙노시스'의 기발하고 무모한 창작 과정을 최대한 실감 나게 담아내고자 했던 것.

안톤 코르빈 감독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오브리 파월과 3일간의 긴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에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10cc, 폴 매카트니, 피터 가브리엘을 인터뷰이로 섭외하며 당사자들 외에 누구도 알지 못했던 명반의 놀라운 제작 뒷이야기를 수집했다.

그렇게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은 '힙노시스'가 만들어낸 앨범 커버 디자인의 과정을 생생히 복원하며, 포토샵과 AI 등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든 이미지를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됐음에도, 기술의 도움 없이 오로지 상상력과 열정만으로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것들을 해낸 '힙노시스' 이야기로 현시대에 새 영감을 불어넣어 줬다.

물론, MTV와 CD가 등장하자, 공들인 앨범 커버와 흥청망청했던 록 음악의 시대는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15년간 돈독한 파트너십을 유지했던 '힙노시스'는 그들이 함께 일했던 록 밴드들처럼 자존심과 돈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결국 해체됐다.

"'힙'하고 '쿨'한 것도, 세월이 가면 변해가기 마련이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영화의 말미에 느껴졌다.

2024/04/25 씨네큐브 광화문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
감독
출연
닉 메이슨,지미 페이지,로버트 플랜트,노엘 갤러거,피터 가브리엘,그레이엄 굴드먼,글렌 매트록,콜린 퍼스
평점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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