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야당' 시의적절한, 그래서 더 통쾌한 ‘한 방’

영화 ‘야당’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강수(강하늘 분)는 검사 구관희(유해진 분)로부터 감형을 조건으로 야당을 제안받는다. 강수는 관희의 야당이 돼 마약 수사를 뒤흔들기 시작하고 출세에 대한 야심이 가득한 관희는 굵직한 실적을 올려 탄탄대로의 승진을 거듭한다.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 분)는 수사 과정에서 강수의 야당질로 번번이 허탕을 치고 끈질긴 집념으로 강수와 관희의 관계를 파고든다.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강수,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관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상재.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이해관계로 얽히기 시작하는데…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이다. ‘내부자들’ ‘서울의 봄’ ‘하얼빈’ 등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신작으로 감독 겸 배우 황병국이 메가폰을 잡았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우선 소재가 신선하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야당’은 마약 세계에서 수사기관의 브로커 역할을 수행하며 이익을 취하는 마약범을 뜻하는 은어다. 이들은 주로 마약 범죄 정보를 경찰이나 검찰에 제공하고 금전적 이득 혹은 본인의 처벌을 감경받는 등의 혜택을 얻는다. 영화는 한국 영화 최초로 ‘야당’이라는 존재를 주인공으로 설정, 우리가 몰랐던 마약 범죄의 뒷거래를 파헤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완성한다.

특히 마약판을 설계하는 야당을 중심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그와 손잡은 독종 검사, 집념의 마약수사대 형사까지 세 캐릭터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얽히며 삼각 대립을 이루는데, 사건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이들의 관계가 흥미를 자극하며 몰입을 이끈다. 의리와 배신, 복수가 거듭되며 긴장을 놓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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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을 제외한 인물들의 설정이나 이야기의 구조와 전개가 기존 범죄 액션물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는 탓에 기시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가장 큰 사회문제로 꼽히는 마약 뒷거래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은 물론, 권력과 부정부패의 관계를 파헤치며 씁쓸한 공감을 안긴다. 과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검찰 스캔들’을 풍자한 결말 역시 현 시국과 맞닿아 있어 더 짜릿한 쾌감을 안긴다.

액션도 기대 이상이다. 화려함보다는 현실감에 방점을 둔 ‘리얼 액션’으로 장르적 재미를 배가한다. 허머 차량으로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카 액션부터 타격감 넘치는 맨몸 액션, 쫓고 쫓기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추격전 등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펄떡이는 장어 사이 벌어지는 육탄전도 색다른 볼거리다.

다소 높은 수위는 아쉽다.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 연출자의 의도였겠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다. 유일한 여성 캐릭터가 그저 장르적 도구로만 소비되는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강렬한 시너지를 완성한 배우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은 제 몫을 해낸다. 야당 이강수 역의 강하늘을 필두로 야심 찬 독종 검사 구관희 역의 유해진, 집념의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로 분한 박해준,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대통령 후보자의 아들 조훈을 연기한 류경수, 한순간에 추락하게 된 배우 엄수진 역의 채원빈 등이 강렬한 시너지를 완성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유해진과 류경수다. 유해진은 분출하고 질주하는 캐릭터들 사이 절제된 연기로 내면의 욕망을 묵직하면서도 치밀하게 그려내 이 이야기가 보다 더 현실에 발을 딛게 만든다. 영화 속 빌런을 소화한 류경수도 서늘한 눈빛과 광기 어린 얼굴에 천진난만함을 더해 색다르고 강렬한 캐릭터를 완성,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황병국 감독은 “기존 마약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들은 어둡고 무거운 톤이 많은데 가볍고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짚었다. 러닝타임 123분, 오는 16일 개봉.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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