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청객 장염,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

여름철 건강은 소화기 건강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룸내과의원 이상환 원장은 “여름철 가장 대표적인 소화기질환인 장염을 단순한 설사인 줄 알고 방치하면 패혈증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한다.이상환 원장을 직접 만나 장염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휴가지에서 갑작스레 장염 증세가 나타났을 때 올바른 대처법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이상환 · 이룸내과의원 대표원장 ·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정회원 ·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여름철에 유독 소화기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름철에 자주 찾는 차가운 음식이 위장점막을 자극하거나 위장 운동 기능 저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 여름철에는 식재료 보관과 이동 과정에서 상태가 온전하지 않으면 부패 속도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상한 식재료를 섭취하면 소화기 건강을 위협한다. 아울러 실내외의 큰 온도 차이가 몸의 면역력 저하를 일으켜 같은 음식을 먹어도 장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장염의 주요 원인과 대표적인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나?
여름에 증식하는 균 중에 대표적인 것은 병원성대장균(E.coli 혹은 Escherichia coli)인데, 최적 증식 온도가 35~40℃로 여름철 기온과 일치한다. 또 복날에 주로 섭취하는 닭고기를 통해 퍼지는 캠필로박터균(Campylobacter)도 여름철 장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균이다. 이 중 특히 병원성대장균(E.coli)은 생채소, 덜 익은 생고기, 완전하게 조리하지 않은 식품 등을 통해 몸 속으로 침투한다. 따라서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하는 돼지고기, 오리고기, 닭고기는 소고기에 비해 여름철에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장염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원인균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인지 구분해서 치료약이나 수액치료의 종류 선택이 필요하다. 또한 흔히 설사가 있어야만 장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구토형 장염 또한 있기 때문에 장염의 형태가 설사형인지 구토형인지 혹은 중간형 인지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사제를 복용하며 증상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던데
세균성 장염인 경우 원인 세균을 사멸시키거나 배출시켜야만 회복이 가능하다. 그런데 설사를 멎게 하는 지사제만 복용하면 당장 설사는 멎을지 몰라도 빠져나가야 해결이 되는 균이 되레 장에 갇히면서 장염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설사 증상이 나타났을 때 1~2회 정도는 지사제를 복용해도 괜찮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데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렇게 되면 3일이면 회복될 것이 일주일 넘게 증상이 지속되기도 하고, 고열과 몸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응급실을 찾거나 입원이 필요한 상태가 되기도 하는데, 고령층이나 어린이는 균이 피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패혈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생긴다.

장염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하나?
급성장염 증상이 아니라 설사나 복통 등의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장속에 4~5kg의 유산균을 가지고 있는데,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8:2나 7:3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데 이 비율이 역전돼 유해균이 많아지면 장염에 취약해지고 과민성대장증후군 같은 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유해균을 살펴볼 수 있는 검사를 받아보고 유해균을 없애거나 유익균을 늘리는 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염이 생기면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좋은가?
균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금식을 권유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는 음식을 섭취해야 탈수 예방도 되고, 균을 이겨내는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빈속에 약을 먹으면 생각지 않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극적이거나 먹으면 좋지 않은 음식은 피하면서 평소대로 식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지에서 장염 증상이 나타나면 여행 전체를 망칠 수 있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여행 떠나기 전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평소에 장염에 자주 걸리거나, 동남아 등 덥고 습한 곳으로 여행을 갈 때는 미리 비상약을 구비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아울러 여행 전부터 유산균 섭취 등 장 건강을 챙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지에서는 위생 상태가 양호하거나 회전율이 빨라 식재료가 신선한 식당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여행지에서 장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단순 설사라면 일차적으로 지사제를 복용할 수 있고, 몸살이나 열감, 오한 등이 동반된다면 세균성 장염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능한 한 가까운 병원이나 응급실을 방문할 것을 권한다. 이때 해산물이나 덜 익힌 육류를 비롯해 우유 등의 유제품과 두유, 사과 등 가스를 유발하는 식품은 피해야 한다.

해외라 할지라도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증상이 있나?
물만 먹어도 구토가 나오는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혈변 양이 많거나 심한 어지러움, 의식 저하, 해열제로 조절되지 않는 고열, 잠을 설칠 정도의 몸살, 오한이 지속된다면 진료가 필요하다.

여름철 장염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에 대해 알려달라
무더운 날씨에는 반드시 조리 전 손을 깨끗이 씻고, 식재료는 씻은 뒤 바로 조리하거나 냉장 보관해야 한다. 육류 및 달걀, 해산물은 완전히 익도록 충분히 가열한 뒤 2시간 내에 먹는 것이 좋다. 조리기구의 위생상태도 잘 점검해야 하며, 사용한 즉시 세척하고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로 소독해야 한다. 꾸준히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도 소화기 운동 기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며, 수분을 양껏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7월호
에디터 윤새롬 (ysr0112@mcircle.biz)
사진 송승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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