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려는 그 옷, 내가 가져도 돼요?
-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 풍미한 Y2K패션’ 재유행
- 샤넬, 미우미우 등 명품 브랜드는 이미 차용
- 밑위 짧은 바지, 배꼽티, 벨벳 트레이닝복 등 눈길
유행은 돌고 돈다. 다신 안 입을 것 같아 옷장 한구석에 방치했던 옷을 다시 꺼내게 되는 이유다. 골반까지 내려 입은 바지, 과하다 싶은 액세서리 등 ‘흑역사’로 여겼던 패션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2022년을 뒤흔들 ‘Y2K 패션’을 알아봤다.
◇'Y2K 패션'이란
Y2K는 Year 2000과 1000을 뜻하는 킬로(kilo)의 약자다. 세기가 바뀔 당시, 연도의 마지막 두 자리만 사용하던 컴퓨터 프로그램이 2000년을 1900년으로 잘못 인식했던 것을 일컫는 컴퓨터 용어가 원조다. 그 후에 혼란스러웠던 당시 시대를 나타내는 패션 용어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문화도 요동쳤던 시기다. 개성이 중시되며 요란한 패션이 등장했다. 딱 맞는 배꼽티, 골반에 걸쳐 입는 바지, 벨벳 소재 트레이닝복, 형형색색의 선글라스와 모자, 벨트가 대표 아이템이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년 작)’ 같은 미국 하이틴 영화 속 주인공들의 패션을 살펴보면 된다. 1998년부터 미국 HBO에서 방영된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대표 캐릭터 ‘캐리 브래드쇼’도 있다. 힐튼 호텔의 상속자인 패리스 힐튼과 2000년대를 향유한 팝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할리우드 유명인사도 Y2K 패션을 애용했다.
◇명품, 셀럽 사이에선 이미 유행
Y2K 패션의 부활은 ‘세기말 감성’을 추억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그때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Z세대의 합작이다. 멀리 눈을 돌리지 않고 우리나라만 봐도 알 수 있다. 2021년, 영상 콘텐츠 ‘05학번 이즈 백’이 인기를 끌었고, 2000년대에 유행하던 커뮤니티인 ‘싸이월드’의 복귀 가능성이 제기됐다. 05학번 이즈 백에서 ‘노는 언니’로 등장하는 캐릭터 ‘길은지’가 입는 옷 역시 딱 붙는 벨벳 트레이닝복과 큰 귀걸이, 반짝이는 모자다.
명품 브랜드는 이미 2022년 봄·여름 신상에 Y2K를 입혔다. 샤넬은 골반에 걸친 치마 위로 끈이 보이는 치마와 허리에 두르는 체인을 선보였다. 가수 박지윤이 2000년에 발매한 노래 ‘성인식’ 무대 의상이 떠오른다. 미우미우는 배꼽이 보이는 상의와 밑위가 짧은 바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허벅지까지 달라붙는 부담스러운 핏은 아니다. 통을 넉넉하게 만들어 ‘힙(hip)’함을 뽐냈다. 이 외에도 돌체앤가바나의 카고 바지와 베르사체의 두건 등이 Y2K의 유행을 반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태연이 2021년 여름에 발표한 노래 ‘위켄드(Weekend)’ 뮤직비디오에서 상큼한 의상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핑크색 두건과 탱크톱(tank top, 어깨와 팔이 드러나는 상의), 미니스커트가 돋보인다. 블랙핑크의 제니도 벨벳 소재 트레이닝복을 입은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됐다.
아무리 전 세계적 유행이라 해도, 따르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취향에 맞는 한 두가지 아이템 정도로 적응기를 두는 건 어떨까. 귀걸이나 반다나 같은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콘텐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