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장민영 체제 첫 대규모 인사…'그룹 재배치' 톺아보니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 제공=기업은행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이후 단행한 1월 정기인사에서 조직운영의 방향성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정책금융 집행력과 디지털전환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그룹 간 역할을 다시 정리하고 현장의 성과를 인사에 직접 반영하면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총 2362명이 승진 혹은 이동했다. 신임 부행장 2명을 포함해 부행장급 보직 이동도 함께 이뤄졌다. 장 행장 취임 이후 첫 정기인사라는 점에서 조직운영 방식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그룹장급 재배치다. 정보기술(IT)그룹장이었던 권오삼 부행장은 기업고객그룹으로 이동하고 이번에 승진한 윤인지 부행장이 이 직책을 맡았다. 기업고객그룹을 이끌던 이건홍 부행장은 혁신금융그룹으로 옮겨갔다. 혁신금융그룹은 그동안 김상희 기업투자은행(CIB)그룹 부행장이 겸직해왔다.

개인고객그룹은 유일광 부행장이 사임한 후 공석이었지만 이번 인사에서 오정순 부행장이 선임되며 체제가 정리됐다.

권 부행장의 이동은 이번 인사를 해석하는 중요한 단서다. 그는 가치경영실장과 경기남부지역본부장을 거쳐 부행장에 오른 인물로 지난해 9월 IT그룹장을 맡았지만 반년도 되지 않아 기업금융 쪽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IT 분야가 권 부행장의 주특기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룹 간 역할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정으로 풀이된다. 장 행장이 기능 중심이 아닌 실제 집행력을 기준으로 보직을 조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왼쪽부터) IBK기업은행 신임 부행장으로 선임된 윤인지 IT그룹장과 오정순 개인고객그룹장 /사진 제공=기업은행

신임 부행장 인선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윤 부행장은 IT금융개발부와 IT개발본부장을 거친 35년 경력의 내부 IT 전문가로 시스템 안정성과 내부운영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프라와 개발 조직을 동시에 이해하는 인물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 부행장은 자산관리사업부와 개인고객본부장 등을 맡아 개인금융 전반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에 장 행장이 오 부행장에게 개인 부문을 다시 정비하고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맡겼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번 인사로 기업은행의 여성 부행장은 총 4명으로 늘었다. 창립 이래 가장 많은 규모로 단순한 숫자 확대보다는 배치가 눈에 띈다. IT와 개인금융, 혁신금융 등 생산적 금융을 이끌어가는 핵심 그룹에 여성 임원을 전진배치했다는 점에서 이전 인사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부장 인사에서도 기준은 분명했다. 정책금융 지원 성과를 입증한 영업점장 4명이 지역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영업현장에서 이룬 실적을 본부 조직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본부 부서에서는 조성열 IT금융개발부장이 IT개발본부장으로, 강경모 IBK시너지부장이 정보보호최고책임자로 각각 임명됐다.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개발과 보안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일반직원 승진 인사도 방향은 동일했다. 발탁 승진은 영업현장에서 성과를 낸 직원으로 한정했다. 다만 장 행장은 꾸준히 노력하는 장기 미승진 직원에게도 기회를 주며 조직의 정체를 막았다. 하위직급 승진을 확대해 조직의 활력을 높이고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여성 직원에게 동일한 승진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이번 인사는 정책금융과 AI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조직재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향후 기업은행이 생산적 금융을 얼마나 빠르게 집행하고 성과로 연결하느냐가 이번 인사를 가늠할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 행장은 "책임과 신뢰에 기반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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