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약 6개월간 이어진 국정 공백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마침표가 찍혔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대법원 파면 결정으로 인해 발생한 행정 공백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은 전략 수립과 투자 집행을 보류한 채 관망세를 이어왔다.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기업들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중시하며 하반기 경영 전략 재정비에 착수했다. 재계는 '투자 확대', '핵심 인재 양성', '규제 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새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 실행에 속도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신중하던 기업들, 하반기 전략 수립 박차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주요 기업들은 대선 이후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정책 환경 변화에 대응한 그룹 차원의 사업 전략을 수립 중이다. 당초 매년 6월경 정례적으로 진행되던 회의지만 올해는 대선 결과를 반영해 시점과 안건이 일부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간 정부 정책의 연속성이 불확실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자 집행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선거가 마무리되면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한 가이드가 제시되는 만큼 구체적인 실행 계획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실물경제에 드리운 정치 불확실성의 그림자는 통계 지표에도 뚜렷이 드러났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1.5%로 하향한 데 이어 6월 초에는 0.8%까지 추가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배경으로 작용했지만 한은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수출 실적도 흔들렸다. 5월 수출액은 572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 전환했다. 경제부총리와 산업부 장관 중심의 '절반짜리 대응'으로는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인공지능(AI), 반도체, K-콘텐츠 등 차세대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규정하며 대규모 재정 투입과 규제 개혁을 약속해 왔다. 하반기에는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예정이다. 복지 확대와 노동시장 개혁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제단체 "기업환경 개선" 한 목소리
재계는 대체로 신정부 출범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새 정부 출범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실질적 경제성과로 이어지는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단체별로 강조점은 다르지만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 완화 △첨단 신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노동시장 유연화 △수출 중심 통상 전략 강화 등에서 대체로 의견이 수렴된다. 특히 AI·반도체·미래차·바이오 등 전략 산업군에 대한 일관된 정책 지원과 핵심 기술 인재 양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재명 정부가 성과 중심의 실용주의 정책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글로벌 5대 경제강국 도약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혁신과 도전의 경영이 확산되도록 힘써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적극적인 첨단 신산업 육성과 난관에 처한 ‘K-제조업’ 재건으로 성장엔진을 되살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환경 속에서 치러졌다"며 "사회 전환기적 과제 해결과 새로운 도약을 원하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어 "새 정부는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들을 과감히 개선하고 유연한 노동시장과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새 정부는 급변하는 대외통상 질서에 신속히 대응하해 범정부 차원의 통상외교 역량을 총동원한 실리 중심의 통상협상 전략으로 우리 기업의 대외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과 시스템반도체, 미래차·이차전지, 바이오·제약, 항공우주·방산 등 첨단기술 신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핵심 기술인재 양성 등을 통해 수출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도록 새정부의 적극적이고 일관된 정책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당선인의 노고와 헌신에 깊은 감사와 웅원을 전한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가 대한민국 재도약의 거대한 전기로 기록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철저한 국익 중심 외교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등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질서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약화된 수출 경쟁력을 되살리고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무너진 내수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활력을 빠르게 제고해 첨단과 전통 산업을 아우르는 강건한 혁신의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재명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경제계와의 소통을 강화해왔다. 5월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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