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뒷산에 산업폐기물 처리장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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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고 버린 더러운 것들이 흘러가는 '보이지 않는 하수구'가 있다.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북으로 31곳이었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산업화가 진행된 곳 위주로 집중됐고, 같은 행정구역이라도 농촌지역에 밀집했다.
농촌이 산업폐기물 처리장으로 변하면서 해당 지역은 주민들의 항의와 업체의 소송이 잇따르는 분쟁 현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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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고 버린 더러운 것들이 흘러가는 ‘보이지 않는 하수구’가 있다. 이 하수구는 도시를 벗어나 지역의 곳곳으로 뻗어 있다. 채석을 마무리한 석산, 산업단지, 심지어 문 닫은 골프장이나 뒷산 인삼밭에도 이런 하수구가 들어서려 한다.
누구도 이런 하수구 근처에서 살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도시의 산업 쓰레기는 점점 더 농촌으로 몰려들고 있다. 일회용 주사기부터 폐석면까지, 하수구에서 나오는 온갖 것들 중 지역 주민이 만들어낸 건 없다. 게다가 내 주변에 이런 하수구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되는 일도 있다.
〈시사IN〉은 농촌을 아우성치게 만드는 산업폐기물 처리 문제를 취재했다. 전국 각지의 분쟁 현장을 취재하고, 현재 가동 중인 산업폐기물 소각장과 매립장의 위치를 취합했다.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북으로 31곳이었다. 그다음이 경기도로 28곳이었다. 충남이 21곳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새로 들어설 산업폐기물 매립장·소각장 사업 추진을 두고 전국이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들어선 폐기물 시설 밀집지역과 분쟁지역은 또 많이 겹친다.
수집·운반 과정에서 세균 감염과 소각 과정에서 발암물질 발생 우려가 큰 의료폐기물의 경우 수도권 발생량이 전체의 절반을 훨씬 넘는데, 전국 14개 소각장 중에서 11개가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경기도의 3개 소각장 역시 연천·포천·용인의 농촌지역에 있다.
이 지도가 말하는 바는 뚜렷하다. ‘산업화의 그늘’이자 ‘도시와 농촌의 불평등’이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산업화가 진행된 곳 위주로 집중됐고, 같은 행정구역이라도 농촌지역에 밀집했다.
산업폐기물이 농촌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생활폐기물은 ‘발생지 책임 원칙’ 아래 지자체가 처리하지만 산업폐기물은 그렇지 않다. 폐기물 처리 대부분을 민간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인허가만 받으면 전국 어디에든 사업장을 지을 수 있고, 전국의 산업폐기물을 반입할 수 있다. 전국 곳곳에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의료폐기물 소각장 등을 운영하는 한 회사는 최근 무려 2조700억원에 팔렸다.
농촌이 산업폐기물 처리장으로 변하면서 해당 지역은 주민들의 항의와 업체의 소송이 잇따르는 분쟁 현장이 된다. 지역 공동체는 흔들리고, 주민은 평생을 살아온 고향의 변모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이렇게 도시의 쓰레기는 ‘지역 소멸’을 가속화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시사IN〉 제889호 커버스토리 ‘‘도시의 하수구’가 된 농촌이라는 식민지’(sisain.co.kr/54014)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지도 ‘우리 동네 산업폐기물 처리장 위치는?(waste.sisain.co.kr)’에서 전국의 산업폐기물 소각장과 매립장 위치, 그리고 이를 둘러싼 분쟁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지도 제작:VWL Inc.).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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