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납치 사태, 정치권 “군사작전 검토해야” 강경 대응론 확산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을 두고 정치권이 전례 없는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2011년 아덴만 작전처럼 군대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외교적 압박과 함께 군사적 조치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타국 영토 내 군사 작전은 국제법상 주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어 외교적 해결이 최우선”이라고 경고했다.

“ODA 중단·군사작전도 검토해야” 여야 한목소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ODA 수혜국인 캄보디아에 대해 외교적, 필요하다면 군사적 압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아덴만 작전처럼 우리 군이 캄보디아 군경과 합동 구출작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ODA 회수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민수 최고위원은 “캄보디아 당국의 미온적 태도는 선전포고 수준의 대응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덴만 작전’과 이번 사태의 근본적 차이
정치권의 발언은 국민 여론의 분노를 반영하지만, 실제로는 2011년의 아덴만 작전과 이번 사건은 법적·지리적 조건이 다르다. 아덴만 작전은 공해상에서 국제법상 해적을 대상으로 한 무력 진압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캄보디아 영토 내에서 발생한 내국인 범죄로, 한국군이 자국의 승인 없이 군사 행동을 벌이면 명백한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완전한 주권국가로, 군사 개입은 외교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군사작전 대상’이 아닌 ‘외교·치안 공조 대상’”이라고 지적한다.

ODA 중단 압박, 외교적 부작용 우려
일부 정치권에서는 캄보디아 정부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ODA(공적개발원조)를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ODA 사업의 다수는 양국 간 차관계약 기반 장기 프로젝트로, 일방적 중단 시 법적 분쟁과 기업 피해가 우려된다.
2024년 한국의 캄보디아 ODA 예산은 4,353억 원에 달하며, 그중 상당수는 인프라·보건·치안 역량 강화 사업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ODA는 타당성 평가를 거쳐 추진되는 별도 정책이며, 이번 사건과 직접 연계해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군사 대신 외교와 정보공조가 현실적 해법
군사적 해결 대신 외교·정보·국제기구 협력을 통한 비군사적 구출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외교안보 전문가 김용현 교수는 “캄보디아 내 납치 조직은 국제 범죄 네트워크와 연계돼 있다”며 “한국은 캄보디아 정부와의 공조 외에도 ASEAN 협력체, 인터폴, UN 범죄사무소(UNODC)를 통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군사개입은 오히려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 한국 외교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군사개입 고려하지 않아…외교적 해결 우선”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군사 작전까지 가지 않고 외교적 협력으로 해결되길 바란다”며 “현지 정부와 긴밀히 협조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주캄보디아 대사관을 중심으로 피해자 구출과 납치 조직 추적에 집중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현지 거주 한국인 안전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또한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 정보 공유체계를 확대하고, 동남아 지역 내 유사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통합 대응 매뉴얼 마련에도 착수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납치 사건을 넘어, 한국 외교의 대응력과 국민 보호 시스템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군사작전 언급은 상징적 발언일 뿐이며, 핵심은 외교적 교섭력과 정보 공조 능력”이라며 “캄보디아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