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적 빅컷’ 해석…환율, 장중 1330원 중반대로 반등[외환분석]

이정윤 2024. 9. 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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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초반 1326원 터치 후 상승 되돌림
‘선제적 대응’에 50bp 금리인하
향후 금리 속도 조절에 달러화 반등
외국인 국내 증시서 1조원대 순매도
실업률 4.5% 상회 시, 또 빅컷 가능성
“외환시장 부담 줄어”…추가 약달러 제한적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1320원대로 하락 출발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30원 중반대로 반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50bp 금리 인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완화적 통화정책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추후 금리 인하는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화와 환율은 상승으로 되돌림을 나타내고 있다.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달러 반등’

사진=AFP
1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12시 6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29.5원, 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4.15원 오른 1333.65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0.5원 내린 1329.0원에 개장했다. 지난 15일 새벽 2시 마감가(1329.6원) 기준으로는 0.6원 하락했다. 개장 직후 환율은 하락 폭을 확대하며 1326.0원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환율은 서서히 반등하며 오전 10시 42분께 1336.7원으로 상승 전환됐다. 저가 기준으로 10원 이상 오른 것이다. 이후에도 환율은 1330원 초반대에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컷’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0년래 최고 수준이던 5.25~5.50%에서 4.75~5.00%로 낮아졌다. 연준 인사들은 점도표를 통해 연내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추가 인하하고, 내년도에 100bp 인하할 전망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시장 냉각 지속’을 빅컷 배경으로 꼽았다. 파월 의장은 빅컷을 ‘선제적 대응’으로 강조하면서 연준이 이번에 50bp 인하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공격적 자세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장기 금리는 2.8%에서 2.9%로 높였다. 단기적으로는 금리인하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2% 후반 3%대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파격적으로 빅컷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했지만, 파월이 향후 데이터에 의존해 금리인하에 나선다는 발언과 장기 중립금리 상향 조정으로 인해 달러화는 강세다. 달러인덱스는 18일(현지시간) 저녁 11시 6분 기준 101.15를 기록하고 있다. 100선에서 반등한 것이다.

달러 대비 아시아 통화는 약세다. 달러·엔 환율은 143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10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달러·엔 환율은 139엔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이날 빅컷을 소화하면서 상승 전환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원대를 순매도하는 반면 코스닥 시장에선 1000억원대를 순매수하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빅컷을 했지만 앞으로는 속도 조절할 것이란 신호에 미국 장기 금리가 반등했다”며 “남은 연준의 경제 전망이나 점도표는 내년까지 25bp씩 인하를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큰 이벤트가 끝나고 달러와 환율이 되돌림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에도 첫 번째 금리 인하를 하고 나서는 금리와 달러가 반등했다”고 말했다.

국내은행 딜러는 “장 초반에는 달러 저가매수가 있었으나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거의 없다”며 “장중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에 따른 커스터디(수탁) 달러 매수가 많아 환율 상승 압력이 크다”고 말했다.

美실업률 상승 시 ‘두 번째 빅컷’

사진=AFP
향후 금리 인하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파월 의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여전히 연내 또 다시 빅컷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시장은 11월 회의에서 연준이 추가로 25bp 인하할 가능성을 69.1%로 반영하고 있다. 12월 현재보다 금리가 75bp 이상 떨어질 확률은 62.4%에 달한다. 연준이 보여준 점도표 보다 공격적인 입장이다.

향후 미국 실업률을 비롯한 고용 지표가 추가로 냉각된다면 두 번째 빅컷에 나설 수 있다. 문 연구원은 “앞으로는 실업률이 중요하다”면서 “예상대로 실업률이 4.4% 정도에 머문다면 25bp 인하에 그치겠지만, 4.5%를 넘어가면 또 다시 빅컷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연말 환율 하향 조정…추가 약달러 제한적

이번 빅컷으로 인해 원화 약세로 인한 부담은 줄어들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결정으로 인해서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시작됐으니 우리 외환시장에는 압력이 많이 줄었다. (환율에 대한)고민은 이제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번 빅컷 결정으로 인해 연말 환율 하단을 내려 잡은 곳도 있다. KB국민은행은 당초 연말 종가를 1290원까지 봤으나, 이번 회의 이후 1280원으로 10원 하향 조정했다.

반면 여전히 연말까지 1300원대를 하회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국내은행 딜러는 “아직까지 빅컷이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추후 지표를 확인해 봐야 해서 1300원 밑으로 내려가기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달러 약세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빅컷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여타 주요국 간 금리 스프레드 수준은 달러화를 지지하기 충분하다”며 “여기에 양호한 미국 경제 펀더멘탈과 대선 불확실성도 달러화의 추가 약세 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빅컷에 따른 미국 기술주 모멘텀 회복도 주식시장은 물론 달러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윤 (j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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