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과 교환한 ‘환금성, 상승률’
이 테라스가 멋진 타운하우스는 짓자마자 폐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총 15가구가 공매에 나왔는데 모조리 유찰되어 수의계약 행입니다. 오늘 리얼캐스트는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 도전장을 냈던 주거형태, 타운하우스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봅니다.
“그 돈이면 역세권 아파트 사지”

한국에서 타운하우스는 모호한 개념입니다. 테라스형 빌라부터 블록형 단독주택까지 넓은 범주에서 사용되고 있는데요. 사실, 고층 아파트를 세울 수 없는 땅을 아파트처럼 쪼개서 팔려고 시도한 개발들이 다 타운하우스라고 불렸다고 보면 됩니다.
닭장마냥 삭막한 아파트와 달리 예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드라마 배경이나 예능 소재로 사용되어왔고, 팬데믹으로 밀집에 대한 공포가 치솟던 2020년을 전후해서 상당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요?
“서울하고 이쪽하고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집이 안좋은 게 아니라, 매수자분들이 적으세요.” – 현지 공인중개사 A씨
파주 운정신도시 동쪽, 야당동은 타운하우스가 불티나게 개발된 곳입니다. 야당역 역세권에, 땅값도 저렴한 편이라 2010년 이후 경기가 좋았던 무렵 개발업자들이 줄지어 몰려왔죠.
이 단지는 이 야당동 개발의 종말을 증거하는 유적이 됐습니다. 2019년 말부터 분양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시행사가 흔들리면서 준공이 늦어졌죠. 결국 시행사가 부도를 내면서 잔여세대 15세대가 공매로 나왔는데 모두 시장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원인은 가격입니다. 전용 84㎡ 1세대 감정가가 5억 9,300만 원인데요. 야당역 역세권 대단지 아파트 34평보다 비쌉니다. 이 단지는 좀 극단적인 상황이긴 한데, 주변 타운하우스도 상황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오래 전에 내셔서, 가격을 계속 내린 집이 있는데 처음엔 7억으로 내셨는데, 지금은 6억으로…” – 현지 공인중개사 A씨
야당동 하우개마을은 주로 블록형 단독주택단지가 모여있습니다. 필지를 집집마다 분리하는 방식이라서 가장 이상적인 타운하우스로 볼 수 있는데요. 이 곳도 수요층 발길이 끊긴지 오랩니다.
시장에서는 미흡한 인프라를 지적하는 편입니다. 역 주변으로 빌라형 타운하우스가 대거 들어섰죠. 이런 형태를 포도송이식 난개발이라고합니다.
계획도시와 달리 집만 잔뜩 들어선 형태라 학교, 쇼핑 등은 야당역 상권에 의존하는데, 동네 자체가 경사진 곳에 형성된데다 걸어서 이용하긴 또 멀어서 애매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역 가까운 곳에 있는 빌라형 타운하우스가 매력적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죠.
예쁜 마을, 전월세는 잘 나가도… 매수는 거의 없어

물론 ‘타운하우스 다 망했다’고 할 순 없습니다. 도시계획에 따라 적절하게 공급된 타운하우스는 평가도 높고 만족도도 높은 편입니다. 삼송지구와 함께 조성된, 1500여세대 규모의 오금동 타운하우스촌이 대표 사례입니다.
이 곳은 동네 자체에 인상이 다르죠. 인도, 수변공간 등 마을 전체가 깔끔합니다. 브랜드도 자이, 힐스테이트와 함께 인기 타운하우스 브랜드 라피아노를 적용했죠. 덕분에 한번 살아보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단, 매수 수요는 얘기가 다릅니다. 투자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사수도 어려우니 수요층 자체가 얕습니다. 실제로 우미라피아노의 경우, 분양가는 최소 7억 원 수준으로 책정됐습니다. 최근 실거래가는 6억대에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분양한 아파트들은 가격이 2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지축역센트럴푸르지오는 전용 84㎡를 비싸도 5억 원에 분양했는데 지금은 근 10억을 찍고 있죠.
입지와 상품이 괜찮은 타운하우스도 이런 마당이니, 수요는 전부 증발했습니다. 약 1,500세대가 밀집한 오금동을 통틀어 올해 거래량은 30건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서울에서도 타운하우스는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이문아이파크자이가 대표적입니다. 이 단지는 내년 5월 준공 예정인데, 아직도 118가구가 미분양인 상황인데요. 이게 전부 3단지 공급물량입니다. 고급 타운하우스 형태로 조성되는 단지입니다.
상승률·환금성 아파트에 참패… 투자수요 외면

타운하우스는 결국 매니아를 위한 상품입니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시장이 협소하고, 그래서 상승률도, 환금성도 떨어지니 투자처로서의 매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죠.
“서울의 일반적인 구축 아파트 가격과 외곽에 있는 깔끔한 타운하우스의 가격이 똑같았다면, 시간이 지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엄청 올라있는데 외곽에 타운하우스 가격은 제자리인 경우가 많거든요. 거주의 자기 만족도는 높을지 몰라도 투자 관점에서는 꽝이라는게 이제 어느 정도 시장에 인식은 되어 있죠.” – 이승훈 소장(이승훈부동산연구소)
입지도 사실 썩 만족스럽지는 못한 편입니다. 주로 교외에 조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자연을 향해서 나아갔다기보다는 개발논리에 의해 저렴한 땅으로 이끌리는겁니다.
“외곽은 널리고 널린게 땅이지만 사실 도심 쪽에서 타운하우스를 지을 정도의 사업성이 나오는 데가 거의 없죠. 완전 호화 고급 타운하우스 외에는 안되죠.” – 이승훈 소장(이승훈부동산연구소)
파주 야당동이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일산과 운정신도시 등 접근성은 뛰어나면서도 파주이기 때문에 아직 땅값이 저렴했던 점이 타운하우스 개발의 주된 동인이 됐습니다. 포도송이식 난개발의 시작입니다.
“아직까지는 가격이 저렴하죠. 땅값 자체가. 그러니까 일단 접근하기도 쉬운거고 적당히 팔아도 수익이 남는다는 식 같은데 그 동네 가격이 워낙 싸니까… 사실은 실제로 했던 분들이 그렇게 재미를 못 본 걸로 알고 있어요.” – 이승훈 소장(이승훈부동산연구소)
“비싼 땅을 사면 소위 말해서 쫄리는데, 땅값 자체가 싸니까 왠지 남을 것 같고… 설마 이 정도(가격에) 안 나가겠어? 하고 (개발업자들이) 들어가는거죠.” – 이승훈 소장(이승훈부동산연구소)
입지와 브랜드가 괜찮은 지역의 경우엔 난개발 문제가 덜하긴 합니다. 계획도시라면 더더욱 괜찮은 편이죠. 다만 이런 타운하우스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 그냥 신축 아파트를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추후의 환금성이나 가격상승률을 고려하면 타운하우스를 선택하기 쉽지 않죠.
사업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서 사업 자체 이슈도 빈번합니다. 야당동 사례처럼 사업이 엎어지는 경우도 흔하고, 다 짓더라도 시공품질이 형편없는 경우도 많죠.
이런 상황이니 타운하우스가 아파트를 이길 수 있는 건 낭만뿐인데, 이 낭만을 깨부수는 증언도 많습니다.
공통된 증언은 의외로 소음입니다. 벽체를 공유하는 형태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아파트처럼 층간소음은 없지만 측간소음이 심하다는 증언이 많습니다. 대형견이나 아이를 속편히 키우려고 타운하우스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으니 외려 소음 문제가 더 심한 편이라고 합니다.
프라이버시 문제도 생각보다 크죠. 1개 동에 수백명이 사는 아파트와 달리 가족단위로 특정이 쉽기도 하고, 마당에서 옆집이 훤히 들여다보이니 항상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겠네요.
아파트 공화국, 앞으로도 계속되나
투자 관점에서 보나, 감성으로 보나 어지간히 아파트가 싫은 사람이 아니라면 타운하우스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아마도 당분간 앞으로도 아파트 공화국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