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일곱에도 스매싱…79년 테니스 친 덕에 아직 건강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내가 여기 오는데 누구랑 함께 와야 해?”
10월 23일 경기 김포테니스아레나에서 열린 제2회 춘당배 시니어테니스대회. 85세 이상부와 90세 이상부로 열린 이날 대회에 참가한 최고령은 강신국 씨로 97세였다. ‘여기 누구랑 오셨어요?’라고 물어보자 “아니 이런데 오는데 꼭 누굴 데리고 와야 하나?”라며 다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강 씨는 “전철 타고 오다 택시 탔어”라고 말했다. 100세를 눈앞에 둔 고령임에도 전국 어디든 아직 혼자 다닐 수 있다고 했다.
“제가 1927년생이에요. 한국 나이로 19살 때 해방이 됐죠. 그때부터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어요. 상업학교 나와 은행에 취업하려고 했는데 해방되면서 취소가 됐죠. 그런데 그때 수습으로 은행 다닐 때 은행에 근무하시던 분들이 하얀 바지에 하얀 운동화를 신고 테니스를 치는데 너무 보기 좋았어요. 그래서 치기 시작했어요.”
은행에 입사하지 못한 강 씨는 평생 교직에 몸담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3회 테니스를 치러 다닌다. 서울 관악구 남강중학교에서 치는 테니스 모임에 나가고 있다. 그는 “남강테니스클럽에 ‘화금회’라는 게 있다. 우리는 월 수 금 테니스를 치고 있다. 난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 배경에 일찌감치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게 주효했다고 했다.
출전 선수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조희선 씨(96)도 50년 넘게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그는 “내 고향이 황해도인데 테니스 치는 선생님들을 보고 테니스를 알게 됐다. 당시 선생님들 없을 때 쳐 보다 나이 40세가 넘으면서 건강과 취미를 위해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테니스가 내 건강을 지켜주기도 했지만 이 나이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줬다. 주변에 친구들 다 죽었는데 테니스 채를 들고 코트에 나오면 나를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 덕에 아직 내가 즐겁게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2018년 덴마크에서 발표된 연구(Copenhagen Heart Study)에 따르면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25년 동안 857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평소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높게 나왔고, 그중 테니스가 가장 높게 나온 것이다. 테니스를 칠 경우 기대수명이 9.7년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배드민턴이 6.2년, 축구가 4.7년이었다. 수영과 조깅은 각각 3.4년과 3.2년, 헬스가 1.5년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90세 이상부에서는 이을주 씨(93)-김응기 씨(90)조가 우승했고, 민경찬 씨(91)-박광노 씨(90)조가 준우승, 이정식 씨(93)-박순 씨(91)조, 조희선 씨(96)-유명숙 씨(87)조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85세 이상부에서는 김대규 씨(85)-이대우 씨(86)조가 우승했다. 2위는 한준구 씨(84)-김영석 씨(87)조가 차지했고, 윤상희 씨(87)-김춘회 씨(85)조, 지군자 씨(80)-한태성 씨(86)조가 공동 3위를 했다
김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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