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 신앙심도 돌아오는 미친 MZ찬송가 <너의 색>




https://youtu.be/VPV8C-bNT1E?si=741tpYJrYaHaKmix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토츠코는 이 세계에서 혼자 겉도는 존재다.

타인의 색상을 느낄 순 있지만 정작 자신의 색은 보이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은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난 괴물일지도 몰라.


이는 끔찍한 저주일까, 하늘이 주신 재능인걸까.


그 해답을 알아내기 위해 토츠코가 "전지전능한 하나님"께 의지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2024년 10월, 그런 토츠코가 자신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떠나는 여정 〈너의 색〉이 개봉한다.

과연 토츠코는 자신의 색과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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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


이 작품에서 색을 느낀다는 건 단순히 초능력의 일환이 아니다.


토츠코가 처음 색을 본 것은 자신 외의 사람들이 존재함을 깨달았을 때이다.

어머니의 발레 교실에서 지젤 1막에 맞추어 동작을 연습하던 중, 문득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다 그들 모두가 가지각색의 색으로 빛나는 광경에 마음이 뺏긴다.


그러나 자신의 색은 보이지 않는다.


어린 토츠코는 그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부모님께 자신은 분홍색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고, 초등학교 친구에겐 넌 귤색이라며 천진난만하게 말을 건넨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며 토츠코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비정상적이고 무서운 것임을 알게 된다.

토츠코에게 '나'란 색이 없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저들과 같아질 수 없는 '이질적인 것'이다.


곧 토츠코는 색에 대한 이야기를 숨기고 남들에게 말하지 않게 된다.

심지어 미션스쿨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단짝친구인 숲의 세 자매들에게 마저도.


결국 색을 느끼는 능력은 '세상에 존재함에 대한 허락'을 판가름할 수 있는 장치라 할 수 있으며

그 능력을 가진 토츠코는 잔혹하게도 자신마저 '나는 색을 가질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인가?'를 결정하는 심판대에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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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경


토츠코는 곧 10대를 졸업해 성인이 될 나이가 되지만, 여전히 어린 시절 발레 교실 때처럼 텅 빈 존재로 그치고 있다.

자신의 색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에 영영 아이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토츠코는 남의 색을 보면서 그것이 아름다운지, 추한지, 밝은지, 어두운지, 따뜻한지, 차가운지, 맑은지, 혼탁한지를 관찰하며

남들의 색이 주는 감정에 자신을 맡길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본능적인 움직임이며, 수동적인 삶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 토츠코에게 입학식날 태어나서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색을 가진 동급생 '키미'가 나타난다.

푸른색으로 넘실거리는 키미는 꼭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이 고귀하고 아름답다.

키미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다른 반인 토츠코는 부끄러워 키미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채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나 어느날, 그 키미가 미션스쿨을 자퇴했다는 말이 들린다.

선망의 대상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토츠코는 당황하다 용기를 내 학교 밖으로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내가 키미를 찾아가 왜 학교에 오지 않는지 이유를 물어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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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만남, 그리고 이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을 가진 키미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온화한 초록색을 가진 루이


두 친구들과 함께 외딴 섬의 낡은 성당에서 밴드 '슈퍼아이스크림'를 결성한다.

토츠코는 키미와 함께 기숙사에서 몰래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다 같이 섬에서 합숙을 하기도 한다.


친구들과 어울린다는 것은 즐거운 추억도 쌓아가지만 고민도 생긴다는 뜻이다.

토츠코는 히야코 수녀님께 이사야경 43장 4절을 인용한 조언을 들으며 조금씩 조금씩 친구들에 대해 알아간다.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 내가 너를 사랑하였은즉

내가 네 대신 사람들을 내어 주며 백성들이 네 생명을 대신하리니


마냥 황홀한 색을 가진 친구들 또한 나처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이었으며

방황하고, 아파하고, 고뇌하고, 거짓말하고, 슬퍼하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이미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존재였음을.


'나는 어쩌면 세계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던 게 아닐지도 몰라.'


동시에 하츠코와 키미, 루이는 서로 도와주고, 응원해주고, 사랑하고 지켜주며 긍정함으로써 아픔에서 벗어나

불안함을 조금씩 걷고 어두컴컴해 보였던 앞을 향해 함께 발을 뻗는다.


토츠코는 고민의 해결을 신앙심으로 표출해 수금지화목토천 아멘이라는 찬송가를,

키미는 가족을 위해 했던 거짓말을 반성하며 그 사랑을 올바르고, 아름답고, 진실된 마음으로 향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곡을,

루이는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걷다'라는 곡을 쓰며


슈퍼아이스크림은 빛의 삼원색이 함께하는 '하얀고양이당'(시로네코도)으로 변화하고

마침내 성 발렌타인 축제날에 공연할 셋 리스트를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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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나님의 집


"그럼 토츠코는 무슨 색이야?"

공연을 앞둔 순간, 키미가 지나가듯 물어본다.


여전히 답을 모르는 토츠코.

그러나 아기천사가 그려진 스테인드 글라스를 배경으로 한 무대에서 마침내 토츠코는 자신이 지켜보기만 했던 어여쁜 세상과 어우러진다.



너의 색이 내 마음을 관통했어요

갑자기 갑자기 나타났어요

정말로 눈물샘이 무지갯빛 커튼에

빙글빙글 돌아서 반짝반짝

이대로 우리 둘이서 우주 끝까지



모두가 어우러지는 채플의 공간

키미의 목소리, 전자기타와 키보드, 테레민과 오르간이 합창하고

텅빈 예배당에 놓인 펼쳐진 성경,

별들에게 둘러싸인 성모 마리아상,

춤을 추는 수녀님들과 나를 응원해준 친구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한 가족들을 차례대로 비춘다.



마침내 토츠코는 색을 처음 본 그날부터 오늘까지

눈에 담는 것만을 해왔던 주님의 다른 아름다운 피조물들처럼 자신도 동등한 가치를 지녔음을,

자신처럼 아파하기도, 행복해하기도 하는 그들처럼 삶을 걸어갈 권리가 있는 세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또한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내가 다른 이를 사랑했던 것 만큼 나 역시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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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른



이윽고 토츠코는 학교와 비슷하지만, 진짜 학교는 아닌 꽃이 가득하고 햇살이 내리쬐는 아름답고 다채로운 영적 세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토츠코는 마치 처음 색을 느꼈던 어린 시절처럼, 능숙하게 루이가 테레민으로 연주해주는 지젤에 맞추어 하나님께 헌상하는 발레를 춘다.


동작을 완성할 때마다 키미의 푸른색, 루이의 초록색 빛을 띈 망울들이 피어올랐다가 사라지며 토츠코의 의례와 함께한다.


기쁨의 의례가 끝나가는 피날레.

마침내 토츠코는 깨달음 덕에 자신의 색을 보게 되고 보다 큰 기쁨에 젖으며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정중히 절을 올린다.



남의 본질을 볼 수 있다는 것

그건 분명 어린 토츠코가 품은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상일 테다.

타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깊은 곳까지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니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아름다움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어린 토츠코는 그만 마음을 빼앗겨 자신을 사랑할 공간을 두지 못했으나

어른이 된 토츠코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아픔, 자신의 가치와 고통 둘을 한데 이해하며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위해 더 밝고 활기찬 성가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토츠코의 성장을 보며 느낀 뿌듯한 마음을 담아 히야코 수녀님처럼 성경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친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요한1서 4:18-19


총점: ★★★★



〈감상 포인트 정리〉

기독교적 모티프를 소재로 삼았으며, 이를 위해 일본 가톨릭의 순교지 사세보시 일대와 실존하는 성당들을 로케이션하여 독특한 개성과 현실감을 더함

'사랑했기에 스스로에겐 눈 먼 어린 양'을 내세우며 방황, 구도, 깨달음, 채플, 헌상까지 통일성 있는 짜임새를 도입해 작품에 안정감을 줌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최정상의 작화와 화풍을 선사하며 황홀한 시각적 즐거움. 압도적인 OST 퀄리티

주연 중 루이는 소도구화 까진 아니나, 서사에는 불필요한 여성성이 과도하게 두드러지는 등 남성 캐릭터의 미흡한 묘사에 아쉬움이 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