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따돌리고 … 中·사우디·이란 '중동 재편' 손잡아
7년 만에 관계 정상화
"바이든 얼굴 때려" 평가도
美, 中역할론 애써 무시
아랍 세계를 양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 중재로 외교 관계 정상화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중동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뚫고 중동 정세 변화를 주도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태의 배후를 두고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정조준한 이후 양국 간 멀어진 틈을 중국이 공략해 성과를 거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중국이 사우디와 이란 간 화해를 중재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사우디와 이란이 2016년 단절된 외교 관계를 7년 만에 복원하기로 하고, 두 달 이내 대사관과 공관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중국의 중재자 역할은 글로벌 정치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새로운 야심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장과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베이징에서 나흘간 회담을 하고 국교 정상화에 최종 합의했다. 에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WSJ에 "미·중 관계가 냉랭해지는 가운데 빈살만 왕세자와 중국의 관계는 훈훈해지고 있다"며 "바이든 얼굴을 한 대 때린 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번 양국 관계 정상화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중국 역할론은 애써 무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이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합의가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란은 자기 말을 지키는 정권이 아니다"고 전했다. 또 커비 조정관은 "이것은 중국에 대한 것이 아니다"며 "이란이 사우디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한 것은 대내외적 압력 때문이지, 대화하고 협상하라는 중국 초청 때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이번 사우디와의 합의로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서 벗어날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 일로 이스라엘 정부는 충격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 견제를 목적으로 미국이 중재하는 가운데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스라엘 정부의 총체적이고 위험한 외교 정책 실패"라고 주장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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