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만 도시에 도룡뇽이 살아요?”···광주 람사르습지 ‘어린이 탐사대’
“선생님, 이거 다람쥐 맞죠?” “여기 개구리도 있어요” “수달이랑 도롱뇽도 찾을 거예요.”
국립공원인 무등산 충민사 인근 자락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들은 보물이라도 찾는 듯 울창한 나무들 사이 오솔길 곳곳을 누볐다.
“아주아주 깨끗한 곳에만 숨어 살아 잘 보이지 않는 친구들도 있어요. 작은 소리로 인사를 하는데 우리 같이 들어볼까요?”
아이들은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 양손을 포개 한쪽 귀에 가져다 댔다.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와 풀벌레의 울음, 줄줄 흐르는 냇물 소리. 아이들은 ‘자연의 소리’가 싫지 않은 듯 입가에 조용히 미소를 띠었다.
16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평두메습지에서 진행된 생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모습이다. 북구는 평두메습지의 소중함과 보전 가치를 알리기 위해 ‘어린이 람사르습지 탐사대’란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평두메습지는 과거 논으로 이용되다 시간이 흘러 습지로 변한 ‘묵논습지’다. 광주 북구 화암동 해발고도 240m, 2만2600㎡ 면적의 이 습지에는 솔부엉이와 원앙, 수달, 도롱뇽 등 786종의 희귀·보호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보존 가치를 높게 인정받은 이 습지는 지난 5월 광주지역 최초의 람사르습지로 등재됐다. 국내에선 26번째다.
이곳의 최대 장점은 인구 140만여명이 거주하는 대도시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광주 도심에 자동차로 불과 10분여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에도 람사르습지가 있지만 섬에 위치해 있어 교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생태교육의 중요성은 기후위기와 맞물리며 나날히 커지고 있다. 생태 놀이 중심으로 교육을 하는 생태유치원과 숲유치원을 선호하는 부모들이 많고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들도 최소 분기별 한 번씩은 생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광주에는 그동안 자연 그대로를 체험하기에 적절한 곳이 없었다.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만든 호수생태공원 산책로에서 주로 꽃과 나무를 관찰하는 위주의 교육을 진행해 왔다고 한다.
평두메습지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북구는 오는 30일까지 총 7회 진행을 목표로 지난달 참여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선착순으로 모집했는데 40여곳이 한꺼 번에 몰리면서 하루 만에 조기 마감됐다. 북구는 광주 최초라는 람사르습지에 대한 높은 관심이 참여율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에게 생생한 자연과 생태를 보여주고 싶어 신청을 하게 됐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탐사 프로그램에는 6~7세 아이 30여명이 참여했다. 아이들은 10년 이상 경험을 가진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습지 내에 있는 다양한 생물을 눈으로 보고 소리를 관찰했다. 미리 준비된 물봉선과 고마리, 쑥부쟁이 등의 사진을 보며 직접 찾아내는 시간도 가졌다.
김지민군(7)은 “다양한 동물을 눈으로 찾아보는 것이 너무 즐겁다. 집에 가서 엄마한테 자랑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연양(6)은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이곳이 엄청 깨끗하고 귀여운 도롱뇽도 산다는 것을 알게돼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최수영 숲 해설사(48)는 “아이들이 선입견 없이 자연 그대로를 바라보고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북구는 평두메습지의 보전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어린이·학생 대상 람사르습지 탐방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동시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 보고이자 지역의 소중한 자연 자산인 평두메습지의 생태 환경을 잘 보전해 미래세대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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