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첫선을 보인 톤다 PF는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Parmigiani Fleurier, 이하 파르미지아니)가 럭셔리 스포츠 워치 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내놓은 출사표입니다. 기존 톤다를 베이스로 케이스에 자연스레 이어지는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도입하는 등 요즘 스포츠 워치의 문법에 따라 새롭게 디자인한 시계로 보면 쉽습니다. 주요 제품은 기본적인 톤다 PF 마이크로 로터부터 톤다 PF 크로노그래프, 톤다 PF 애뉴얼 캘린더, 톤다 PF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톤다 PF 투르비용, 그리고 지난해 출시한 톤다 PF GMT 라트라팡테에 이르기까지, 기능적으로도 다양하게 있는데요. 올해는 톤다 PF 미닛 라트라팡테를 새로운 식구로 맞이했습니다.
톤다 PF 미닛 라트라팡테는 ‘라트라팡테’라는 이름처럼 바로 전작인 톤다 PF GMT 라트라팡테와 콘셉트가 유사합니다. 라트라팡테라 하여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시계에 크로노그래프 기능은 없습니다. 관련 제품에서 라트라팡테는 스플릿 메커니즘을 가리킵니다. 톤다 PF 미닛 라트라팡테는 로듐 도금 분침 아래 로즈 골드 바늘이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의 핸즈처럼 포개져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두 핸즈가 하나처럼 움직이기에 로즈 골드 바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케이스 왼쪽 푸시 버튼을 누르면, 로즈 골드 바늘이 마침내 분침의 그늘에서 빠져나와 존재감을 발합니다. 8시 방향 푸시 버튼을 누르면 5분 단위, 10시 방향 푸시 버튼을 누르면 1분 단위로 움직입니다. 해당 바늘은 푸시 버튼의 조작에 따라 위치가 고정되고, 분침은 그를 향해 나아갑니다. 사용자는 이를 카운트 다운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3분카레를 조리한다면 10시 방향 푸시 버튼을 3번 누르면 됩니다. 측정이 끝난 뒤 크라운에 박힌 로즈 골드 푸시 버튼을 누르면, 해당 바늘이 재빠르게 날아가 분침 뒤에 숨습니다. 두 바늘의 동행이 다시 시작되는 겁니다. 파르미지아니에 따르면, 다이버 워치에서 특정 시간을 측정하는 회전 베젤을 무브먼트의 기능으로 통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고안했다고 합니다.
다이얼은 브랜드 이니셜로 바뀐 심플한 로고를 제외하면 어떠한 문구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톤다 PF 초창기에는 이러한 미니멀리즘이 어색해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아가는 듯합니다. 샌드 그레이 컬러로 칠한 다이얼 표면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그랭도르주(Grain d'Orge, 보리알) 패턴을 촘촘히 새겼습니다.
케이스는 스테인리스 스틸, 널(Knurl, 홈) 장식을 새긴 특유의 베젤은 플래티넘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이즈는 직경 40mm, 두께 10.7mm로 이상적인 비율을 뽐냅니다. 방수성은 60m입니다. 케이스 왼쪽 푸시 버튼은 특별히 상징적인 티어 드랍(Tear Drop) 러그에 맞춰 그와 동일한 눈물 형태로 디자인했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으로 드러나는 무브먼트는 자동 인하우스 칼리버 PF052입니다. 톤다 PF 마이크로 로터에 사용하는 PF701을 베이스로 카운트 다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플릿 메커니즘을 추가했습니다. 풀 로터와 달리 무브먼트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마이크로 로터 덕분에 정교하게 마감한 무브먼트의 미감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로즈 골드 로터 표면에는 다이얼과 같은 그랭도르주 패턴을 새겼습니다. 주요 스펙은 베이스와 동일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 파워리저브는 약 48시간입니다.
케이스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브레이슬릿은 여느 브랜드의 일체형과 결이 살짝 다릅니다. 일반적인 경우 케이스와 경계가 모호한 러그에서 브레이슬릿이 이어지는 반면, 톤다 PF는 보통의 러그에 브레이슬릿을 장착합니다. 그럼에도 브레이슬릿이 일체형처럼 보이는 비결은 표면 가공에 있습니다. 양쪽 사이드 링크를 보면, 구역을 나눠 안쪽 면은 중앙 링크와 동일하게 브러시드 가공하고 바깥쪽은 폴리시드 처리했는데요. 유광 부분이 러그와 자연스레 이어지며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이 마치 하나로 연결된 듯합니다.
톤다 PF 미닛 라트라팡테의 가격은 2만7000스위스프랑. 한화로 약 4000만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