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내려고 스리잡까지"…고달픈 영끌족
대출 끌어다 집 샀던 청년층
고물가·고금리에 부업 뛰어
불안한 주식·코인시장도 원인
2030 'N잡러' 5년새 37% '쑥'
직장인 박 모씨(33)는 올해 초부터 퇴근 후 보험설계 업무를 하고 주말마다 지인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N잡러(여러 일을 하는 사람)가 됐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월급만으로는 생활비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집의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아니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박씨는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받아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한 소형 아파트를 매입했다. 박씨는 "처음보다 금리가 거의 3배 가까이 올라 지출이 3배가 됐는데 고점에서 샀던 집값이 떨어져 팔 수도 없었다"며 "생활비와 이자를 내기 위해 여러 일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가 저문 뒤 찾아온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데다 고물가로 살림살이마저 팍팍해지면서 '영끌족'이 급등한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N잡'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집값 폭등기에 투자나 실수요 목적으로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는데, 집값 하락으로 부동산 거래도 뚝 끊겨 이자를 그대로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1~3분기 평균 기준으로 20·30대 청년층 부업자는 2017년 7만8000명에서 2022년 10만7000명으로 37.2% 껑충 뛰었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되기 시작한 2021년의 경우 한 해 동안 19~34세 청년 취업자의 40.9%가 2개 이상의 일자리를 갖고 있었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양적완화로 인한 자산시장 거품을 처음으로 겪었던 세대인 만큼 타격이 더 크다.
직장인 김 모씨(31)는 "집을 살 만한 여력은 안돼서 마이너스통장을 뚫어 주식과 가상화폐 등에 투자했다가 시장 상황이 나빠지며 손실을 많이 봤다"면서 "처음에는 이자만 겨우 내다가 물가까지 오르며 생활비가 늘어 3개월 정도 퇴근 후에 배달이나 물류센터 등 플랫폼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전했다.
영끌족 비명의 원인은 급등한 대출 금리다. 불과 1년 새 이자 부담이 많게는 2배 이상 늘어난 차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취급 금액별 가중평균·신규 취급액 기준)는 2019년 12월 2.98%에서 이듬해 2.79%로 하락했다가 2021년 12월 3.66%, 2022년 12월 5.60%, 2023년 1월 5.47%로 증가세를 보였다. 일부 은행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7%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금리 시기에는 유동성이 줄어들다 보니 빚이 있는 사람들의 소비 자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에서는 물가까지 올라 지출을 줄이는 게 더욱 어려우니 소득을 늘리는 N잡러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최근 대면 서비스 위주로 회복이 이뤄지며 단기·임시 일자리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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