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불수능 저리가라 할 정도라는 일본 수능의 한국어 과목 문제라는데, 식당 리뷰 형식의 긴 지문을 주고 종합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풀 수 있는 일종의 킬러 내지 준킬러 문항이다. 유튜브 댓글로 “일본 수능의 한국어 문제들이 정말 어렵다는데 사실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있어 취재했다.

온라인에서는 인트로에 나온 문제 하나만 회자되고 있지만 사실 이 문제는 식당 음식 정보에 관한 복잡한 설명과 2명의 리뷰를 보고 추론해 총 3문제를 푸는 형식이다. 두번째 32번 문제의 경우 일단 4선지 중 가장 맞지않는 걸 하나씩 지워가면 좋은데

④‘모처럼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한다고’는 장겨울님의 리뷰가 일요일에 작성됐고 ‘어제’를 언급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식당은 토요일엔 점심 영업만 한다고했기 때문에 잘못된 내용이다. ③‘세 가지 불고기가 다 맛있다고’는 정통불고기와 과일불고기 각각 2인분 주문이라는 내용이 나와 탈락 ①회사 근처를 언급한 건 장겨울이 아니라 고기사랑님의 리뷰에 등장한다. 그래서 정답은 ②번이라고 하는데 계절메뉴인 콩국수는 리뷰 작성시점 6월과도 맞아떨어진다.

현직 국어선생님에게 문제 평가를 부탁했는데 반응은 이랬다.
현직 국어교사 A씨
“문제 안에 있는 모든 내용을 다 빠짐없이 읽어야지만 문제를 풀 수 있게 만들었는데 사실 그게 한국어 능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다고 보기는 좀 어려워요.”
그러니까 문제 자체가 직관적으로 풀기 어렵게 돼 있고, 제한된 시험시간을 고려할 때 시간 잡아먹기 딱 좋은 유형인듯 싶다.

한국의 수능과 비슷한 위상이라는 일본의 이 시험의 정식 이름은 ‘대학입학공통테스트’. 예전에는 ‘대학입시 센터시험’이라고 불린 시험이다. 매년 1월쯤 치러지는데, 내년 시험은 1월 13일과 14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연달아 치러진다고 한다.

한국어 영역은 총 4개 파트로, 발음과 어휘(‘제1문’) 회화(‘제2문‘) 실용문(‘제3문’), 인문학 지문 위주의 비문학(‘제4문’)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영상 앞에 나온 문제는 이 중 ‘제3문’ 그러니까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 파트에 들어가 있다. 총 45문제에 200점 만점으로 80분이 주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빠듯할 거 같다.

현직 국어 선생님과 입시전문학원 연구소장님께 이 시험이 시행된 3년 동안의 난이도 분석을 부탁드렸는데, 전체적인 난이도는 우리로 치면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2학년 수준으로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지만 어휘나 발음 문제 수준 일부 문제는 난도가 꽤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A 선생님(현직 국어교사)
“고등학교 2학년 비문학 지문에 나올 만한 어휘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단어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이게 맥락에서 볼 때, 그러니까 맥락에서 같이 해석될 때 의미를 추론하기가 외국인 입장에서는 좀 까다롭지 않았을까”
임승렬 종로학원 연구소장
“발음 문제에 대해서는 좀 틀릴 확률이 높긴 한데 다른 독해 문제 이해 문제 이런 것들은 어렵지는 않습니다.”

문제 중에는 한자 문제도 있는데 연구소장님도 풀어본 거 다 틀렸다고 한다
임승렬 종로학원 연구소장
“한자어를 이거(보기)와 동일하게 쓰는 한자어 문제가 한 세 문제 정도 나오는데 (직접) 두 문제 풀어봤는데 두 문제 다 틀렸네요ㅎㅎㅎㅎㅎㅎㅎ”

한국어 영역이 대학입시 센터시험에 도입된 건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해였다. (한일 정상회담 사진_첨부) 한일 양국간 관계가 개선되던 흐름의 일환으로 2001년 우리나라 수능에 제2외국어가 처음 도입될 당시 일본어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사실 일본에서 이 한국어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한다. 대학입학공통테스트를 치른 전체 수험생이 45만여명 수준인데 이중에서 한국어 시험을 보는 수험생은 100~120명 수준이다. 이렇게 응시자 수가 적은 건 일본 입시제도 자체가 우리와 달라서다.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를 추가로 골라 응시하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영어 한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총 5가지 외국어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거라서 영어 비중만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문제는 대학에 지원할 때 영어 이외 다른 외국어 과목 점수를 인정해주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 이 중에서도 한국어가 인정되는 곳은 특히 드문데, 일본 교토의 한 입시학원이 2022년 정리해놓은 한 글에 따르면 한국어 영역 점수를 인정해주는 곳은 국립대 중엔 오사카대학, 사립대 중엔 와세다대학 일부 학부만 해당됐다.

유명무실화 된 한국어 영역 등 외국어 과목에 대해 폐지론도 나오긴 했나본데,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일본 문부과학성은 ‘(해당 언어 사용국 중) 대학입시에 일본어 과목을 도입한 나라가 있기 때문에 해당 언어 영역을 폐지하면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고 한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여기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