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그만두자’는 임종석은 현실주의적 패배주의자인가!
● ‘영토 조항 삭제’는 대한민국 정치적 권리 포기하자는 것
● 우리 국민과 정부는 물론 유엔과 국제사회까지 모독
● 북 지도자들은 현실주의적 패배주의자들
● 문재인 정부 5년, 북핵 의지 약화 아닌 강화
필자는 청년 시절 이후 통일과 통일운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평양, 원산, 금강산, 개성을 다녀왔다. 아울러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북한에서 망명하기 훨씬 이전인 2007년에 그를 이탈리아 코모에서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만나는 등 적지 않은 북측 인사를 접한 경험이 있다.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북측 인사를 만날 때마다 남북 간에 진행되는 이질화를 절감했다. 그러면서도 '통일은 빠를수록 좋다'론(論)을 단단히 유지하고 있다. 필자가 담금질해 온 통일론 시각에서 '통일 그만두자'론에 담긴 10가지 테제(these)를 직격한다. 반론을 기대한다.
반헌법적, 반역사적 망언이라는 근거
임종석 주장(1)객관적 현실 받아들여 두 개의 국가 수용하자?
헌법 부정적 주장이다. 대한민국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돼 있다. 대한민국은 더는 통일을 지향해서는 안 된다? 헌법을 개정해 통일 논의 자체를 금기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 전문(前文)에도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고 명시돼 있다. 임 전 실장은 헌법 4조뿐만 아니라 헌법 전문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임종석 주장(2)
헌법 3조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
반(反)헌법적 조항이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토 조항이 삭제되면 북한 주민의 인권과 북한지역에 대한 대한민국의 배타적 권리가 배제된다. 헌법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수백 번 바꿔도 바꾸지 말아야 할 조항이 있다. 북한 지역에 대해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정치적 권리를 포기하자는 주장이 담겨서는 안 된다. 영토 조항이 삭제되면 동북아 다른 국가들이 북측 지역에 어떠한 정치군사적 질서를 만들어도 우리가 갖고 있는 배타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반역사적 망언이다.
임종석 주장(3)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하자?
북측 체제가 대한민국을 위해하는 정치활동을 무한대로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누가 울고, 누가 웃겠는가.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가보안법 2조가 규정한 '반국가단체'가 북측 체제를 지칭하는 것은 더는 비밀이 아니다. 1969년에 설치된 통일부는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정부 조직이다. 대규모 탈북자가 발생한 이후 탈북자 보호 업무를 하고 있다. 북측이 대한민국을 흔드는 일은 무한 허용하면서, 탈북자 보호 등 통일부의 통일 준비를 중단시키면 북측 김정은 체제는 춤을 출 것이다. 말이 되는가.
임종석 주장(4)
북한 붕괴론에 근거한 朴 '통일대박론'이나 尹 '자유통일론', 북한 공격이다?
어불성설이다. 필자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과 집행에 부분적으로 관여했다. 북측이 201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되던 기간에 핵실험을 했고, 2015년 목함지뢰를 통해 우리를 공격했다. 북측이 인정하고 사과한 사안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시련 속에서도 고위 장성급 회담을 열고 남북합의를 이끌었다. 그 합의를 북측이 지키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담대한 대북지원 계획'에도 북측을 공격하자는 내용이 없다. 북측에 "핵을 포기하라, 그런 연후 남북경제협력을 하자"는 논리를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정부 입장을 북측에 대한 공격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특대형 모함이다. 북측에 '핵을 포기하라'는 역대 정부 주장을 북측에 대한 공격으로 단순화해 우리 국민과 정부는 물론 유엔과 국제사회를 모독했다.
임종석 주장(5)
北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주장은 기존 대남 노선 근본적 변화다?
북측의 기존 대남 노선은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는 데 있다. 북측이 한반도 전체 공산화를 포기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없다. 임 전 실장은 북측 입장의 견고성, 권능을 강조하기 위해 노동당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했다. 북측 법체계 계층 구조는 '지도자 지시→당규→헌법→정령→국제법→적과의 약속'이라고 북측 최고위직을 지낸 황장엽이 말한 적이 있다.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론'은 김정은의 지시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김정은 지시가 바뀌면 언제든지 다른 방향, 다른 콘텐츠로 바뀔 수 있다. 북측이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대한민국을 겁박, 붕괴시키고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북측 주장마저 외면하고 있다.
임종석 주장(6)
北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주장을 우리 통일 논의에 반영해야 한다?
임 전 실장은 "우리 정부, 우리 사회가 북한의 인식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우리 통일 논의가 비현실적임을 정당화하기 위해 MZ세대의 통일 무관심을 끌어들인다. 나아가 "통일이 무조건 좋다는 보장도 없다"고 주장한다. 섬뜩하다. 이는 대한민국의 통일 논의와 정책에 북측의 변경된 입장을 보장해야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통일 방안이 된다는 주장이다. 소극적으로 이해하면 패배주의고, 적극적으로 비약하면 북측 주장에 내응·동조하는 태도다. 북측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주장은 비판받아 마땅한 인식이지, 동조할 가치가 일고도 없다.
임종석 주장(7)
남북통일 유보해야 동북아 평화를 만들 수 있다?
"통일 논의가 유보돼야, 동북아 평화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주객이 전도된 논리다. 극단적 견강부회다. 지난 1000년간 동북아 평화가 가장 심하게 교란된 시기는 16세기 말, 일본이 조선을 침략했을 때와 북측이 6·25전쟁을 일으켰을 때다. 일본의 침략전쟁, 북측 도발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깼다. 21세기 동북아 평화를 교란하는 핵심 요인은 북한의 핵 개발이다. 북한의 핵 개발에 면죄부를 주고, 대한민국의 통일 논의, 통일 정책에 동북아 불안정의 치명적 형벌을 주다니 말이 되는가. 북측 노동당의 군사정책이야말로 동북아 불안정의 진원지임을 인정해야 할 때다.
임종석 주장(8)
통일은 미래세대 권리, 30년간 통일 논의 유보하자?
우리 역사의 시대정신인 통일 문제를 미래세대의 권리로 넘겨주자고 했다. 듣는 미래세대는 어떠한 마음을 가질까. 힘든 가정사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비참한 심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임 전 실장은 왜 이런 생각을 가졌을까. 그가 고려한 30년의 의미는 무엇일까. 혹여 현재의 남북 국력 차를 의식한 주장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금 당장 남북이 평화적 통일 논의를 하고, 통일이 진행된다면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체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30년 뒤에는?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체제 경쟁에서 철저히 패배한 현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현실주의적 패배주의가 임 전 실장 흉중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임종석 주장(9)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잘 관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담대한 승부사였고, 때로는 섬세한 중재자였다. 위기를 평화로 바꾸었다"고 임 전 실장은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격찬이지만, 필자에게는 '대북정책에 대한 임 전 실장의 자화자찬'으로 읽힌다. 문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는 데는 '북측 체제의 핵 개발 의지'를 얼마나 약화했느냐가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집권 5년간 북측 핵 의지는 오히려 강화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측에 철저히 기망, 무시당했다. 그가 몸담았던 정부의 대북정책을 옹호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치자. 그렇더라도 비판의 목소리가 녹아 있어야, 그 자신이 강조하는 현실적 평가가 된다. 문재인 정부는 북측 체제를 다루는 데 실패한 정부다.
임종석 주장(10)
윤석열 정부가 '전쟁불사론'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전쟁억지, 예방국방, 다양한 방어정책'을 전쟁불사론으로 퉁치고 있다.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북이 아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떠넘기는 주장이다. 북측 체제가 핵무기의 전술적 사용을 법제화하고, 시도 때도 없이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는 현실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북측 체제에 평화만 구걸하고 있으란 주장인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를 사용한 나라는 없다. 핵무기 사용을 빌미로 공개적으로 협박한 나라도 없다. 핵물질 생산시설을 공개해 겁박하는 나라도 없다. 북측의 이러한 군사정책은 역사상 '듣보잡' 호전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측 호전주의를 비판하기는커녕 우리 국민이 선택한 정부를 찌르는 창으로 사용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현실주의적 패배주의 경계해야
임 전 실장을 젊은 날에 만나 대화한 적이 있다. 남북 관계에 대한 이상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최근 그의 '통일 그만두자'론을 읽으며 '현실주의적 패배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조 말기 조정을 이끈 인물 중에 현실주의적 패배주의자가 많았다. 미국·러시아·일본의 부침 속에서 그들의 힘을 현실로 쉽게 받아들이고, 조선을 망국으로 이끈 사람들이다. 그러나 일본의 득세라는 현실 속에서 조선의 독립이라는 비전을 갖고 민족을 이끈 이들이 안중근,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다. 이들은 일본의 득세를 몰라서가 아니라 그 세력을 몰아낼 용기와 비전을 가진 분들이다. '두 개의 적대적 국가론'을 선도적으로 주창하는 북측 노동당과 지도자들은 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현실주의적 패배주의자들이다. 임 전 실장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1961년 출생
●부산대 정외과 졸업, 경북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국방부 차관, 20대 국회의원
●現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국민대 석좌교수, 한중안보평화포럼 회장
●저서 : '백승주 박사의 외교이야기' 外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국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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