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가 전기차 판매 목표를 대폭 낮추고, 하이브리드 확대 전략으로 선회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과 EV 전환의 속도 조절 흐름에 대응해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2025 CEO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하고,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제시했던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를 기존 430만대에서 419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전기차 판매 목표는 기존 160만 대에서 125만9000대로 약 21% 감소했다. 이는 중국 시장의 어려움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요인에 따른 현실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반면 하이브리드 판매 목표는 기존 88만2000대에서 107만4000대로 상향됐다. 하이브리드(HEV) 99만3000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EREV) 8만1000대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기아의 2030년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목표는 총 233만3000대다. 이는 기아 전체 판매의 56%에 해당하는 규모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이와 같은 전략 변화에 대해 "전기차 캐즘 지속, 지정학 리스크 증가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전략적 대응"이라며 "지난 5년간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지형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을 현실화했다"고 설명했다.

2030년 지역별 판매 목표도 구체화됐다. 북미 111만대, 유럽 77만대, 국내 58만대, 인도 40만대 등으로 설정됐다. 특히 북미와 유럽은 EV 비중이 각각 70%, 86%에 이를 정도로 전동화 전략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 반면 인도(43%)와 기타 신흥시장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구조다.
HEV 확대 전략은 글로벌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기아는 2025년 HEV 49만2000대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99만3000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HEV 라인업을 현재 6종에서 10종으로 확대하고, 파워트레인 생산 시설도 대폭 증설한다. 국내외 생산능력을 합쳐 2030년까지 연간 99만대 이상의 공급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EV 전략은 가격 경쟁력 확보와 충전 인프라 확대에 중점을 둔다. 기아는 EV3, EV4, EV5 등 대중화 전기차 모델을 기반으로 2026년에는 EV2까지 출시해 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차세대 배터리 개발, 소프트웨어(SW) 표준화, 하드웨어(HW) 최적화 등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와 미국, 유럽, 인도 등에서 현지 생산을 강화해 공급 유연성을 높인다.
충전 인프라 확대도 전략의 핵심이다. 국내에는 현재 설치된 초고속 및 급속 충전기 2326기를 2030년까지 1만3000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북미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 아이오나(IONNA)를 통해 5만기 이상, 유럽은 아이오니티(IONITY)와의 협력을 통해 1만7000기 이상을 구축한다.

기아는 하드웨어 중심의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도 가속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포티투닷과 공동 개발 중인 통합 차량 운영체제 ‘플레오스(Pleos)’가 있다. 플레오스는 차량 제어,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모든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을 통합하는 기아의 SDV 전용 플랫폼이다.
기아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기술 로드맵을 구체화하며, 2026년까지 SDV 2.0을 구축하고, 2027년부터는 SDV 3.0 체계로의 전환을 목표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플레오스는 코다(CODA)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결합돼 양산 모델에 본격 적용된다. 고성능 차량 컴퓨터와 존 컨트롤러, 무선통신 모듈 등이 통합되며, 이를 통해 차량 운영 소프트웨어(OS),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모든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기아는 플레오스를 기반으로 차량 소프트웨어를 OTA 방식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향후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SW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기능 판매(FoD),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자율주행 서비스, 차량 데이터 기반 서비스 등 부가가치 창출형 콘텐츠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전략도 확대된다. 기아는 2025년 7월 PV5, 2027년 PV7, 2029년 PV9을 차례로 출시해 2030년까지 25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주요 타깃은 유럽(13만3000대), 한국(7만3000대), 기타 지역(4만5000대)이다. 모델별로는 PV5가 13만5000대, PV7·9이 11만5000대를 차지한다. 오토랜드 화성에 PBV 전용공장 EVO 플랜트를 설립해 생산 경쟁력을 확보한다.
픽업트럭 전략도 강화됐다. 지난해 기아 최초의 중형 픽업트럭인 '타스만'을 공개한 기아는 올해부터 한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타스만을 출시하고, 연평균 8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북미 시장에는 전동화 픽업을 별도로 투입해 연 9만대 판매를 추진한다.
기아는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2025년에는 글로벌 322만대 판매, 112조5000억원 매출, 12조4000억원의 영업이익, 11%의 이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25~2029년 사이 42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이 중 19조원을 전동화(67%), SDV(9%), AAM·로보틱스(8%) 등 미래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중장기 전략을 더욱 정교화하고 있다"며 "내실 강화를 통해 자동차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