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뽕’으로 변한 약…마약류 의약품 악용에 기면증 환자들 속앓이 [심층기획-기댈 곳 없는 기면증 환자]
발작에 좋은 항우울제, 다이어트에 남용
규제 강화 여파, 의료진 처방 꺼려 피해
유명인, 일반인 할 것 없이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실태가 드러나면서 기면증 환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기면증의 대표 치료제 성분인 ‘GHB’가 이른바 ‘물뽕’이라 불리며 허가 제한 약물로 지정됐고, 발작 증세에 효과가 좋은 항우울제 처방도 훨씬 어려워지면서다.

최근 강씨가 바라는 것은 기면증 환자들에게 ‘꿈의 약물’이라고 불리는 GHB가 국내에 도입되는 것이다. 이미 GHB는 유럽뿐 아니라 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거쳐 북미에서도 활발히 처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식약처 지정 ‘허가 제한 의약품’에 속한다. 버닝썬 사태 때 알려진 GHB는 색이나 맛·냄새가 없는 액체로, 클럽이나 파티 등에서 성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탓이다. 식약처는 “GHB는 일명 ‘물뽕, 파티용약, 데이트 강간약물’로 불리며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제한 사유를 고시하고 있다.
아울러 환자들은 탈력발작에 효과가 좋은 항우울제를 처방받기도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항우울제 약물은 발작 증세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기면증 환자들에게 부가적으로 처방되곤 한다. 하지만 최근 향정신성 의약품이 오남용되면서 의료진이 처방을 꺼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씨는 “서울 강남에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이 터지고, 항우울제가 다이어트약으로 남용된다고 의사 선생님이 처방을 못 해주겠다고 했다”며 “정작 필요한 사람이 못 받는 게 말이 되나”라고 푸념했다.
정기영 서울대 신경과 교수는 “기면증 약물에 대해 규제가 엄격해지고, 제약사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약물 개발·수입을 꺼리고 있다”며 “기면증 환자들 특성에 맞는 처방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환자데이터 관리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신약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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