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접했던 탈북민의 ‘썰’…아픔보단 일상의 해프닝 담았어요”
지난 9월 기준 국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즉 탈북민은 모두 3만 4천 명이 넘습니다. 대한민국 인구 5,100만 명을 기준으로 인구 천5백 명당 1명은 탈북민일 정도로 적지 않은 수이지만, 국민 상당수는 탈북민들이 '낯설다'는 인식이 여전합니다.
이에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하나원'이 탈북민 인식 개선을 위한 단편영화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총 62편의 출품작 중 심사를 거쳐 선정된 4편의 수상작, 그 가운데 대상을 받은 〈서울가스나 금희〉의 감독에게 영화에 관해 물었습니다.
■"탈북민 인터뷰한 적 없지만…유튜브·SNS 참고해"
〈서울가스나 금희〉는 2012년 탈북한 '금희'가 일상에서 크고 작은 차별을 느끼며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오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극영화입니다.
주인공 금희는 탈북 초기 복잡한 서울에서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이서희'라는 가명을 써가며 카페 아르바이트 면접에 갔지만 탈북민이라는 이유만으로 퇴짜를 맞습니다. 이를 계기로 금희는 자신의 출신을 수년간 숨겨오다 결국 가장 친한 친구인 도연에게 들통나게 되지만, 사실 도연은 이미 금희가 탈북민임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극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최진실 감독은 제작 과정에 대한 질문에 "특별히 탈북민 지인이 많이 있거나, 탈북민을 직접 인터뷰해보거나 한 적은 없지만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유튜브나 SNS 등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많이 참고했다"는 의외의 답변을 했습니다.
도입부에서 금희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아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헤매는 장면 역시 "(SNS 등에서) 탈북민들이 얘기하는 일상 생활 관련 '썰'을 보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복잡한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도를 보고 많이 헷갈렸다는 내용이 많아 이를 참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민=아픔'으로 다룬 방송 많아…일상 속 상황으로 표현"
평범하지 않은 제작 과정은 영화의 주제와도 직접 연결됩니다. 최 감독은 "탈북민이라는 소재를 보통 방송들이 다룰 때는, '아픔'을 많이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며 "하지만 (아픔이라는) 하나의 자극적인 소재로만 다루는 것을 경계하고자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탈북민 역시 일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인 만큼, 깊은 아픔까지 드러내지 않더라도 가볍게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통해 표현하면 좀 더 재미있게 소화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금희라는 이름을 촌스럽다고 여겨 '서울 느낌이 나는' 이서희라는 가명을 쓰는 것이나, 작중에서 금희가 '탈북민 노래자랑' 트로피를 친구에게 들키는 장면, 치킨을 시킨 뒤 친구인 도연이 보지 않는 사이 몰래 닭뼈에 붙은 마지막 살점까지 발라먹는 모습 등이 탈북민들이 겪을 법한 일상 속 해프닝을 담아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감독은 영화를 통해 탈북민만을 타자화하는 서울의 속성도 꼬집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금희에게 퇴짜를 놓은) 카페 사장님도, 사실은 대구 사투리를 구사하는 대구 사람인 듯하지만 '서울 사람'만 찾는다며 북한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을 역차별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며 "탈북민이라서 우리와 다른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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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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