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의 무서운 타격, 그리고 김하성

원래 메이저리그에서 항상 주목 받은 곳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였다. 전통의 강호 양키스와 보스턴을 필두로 토론토와 볼티모어, 탬파베이가 소속된 지구다. 5팀이 모두 우승에 도전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올해 아메리칸리그 동부는 시즌 초반 체면을 구겼다. 볼티모어가 낙마하면서 리그 최하위를 다퉜고, 양키스를 제외한 다른 팀들도 실망스러웠다. 5월20일 아메리칸리그 동부에서 5할 승률을 넘긴 팀은 양키스가 유일했다. 리그 기준 양키스만이 2위에 있었을 뿐, 보스턴은 9위, 토론토 10위, 탬파베이 13위, 볼티모어 14위에 불과했다.

5/20일 AL 동부 승률

양키스 : 27승19패 .587
보스턴 : 24승25패 .490
토론토 : 22승24패 .478
탬파베이 : 21승26패 .447
볼티모어 : 15승31패 .326


아메리칸리그 동부는 이대로 침몰하지 않았다. 5월20일까지 리그 중하위권에 그쳤던 팀들이 치고 올라왔다. 5월21일 이후 보스턴은 5할 승률에 실패하고 있지만(16승17패) 다른 네 팀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의 자존심을 회복시켰다.

탬파베이 (구단 SNS)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팀은 바로 탬파베이다. 특유의 저력을 바탕으로 분위기를 다잡았다. 그리고 5월21일 이후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 중이다.

5/21일 이후 ML 최고 승률

.735 - 탬파베이 (25승9패)
.676 - 휴스턴 (23승11패)
.667 - 밀워키 (22승11패)
.647 - 다저스 (22승12패)
.618 - 토론토 (21승13패)


득점력
5월21일 이후 탬파베이는 차원이 달랐다. 나홀로 7할대 승률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구 선두 양키스도 어느덧 반 경기 차까지 쫓아왔다. 양키스는 4월15일 지구 선두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지구 선두를 뺏긴 적이 없다.

크게 달라진 부분은 타선이다. 지난해 탬파베이는 경기 당 평균 3.73득점에 머물렀다. 121패를 당했던 화이트삭스의 평균 득점(3.13점)과 별 차이가 없었다.

올해도 5월20일까지 치른 첫 47경기에서 평균 3.87득점이었다. 지난 시즌의 연장선이었다. 지난해 팀 홈런 수가 급감하면서 파괴력이 떨어졌는데, 올해도 첫 47경기 장타율은 .362밖에 되지 않았다. 여전히 화이트삭스(.328)와 비교됐다.

첫 47경기 동안 답답했던 타선은, 5월21일 이후 극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팀 타율(.280) 출루율(.349) 장타율(.466) 모두 전체 1위를 휩쓸었다. 34경기 평균 5.91득점에 달한다. 6월19일 볼티모어전에선 0-8로 끌려가던 경기를 12점을 뽑아 뒤집었다.

득점 방식이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채드 모톨라 타격 코치는 "인플레이 타구 생산에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에게 주자를 이동시키면서 추가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설령 홈런이 나오지 않아도 뛰는 야구를 기반으로 하는 작전들이 주효하고 있다.

한 방에 의존하는 야구는 한계가 있다. 중의적인 의미다. 첫 번째는 타격감이 떨어지면 기복이 따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홈런 타자가 있어야 가능한 전제 조건이다.

예로부터 홈런 타자는 자금력이 있는 빅마켓 팀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고, 타격왕은 포드를 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에 자금력이 약한 스몰마켓 팀들은 득점 제조를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여기에 비롯돼서 나온 야구가 2000년대 오클랜드의 머니볼이다. '출루'에 중점을 둔 머니볼은, 스몰마켓 팀들의 새로운 지침서가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해 탬파베이는 홈런 생산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돈을 써야 데려올 수 있는 홈런 타자 영입은 하지 못했다. 대신 뛰는 야구를 강화해서 상대를 압박했다.

2025 팀 최다 도루 순위

105 - 탬파베이
97 - 밀워키
96 - 컵스
78 - 시애틀
72 - 피츠버그


지난해 리그 도루 1위 호세 카바예로는 올해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 1위다. 지난 시즌 44도루/16실패로 성공률이 73%였는데, 올해는 29도루/6실패로 성공률도 83%로 좋아졌다.

여기에 순수 스피드는 최상급인 챈들러 심슨이 가세했다. 심슨은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 도합 110경기에서 104도루를 달성한 주자다. 올해도 트리플A를 오간 와중에 38경기 19도루다. 162경기 환산 시 81도루 페이스다.

챈들러 심슨 (게티이미지코리아)

다른 선수들도 루상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자가 있으면 각종 작전들로 상대를 흔드는 모습이다. 현재 탬파베이는 번트안타(13개)와 내야안타(76개) 리그 1위에 올라있다.

허를 찌르는 뛰는 야구가 탬파베이 공격의 골격이다.

홈런
최근 탬파베이의 공격이 더 놀라운 이유는 홈런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탬파베이는 첫 47경기 동안 40홈런으로 전체 5번째로 홈런 수가 적었다. 그런데 이후 34경기에선 47홈런으로 전체 7번째로 홈런이 많은 팀이 됐다. 빅볼과 스몰볼의 결합체로 거듭났다.

주니어 카미네로가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2023년 19세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카미네로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43경기 타율 .248 6홈런). 겨우내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쳐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감독으로서 카미네로를 지켜봤던 앨버트 푸홀스도 "그는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카미네로 5/21일 기준 성적

이전 : 타율 .235 8홈런 OPS 0.677
이후 : 타율 .294 12홈런 OPS 1.022


탬파베이가 좋아진 시점부터 폭발한 카미네로는 전반기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탬파베이 역대 7번째다. 21세 이하 타자는 카미네로가 유일하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확대해도 21세 이하 전반기 20홈런 타자는 9명밖에 없었다. 심지어 전반기 남은 경기 수를 고려하면 카미네로는 이 부문 1위도 도전할 수 있다.

21세 이하 전반기 최다 홈런

27 - 에디 매튜스 (1953)
25 - 멜 오트 (1929)
25 - 코디 벨린저 (2017)
23 - 호세 칸세코 (1986)


더 큰 반등은 브랜든 라우다. 라우는 첫 36경기 타율이 .190였다. OPS도 0.550으로 매우 부진했다. 7년 3400만 달러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지만, 자신의 주가를 높이지 못했다.

올해 탬파베이는 라우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임시 홈구장 조지 스타인브레너필드는 양키스타디움을 본뜬 구장이다. 우측 펜스가 짧아 좌타자가 홈런을 치는 데 유리하다. 탬파베이는 좌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타자들이 꽤 있지만, 파워에서 라우를 따라올 타자는 없다. 라우가 조지 스타인브레너 필드를 잘 활용해야 타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브랜든 라우 (구단 SNS)

시즌 초반 라우는 조지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성적도 썩 좋지 않았다. 탬파베이의 전환점으로 보는 5월20일까지 홈에서 타율이 .181, 홈런도 3개였다(26경기).

하지만 적응력을 높인 5월21일 이후 조지 스타인브레너필드는 라우의 놀이터가 됐다. 21경기 타율 .346 8홈런, OPS 1.097로 날아다녔다. 사실 라우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쓰던 방망이의 브랜드(루이스빌슬러거)를 바꿨는데, 초반 결과가 좋지 않자 다시 기존 모델(올드히코리)로 돌아갔다. 이 변화가 신의 한 수가 됐다.

그 사이 탬파베이는 얀디 디아스도 타격감을 회복했다. 지난해 145경기 14홈런에서, 올해 75경기 12홈런이다. 또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조나단 아란다도 타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76경기 타율 .329 8홈런). 리그 평균 대비 얼마나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주는지 알 수 있는 조정득점생산력(wRC+)에서 애런 저지와 칼 랄리 다음이다.

아메리칸리그 wRC+ 순위

222 - 애런 저지
189 - 칼 랄리
161 - 조나단 아란다
149 - 라이언 오헌


김하성
아무리 공격이 좋아도 공격만으론 '7할대 승률 구간'을 만들 순 없다. 투타 박자가 맞아야 한다. 탬파베이는 5월21일 이후 평균자책점이 2.91이다. 같은 기간 유일한 2점대 팀이다.

5/21일 이후 팀 ERA 순위

2.91 - 탬파베이
3.36 - 텍사스
3.38 - 밀워키
3.38 - 양키스
3.43 - 휴스턴


매년 공백이 생겼던 선발진이 건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셰인 매클래나한의 합류가 아직 불투명하지만, 올해 선발진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추가 휴식일을 위해 조 보일이 한 차례 등판한 것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선발 일정을 거르지 않았다. 현재 선발 투수 5명이 규정이닝을 넘어선 팀은 탬파베이와 에인절스뿐이다.

2025 선발진 최다 이닝

460.1 - 필라델피아
459.0 - 탬파베이
454.2 - 캔자스시티
450.2 - 애틀랜타


이처럼 팀 분위기가 최고조인 상황에서 김하성이 돌아온다. 당초 예상보다 복귀가 늦어졌지만, 무리하지 않고 착실하게 재활을 거치면서 완벽한 복귀를 앞두고 있다.

김하성 (구단 SNS)

김하성은 5월말부터 재활에 돌입했다. 야수는 최대 20일 재활 기간을 가지지만,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20일 재활 기간이 재조정됐다.

6월21일에 돌아온 김하성은 다음날부터 4경기 연속 유격수로 출장했다. 6월25일 경기에선 3안타 2볼넷 5출루 경기도 장식했다. 트리플A 17경기 타율은 .211지만, 김하성처럼 확실하게 주전이 보장된 선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몸상태가 돌아왔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올릴 것이다. 탬파베이 입장에서도 올해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줘야 하는 선수를 일부러 마이너리그에 남겨둘 필요가 없다.

<탬파베이 타임스> 마크 톱킨은 '김하성이 주말까지는 트리플A 재활 기간을 소화할 것'으로 내다봤다(Infielder Ha-Seong Kim is expected to stay on rehab assignment with Triple-A Durham at least through the weekend).

하지만 모든 정황상 김하성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하성의 복귀는 탬파베이의 또 다른 동력이 될 것이다. <디 애슬레틱> 켄 로젠탈도 며칠 전 칼럼에서 "김하성이 복귀하면 탬파베이의 공격이 약한 포지션 중 하나는 더 강해질 것(one of their weakest offensive positions should grow stronger when shortstop Ha-Seong Kim makes his expected return)"이라고 전망했다.

탬파베이는 리그의 골리앗들에게 대적할 수 있는 다윗 같은 팀이다. 매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다고 해서 기적의 팀으로 불린다.

김하성의 복귀가 탬파베이의 또 다른 기적을 일으키길 바라본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