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성적 발표 멋대로 미루고 기다리란 말뿐인 ETS
국내선 문의할 창구도 마땅치 않아…일방적 행정 처리 논란
올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A씨(25)는 입학 전형에 필수 요건인 영어 점수를 제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초 토플(TOEFL) 시험에 응시했다. 응시 일주일 뒤 발표될 예정이던 토플 점수는 날짜가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 교육평가원(ETS)은 토플 공식 홈페이지에 점수 발표 시기를 “시험센터에서 응시하는 경우 시험 당일로부터 4~8일 후”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험 주관사인 ETS는 응시 9일째에 A씨에게 “행정 검토 중”이라는 e메일을 보내왔다. 성적 발표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같은 날 시험을 치른 친구는 성적이 제때 잘 나왔다고 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A씨는 지난 9주간 ETS에 18번 e메일을 보내고, 6차례 국제전화를 시도했지만 “당신 같은 사람이 많으니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국제전화 요금(약 22만원)만 해도 토플 응시료에 버금갈 정도로 나왔다. 석 달이 다 되도록 나오지 않은 토플 점수 때문에 A씨는 오는 4월 실시되는 대학원 입학 전형에 지원이 가능한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B씨는 2021년도 대학교 편입학 전형에 대비해 2020년 12월 초 치른 토플 시험에서 104점을 받았다. 하지만 ETS가 발급한 성적증명서에는 99점으로 잘못 표기돼 있었다. ETS는 한참 지나서야 “점수 업데이트가 완료됐다”며 “영업일 기준 3일 내 성적증명서가 제공된다”고 알려왔다. 1차 전형을 통과했던 B씨는 토플 성적표 문제로 다음 전형을 치르지 못했다.
연세대 재학생을 비롯한 대학생 5명이 지난달 16일 ETS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학생들은 ETS의 일방적 성적 발표 지연이나 취소 등으로 부당한 피해를 봤다고 했다. 이들은 공정위에 낸 신고서에서 “ETS가 대한민국 토플 소비자들의 분쟁·불만 처리에 필요한 인력 또는 설비를 실질적으로 갖추지 않은 상태를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법 제21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토플은 교환학생, 편입, 대학원 진학 등에서 필수요건으로 요구되는 공인어학시험이다. 시험 1회당 응시료는 220달러(약 28만5000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지만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에선 문의할 창구도 마땅치 않다. ETS는 한국 내 시험을 위해 고사장 운영을 담당하는 ‘프로메트릭코리아 유한회사’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ETS 글로벌 비브이’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이들 모두 성적 처리나 발표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B씨가 프로메트릭코리아에 연락하자 “저희가 해결해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학생들은 미국 본사에 연락해도 상담원과 연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ETS의 일방적 행정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7년에는 ETS가 일방적으로 접수를 중단해 항의가 쇄도했고, 2013년에는 토플 접수 후 지정 기간 내 취소했음에도 환불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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