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울리는 엉터리 '국정원 합격반'

존재하지도 않는 기출문제
필기 학습서로 속이고 판매
합격 노하우라던 면접교육
사기업서 예상질문 뽑아내
"깜깜이 정보 악용한 돈벌이"

공개채용 기출 문제를 공개하지 않는 국가정보원 특성을 악용한 과외나 강의가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국정원 근무를 꿈꾸는 수험생이 피해를 보고 있다. 25일 국정원 수험생과 학원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고시 학원에서 '국정원 합격반'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 강사가 수험생을 모집해 과외에 나서기도 한다.

이들은 국정원 공채 과정 중 필기·면접전형에 대한 합격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취지로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시중 서점에선 국정원 필기시험을 집중 공략했다는 학습서가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국정원 필기시험 과목인 국가정보적격성검사(NIAT)와 논술시험의 기출 문제가 모두 비공개라는 점이다.

국정원은 채용 관련 정보가 국외로 유출되면 안보상 취약 분야가 노출될 수 있어 기타 공무원·공공기관과 다르게 기출 문제를 공개하지 않는다.

국정원 수험생은 필기시험 전에 '내용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도 작성한다. 국정원 은퇴자나 정보 업계 관계자가 시험 문제를 유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에 학원과 개인 강사들은 일반 대기업의 인적성 검사, 5급 공무원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 유형을 활용해 수험생에게 예상 문제를 제공하고 있다. 면접도 기업 입사 시험에 준하는 내용으로 예상 질문을 추려낼 뿐이다.

이에 수험생 사이에서는 국정원 시험에서 강의나 과외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 국정원 수험생은 "실제 NIAT를 치러 보니 시중 문제집 내용과 달랐다"며 "학원에서 얘기한 면접 과정, 내용도 실제 면접과 크게 달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비밀성을 악용해 돈벌이에 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응시자가 실제 시험 문제를 복기해 영리 활동에 활용한다면 이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보기관 기밀이 외부로 새어나간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NIAT는 언어·수리 등 인지능력과 함께 정보요원으로서 인품, 자질을 평가한다"며 "다른 인적성 검사를 NIAT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