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출산율 올리려 공무원이 임신계획·생리주기까지 조사"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출산율 급감에 직면한 중국 정부가 공무원을 동원해 가임기 여성의 임신·출산 계획을 직접 조사하는 등 과도하게 사생활에 개입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8일 중국에서 공무원이 집마다 찾아가 임신했는지, 출산계획은 있는지 묻는 등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여성 양위미(28)씨는 처음에 공무원이 아이를 낳으라고 권했을 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혼인신고를 하러 갔을 때 이 공무원에게 무료로 산모용 비타민을 받았고 정부가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여겨 고맙게 생각했다.
이 공무원은 전화로 비타민을 먹었는지 묻는 등 전화로 자신의 상태를 계속 체크했다.
그러다 출산 후 공무원들이 집까지 찾아와 아기와 함께 사진까지 찍자고 요구하자 심한 불쾌감을 느껴 거절했다.
NYT는 양씨 사례를 소개하면서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인구 감소에 직면한 중국 정부가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사적인 선택에까지 개입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은 가정 방문을 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가 취재한 중국 여성 10명 중 7명은 공무원에게 임신 계획을 질문을 받았고 소셜미디어에는 공무원에게 "생리주기와 마지막 생리 날짜를 묻는 전화까지 받았다"는 여성들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여성의 임신 기간 내내 관여했다.
여성은 임신할 경우 지역 보건소에 등록해야 하며 낙태 시술하려면 지역 가족계획 부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도 있다.
신문이 인터뷰한 중국 여성들은 대체로 과도한 개입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는 정부의 보살핌에 고마워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대학과 협력해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
고위 공직자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출산 장려 메시지를 내고 있다.
최대 여성단체인 중화전국부녀연합회를 대표해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가오제 대표는 "여성으로서 다른 생명을 낳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항상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당국의 노골적인 접근 방식 탓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독려를 여성들이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중화전국부녀연합회 행사에서 국가 발전을 위해 결혼과 출산이라는 새 문화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의 가족계획에 개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구가 급증하자 1978년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도입한 중국은 2자녀 이상을 낳은 공무원 부부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심지어 일부 여성에게는 낙태를 강요하기까지 했다.
반대로 출산율이 급감하자 2016년 '두 자녀 정책'을 전면 시행하고 5년 뒤인 2021년 5월에는 세 자녀 정책 도입을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 발전에 따라 다소 물러서긴 했지만 산아 정책 권한을 완전히 포기한 적이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미국(1.62명)보다도 낮은 1.0명으로 추산된다.
출산 장려 캠페인은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대중 조직인 중국계획생육(가족계획)협회가 주도하고 있다.
인구 50만명의 베이징시 미윈구는 사업 홍보를 위해 500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발족했다.
전담팀원들은 관내 가임기 부부 중 절반 이상에 최소 6번 이상 연락을 취하는가 하면 출산을 독려하는 조각상을 공원에 설치하기도 했다.
인구 200만명의 무단장시 계획생육협회 지부는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문제라는 관점은 잘못됐고 일방적"이라는 문건을 배포하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인구통계 전문가 왕펑은 "정부가 출산은 공공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성의 출산 선택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전반적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출산 억제(한자녀) 정책과 똑같은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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