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종전 후의 우리 경제를 생각하며

최미화 기자 2026. 6. 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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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미국과 이란 전쟁 영향이 국제유가, 환율, 물가, 시장금리 등 금융시장 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에 따르면 전년동월비 기준 3월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약 3%, 공업생산 증가율은 1% 초반에 그쳤는데, 이는 2월 대비 각각 4.7%p, 2.1%나 낮은 수준이다. 아마도 4월과 5월 실적은 더 나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이 마무리되면 세계 경제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새로운 리스크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주의해야 한다. 즉, 미국과 이란 전쟁 종결 후 가속화될 수 있는 글로벌 다극화(multipolarization) 또는 분절화(fragmentation)가 바로 그것으로 기존의 양자택일이나 전략적 중립을 통한 국익 확보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살펴보자. 양국은 '건설적이고 전략적인 안정 관계'를 추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양국이 무력 충돌보다는 교역과 공급망 등의 경제적 관계와 거래를 유지하면서 경쟁하는 관계로 요약할 수 있어 표면적으로는 양국 간 갈등 완화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런 합의의 배경에 미국의 대중 전략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중국 정치체제의 대대적인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인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의 말처럼 포위와 압박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려는 기존 대중 전략은 이미 수정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보와 무관한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를 추진하는 무역위원회와 비민감 분야 중국 투자의 신속 집행을 위한 투자위원회 신설 계획은 구체적인 사례다.
미국과 동맹국들 간 관계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진행 중인 관세 분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균열, 불투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향방, 전후 복구 비용 분담 문제 등으로 미국과 동맹국들간 관계가 약화되면서 글로벌 분절화 가속화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반면에 중국과 러시아는 '다극적 국제질서'와 '보다 공정한 국제 거버넌스' 추구라는 공동이해에 합의하면서 기존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 구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슈들이 생소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화되고 있고 더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는 큰 도전인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경제가 직면할 새로운 국제질서는 원부자재 조달에서부터 제조, 물류, 에너지, 공급망 등의 재편과 이의 실현을 위한 실용적이고도 다층적인 협력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어 현명한 대처가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AI(인공지능)나 반도체 등 신기술 신산업 부문에서 쌓아 올린 혁신의 대가를 나눠 쓰기 급급해 보이는 상황처럼 보인다. 성장의 과실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정도면 곤란하다.
사기(史記)에는 '나라의 위급함을 우선하고, 사사로운 원한은 뒤로 한다(以先國家之急 이선국가지위, 而後私讎也 이후사수야)'는 말이 있다. 지금의 우리 경제는 부상한 새로운 국제질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혁신 능력 확보로 미래 성장 여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대외 전략 재검토를 통해 국익 최대화에 힘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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