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유일의 성게 전문점을 운영하는 속초 갓포의 최윤서 대표는 일식 셰프이면서 해녀로 활동하는, 독특한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속초 갓포는 처음엔 속초라는 지역의 특색을 발견하고 일식 오마카세 식당을 창업했다가 아예 지역 특색을 살린 성게 제품을 개발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지금은 ‘로컬’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큰 그림을 그리는 건데요.
속초 갓포는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창업을 통해 이를 해결했을까요?
최 대표는 속초 출신이 아니었어요. 1년 살이를 하며 사계절을 속초에서 보냈습니다.
이때 속초, 고성 성게의 품질을 눈여겨봤어요. 그의 눈에 이 지역의 성게는 해산물 요리의 성지라는 북해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전문가이기에 알아볼 수 있었던 거죠.
실제로 북해도의 위도는 41도. 속초와 고성의 위치는 북위 38도로 거의 비슷해요. 더운 여름에 차가운 바다에서 자란, 질 좋은 해산물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최 대표는 창업의 계기를 얻었대요.
처음에는 한국에서도 최상급 일식 요리를 재현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오마카세 집을 차렸어요.
일본에서 목판으로 프리미엄 성게를 들여오려면 비쌀 때는 40만 원에 버금가는 비용을 내야 하는데, 동해에서 직접 채취해 같은 수량으로 성게를 담으면 1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같은 퀄리티, 혹은 더 신선한 퀄리티의 요리를 대접할 수 있었다고.
더군다나 일본에서 해산물을 수입하려면 보존제를 뿌리는 등 추가적인 방부 처리가 필요한데,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해산물을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그 가능성 하나를 보고 최 대표는 “이곳이 한국의 삿포르”라는 일념과 함께 일식 오카마세 ‘속초 갓포’를 오픈했습니다.
단순히 다이닝 식당을 창업한 게 아니라 이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스토리텔링을 고민해 손님들에게 선보였어요. 속초, 고성 해산물이 특히 맛있는 이유를 전하면서 성게 버터, 오마카세 도시락 같이 뻔하지 않은 요리를 개발해 내놓았어요.
덕분에 서울에서 찾아오는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고퀄리티의 해산물 요리에 로컬 특색을 살린 콘텐츠가 고객 경험을 살린 덕분이었습니다.
남들에게 없는 통찰력,
안주하지 않는 태도의 중요성
속초 해산물에 대한 진심이 통했는지 최 대표는 한 손님으로부터 제품을 팔아보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마침 팬더믹이 수그러드는 시점이었는데요.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최 대표는 남편과 상의한 끝에 2년 반 동안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2023년 12월부터 성게 베이스의 로컬 상품을 판매하는 전문점으로 속초 갓포를 리뉴얼했습니다.
이때부터 성게 소금, 농축 성게, 성게 버터, 건조 성게, 속초 성게 샌드 등 다채로운 성게 제품을 개발해 선보였어요. 그러면서도 손님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해산물을 담은 오마카세도시락을 개발해 함께 판매하는 정성을 더했어요.
성게 전문점은 국내에서 볼 수 없던, 지금까지 없던 도전이다. 덕분에 성게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일식을 넘어 로컬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시도들도 끊임없이 이어졌어요. 로컬 브런치 카페에서 성게 버터를 빵에 발라먹는 경험, 갯배 부두가 위스키바에서 건성게로 만든 우니 팝콘을 안주 삼는 등 손님들에게 추천해 온 속초 맛집과 여행지를 한데 엮어 ‘로컬 미식랩’을 만들 계획이라고. ‘고객의 경험’ 전체를 고려한, 다른 차원의 접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성게 전문샷으로 피봇하면서 최 대표와 남편은 해녀, 해남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성게 마니아인 손님들이 속초 갓포를 찾아왔을 때 “성게에 대해서 대답 못할 말이 없어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또한 성게 잼을 제품으로 개발하면서 창업자들은 다음과 같은 관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해녀들의 테왁은 80%가량 성게로 채워진다.
성게가 곧 생계가 된다.
성게 제품들이 지역 해녀들,
그들의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끊임없이 ‘최초의 시도’를 하는 액트프러너
속초 갓포의 창업 여정은 문제(“속초, 고성의 질 좋은 해산물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함께 이 문제를 색다르게 해결하는 다양한 시도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국내 최초, 유일의 성게 전문 매장을 차리면서 본격적으로 로컬 창업에 뛰어든 그는 주변 로컬 브랜드와 상생하는 새로운 해법까지 제시하고 있어요. 해녀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문제 해결에 몰입하는 ‘액트프러너’의 이야기는 실행의 방향과 크기에 대해 새로운 영감을 줍니다.
무엇보다 문제 해결에 능한 액트프러너의 문제의식은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살펴볼 만합니다.
처음에는 일본 해산물에 버금가는 한국 해산물을 선보이고자 일식 오마카세를 열었던 창업자는 사업 확장성과 로컬 브랜드라는 새로운 관점을 장착해 사업의 방향을 과감하게 바꿨어요.(피봇) 성게에 집중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서 ‘고객의 여행 경험’ 자체를 향상시키는 종합 솔루션을 고안했습니다.
고객에 대한 이해와 남다른 관점이 꾸준한 실험과 실행을 통해 더 큰 꿈을 그리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 『액트프러너』 내용의 일부입니다.
어려움을 작은 실행으로 극복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