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시파 떠난 미숙아 28명 이집트로 이송됐지만…“대부분 부모 생사 몰라”
WHO “미숙아 11명 중태” 우려
극소수만 부모와 함께 지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던 미숙아 28명이 20일(현지시간) 이집트에 안전하게 도착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미숙아 부모들은 이스라엘의 계속된 공습으로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력 공급이 끊긴 탓에 오랜 기간 인큐베이터 밖에서 지낸 미숙아들의 건강 상태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이날 알시파 병원을 떠난 미숙아 28명을 수용하기로 했다. 라파 국경을 통해 이집트로 들어온 미숙아들은 곧바로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알아리시 병원과 수도 카이로의 뉴캐피탈 병원으로 이송됐다.
앞서 알시파 병원 의료진은 연료 부족으로 인큐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자 침대 위에 알루미늄 포일과 담요 등을 임시방편으로 깔아 미숙아들을 보호해왔다. 이에 유엔과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등은 미숙아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위한 물밑 작업을 펼쳤고, 전날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에미라티 병원 등으로 이들을 옮겼다. 적신월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숙아들을 이송하기 위해 에미라티 병원에 구급차를 급파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인큐베이터 등 의료 기기를 보유한 이집트 정부가 손을 내밀면서 미숙아들의 이집트행이 확정됐다. 다만 알시파 병원을 떠났던 31명 미숙아 가운데 2명은 에미라티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남았고, 1명은 부모가 가자지구 북부에 머물고 있어 이집트로 향하지 않았다고 미 CNN 등은 전했다. NYT는 “미숙아 5명은 알시파 병원에서 대피하기 전 사망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미숙아들의 건강 상태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미숙아들의 컨디션이 급격히 악화해 이번 대피는 극도로 위험한 조건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미숙아들이 모두 심각한 감염과 싸우고 있다”며 11명이 중태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알시파 병원 소아병동에서 미숙아 대피를 돕기 위해 인큐베이터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NYT는 “아기를 옮기는 데 사용된 인큐베이터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또 이집트로 대피한 미숙아 중 극소수만이 부모와 함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 미숙아의 어머니인 루브나 엘세이크는 이집트 국영 알카헤라 등과 인터뷰하면서 “병원이 이스라엘군 표적이 되고 그곳에 있던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알시파 병원에 있는 동안 딸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집트에서 아들과 다시 만난 아버지 알리 스베이티도 CNN에 “전쟁 사흘 전에 태어난 아기를 2주 넘게 보지 못했다”며 “최근엔 의사와 연력이 끊겨 아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지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대부분 미숙아는 부모 없이 홀로 이집트에 남는 신세가 됐다. CNN은 “가자지구 정부가 보유한 정보가 부족해 미숙아들의 가까운 가족을 찾는 일이 불가능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정부에 따르면 산모 4명과 간호사 6명만이 이집트 이송 작전에 동행했다. NYT는 “미숙아 산모 일부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미 사망했거나 출산 직후 목숨을 잃었다”며 “미숙아가 그 가족의 유일한 생존자인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전쟁으로 인해 임산부가 급격히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조산아를 낳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마이클 라이언 WHO 비상대응팀장은 CNN에 “다음 달까지 가자지구에서 5000여명이 태어날 예정”이라며 “이 가운데 25%는 미숙아로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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