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원 30년]④'청정원 맛'의 시작 천안공장 가보니
"소비자 입맛 세분화...다품종 소량 체제로 전환"
4년 만에 가동률 100% 돌파...2차 투자도 준비

충남 천안시 서북구 대상 천안공장. 지난 7일 오전 이곳 파스타소스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구운 양파와 마늘, 토마토가 어우러진 진한 향이 공장 안을 가득 채웠다. 유리병이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하면 강한 바람으로 내부에 있을지 모르는 이물질을 우선 제거한다.
이 유리병 안에 70도에서 맛있게 끓여진 빨간 소스가 자동으로 채워졌다. 소스병은 냉각 설비를 거친 후 라벨이 붙어 자동 포장 라인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분당 120개 가량의 파스타소스가 생산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파스타소스는 국내 파스타소스 시장 점유율 1위인 '청정원'의 제품이다. 평소 파스타를 즐겨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사용해 봤을 그 제품이다.
대상 천안공장은 청정원이 론칭한 1996년보다 1년 빠른 1995년 문을 열었다. 청정원이 30주년을 맞은 올해, 천안공장도 3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해왔다. 그 시간 동안 천안공장은 청정원과 함께 여러 차례 변신을 거듭했다. 현재는 청정원의 '소스 전문 생산기지'로서 양념장부터 파스타소스, 맛술, 참치액, 굴소스까지 다양해진 소비자 입맛에 맞는 여러 소스를 생산하고 있다.
소스 전문으로
대상 천안공장이 처음부터 소스 전문 공장이었던 건 아니다. 1995년 대상의 전신인 미원이 서울 방학동 공장에서 생산하던 양념장류를 이전하면서 천안공장이 탄생했다. 초기에는 양념장 생산에만 집중했지만 2003년 성남공장의 캔햄 생산라인이, 2007년엔 이천공장의 건강기능식품 생산라인 등이 이전하며 공장 규모가 커졌다. 2010년대 중반엔 양념장 외에도 캔햄, 건강기능식품, 향신료, 액젓, 곤약면 등 다양한 품목을 생산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대상은 천안공장을 소스 전문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당시는 소비자 입맛이 세분화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기본적인 양념장을 찾던 소비자들이 새로운 소스를 찾기 시작했다. 대상은 이런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25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소스에 보다 집중하는 공장을 만들면서 생산능력까지 기존보다 80% 가량 늘리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당시 베트남에서 약 7년간 근무 중이었던 박동숙 대상 천안공장장(상무)을 복귀시켜 이 작업을 맡겼다.

실제로 7년 만에 돌아온 박 상무 역시 한국 시장의 변화를 조금씩 체감할 수 있었다. 박 상무는 "예전엔 마트에 가면 고추장, 된장, 간장 같은 기본 장류 매대가 컸다"며 "하지만 7년 만에 돌아와 보니 그 매대는 줄어들고 이름도 생소한 소스들이 진열된 매대가 엄청 늘어나 있었다"고 말했다.
대상은 천안공장을 소스 공장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품목 재배치에 들어갔다. 기존에 생산하던 향신료는 오산공장으로 보내고 액젓은 순창공장으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대신 굴소스, 에스닉소스, 파스타소스, 케첩 등 다른 공장의 소스 생산라인을 천안으로 집중시켰다. 양념장 라인도 가정용 소형 제품부터 업소용 대용량 제품까지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대폭 확대했다.

이런 변화를 거쳐 현재 천안공장에서는 양념장, 파스타소스, 케첩 등 85개 품목의 소스류와 일부 육가공 캔햄을 생산하고 있다. 용량별로 나뉘는 품목을 고려하면 총 생산 소스 종류(SKU)는 167개에 달한다.
제품 종류가 이렇게 많은 건 세분화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고추장, 된장, 간장을 베이스로 한 '한식소스' 카테고리가 다양하게 발전했다. 고추장 55%에 여러 재료를 섞은 초고추장, 된장 55%가 들어간 쌈장 등이 대표적인 한식 소스다.
하지만 대상은 이 제품 카테고리도 더 세분화했다. 쌈장이 참깨마늘쌈장, 매콤한 고기 전용 쌈장 등으로 나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엔 소비자들이 고추장을 사다가 직접 초고추장을 만들거나 된장을 사서 쌈장을 만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각자의 기호에 맞춰 완성된 제품으로 만날 수 있다.
품질과 안전도 '청정원'답게
이렇게 다양한 청정원의 소스들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천안공장의 생산 시설을 직접 살펴봤다. 2층 제조실로 올라가니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 22개가 눈에 들어왔다. 천안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청정원 소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탱크 하나에는 최대 7톤의 원재료를 담을 수 있다. 설탕과 물엿, 간장, 식용유 같은 원료들이 사일로와 탱크를 거쳐 자동으로 투입된다. 원료 투입량과 배합 비율, 온도, 살균 시간이 모두 소스에 맞춰 자동으로 세팅되는 시스템이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양념장, 파스타소스, 맛술 등 여러 생산라인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다. 파스타소스가 만들어지는 라인에서는 소스가 담길 유리병을 로봇 팔이 집어들어 자동으로 방향을 바꿔 컨베이어에 올렸다. 양념장 라인에선 투명한 PET 용기가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했고 붉은 양념장이 용기 안으로 자동으로 채워졌다. 생산 후 이물질 혼입을 막기 위해 고주파로 뚜껑을 밀봉하는 것 역시 필수 작업이다. 밀봉된 제품을 만져보니 살짝 따뜻할 정도였다.
완성된 제품은 로봇 팔이 하나씩 집어 박스에 담았다. 박스는 자동으로 접히고 테이프가 붙는 공정을 거친다. 품질 검사도 세 차례에 거쳐 이뤄졌다. 먼저 엑스레이 검사기를 통과하며 혹시 모를 이물질을 걸러냈다. 유리병 제품의 경우 유리 파편이 섞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중요한 과정이다.

이어 카메라가 제품 하나하나를 찍으며 포장 상태를 확인했다. 포장 필름이 찢어지거나 라벨이 잘못 붙은 제품을 자동으로 골라내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중량계 위를 지나며 용량이 정확한지도 체크했다.
이렇게 검사를 통과한 제품은 약 4800개 적재 공간(팔레트)을 갖춘 자동화 창고로 이동했다. 바코드를 인식한 적재 크레인(스태커 크레인)이 제품을 집어 빈 공간에 쌓아올렸다. 여러 종류의 소스 제품이 뒤섞이지 않도록 시스템이 위치를 기억한다고 한다. 먼저 들어온 제품이 먼저 나가도록 자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더 키워라
특히 품질과 직원들의 안전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천안공장은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SHE(안전·보건·환경)팀을 신설했다. 공장장 직속으로 운영되는 팀이다. 박 상무는 "과거엔 생산성이 우선이었다면 지금은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대상 천안공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2018년 투자 당시 대상은 기존보다 생산능력을 늘렸지만 소스 성장 속도가 빨라 가동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박 상무는 "2018년 투자 후 4년 만에 가동률이 100%를 넘어섰다"며 "솔직히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은 역시 양념장이다. 양념장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양념장의 경우 해외로 수출도 되고 있다.현재 천안공장 전체 매출의 약 8%가 수출인데 이 중 대부분이 양념장에서 나온다. 반면 성장세가 높은 제품은 맛술과 참치액이다. 이들 품목은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20% 가까이 성장했다. 파스타소스도 시장 점유율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런 성장세에 맞춰 천안공장은 두 번째 투자를 준비 중이다. 박 상무는 "성장 속도가 설비를 따라잡은 상황인 만큼 추가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제품 개발도 계속되고 있다. 천안공장은 장아찌간장에 이어 장조림간장, 간장게장간장과 같은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박 상무는 "소비자 입맛은 각양각색"이라며 "앞으로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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