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유로운 의견 개진’ 내부망 글로 징계 어려워”…대법·감사원의 과거 판단 주목

김현지 기자 2025. 11. 1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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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들, 내부망 등 통해 노만석 전 대행에 ‘항소 포기’ 설명 요구
정부·여당, ‘집단행동’ 검사장의 평검사 전보 등 징계 논의 논란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파문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한 검사장들의 해명 요구를 집단행동으로 간주하고, 징계 등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검찰 내부망을 통해 집단행동에 나선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 조치하겠다는 구상이 단적이다. 그러나 대법원과 감사원은 과거 "내부망 글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한 것"이라며 징계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검사들도 표현의 자유 있어"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1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지난 2008년 5월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 인사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게재했다가 해임된 검찰주사보 장아무개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소송의 심리를 불속행하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장씨의 해임 처분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을 인정한 것이다.

장씨는 지난 2006년 4~5월 이프로스에 검찰 일반직 간부가 정실인사를 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동료들의 실명도 거론하고, 6급 이하 공무원노조 결성을 주장했다. 그러자 대구고검징계위원회는 대구지검장의 중징계 의결요구에 따라 상사 및 동료들의 명예 훼손, 노조설립 선동과 같은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을 이유로 해임을 의결했다.

1·2심 재판부는 장씨의 부적절한 표현과 언행,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공무원노조 결정 주장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프로스 게시판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돼 있지 않고 검찰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고 했다. 장씨가 글을 게재한 동기에 대해서는 검찰 조직의 개혁을 촉구하려는 충정도 엿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고 했다.

비슷한 취지의 감사원 판단도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해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면서 불거진 검사들의 집단성명 사태에 대해 감사를 요구했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별도 조치 없이 종결 처리하면서 지난 7월 감사보고서에 "위법한 집단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검사들에 대한 징계 혹은 감찰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이프로스에 게시된 점, 검사들이 외부에 유출했다고 볼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는 점, 검사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한 판례 등을 고려할 때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감사원은 또 검사들의 공동 입장을 두고 국회의 탄핵 추진에 따른 검찰 기능의 저하,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등을 전반적으로 우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등을 직접적으로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에서 요구하는 공익에 반하는 집단적 행위라거나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집단적 행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항소 포기 이유 물은 검사들

물론 지난 2007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을 지낸 권아무개씨의 사례를 토대로 '평검사 전보 조치는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8년 권씨에 대한 서울고검 검사 전보 조치에 대해 "인사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때에는 권씨 개인의 비위 의혹이 인사 조치의 주된 이유였다. 이번처럼 이프로스를 통한 입장문 게재 때문이 아닌 것이다. 이 때문에 이프로스를 통한 의견 개진 등과 관련한 앞선 대법원과 감사원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일선 검찰청을 지휘하는 검사장들의 평검사 전보 조치에 대해 '사실상 강등 조치'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이번 항소 포기 파문은 이재명 대통령과도 관련된 대장동 일당들의 1심 선고 후 일었다. 서울중앙지검은 항소장 제출 마감일(1심 선고 후 일주일)인 7일 노 전 대행의 지시에 따라 항소를 포기했다. 1심은 특경가법상 배임죄 등 핵심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로 선고했고, 추징금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검사장부터 평검사들은 노 전 대행에게 항소를 포기한 데 대해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여권은 '친윤 검찰의 집단 반발'이라며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없이도 일반 공무원처럼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발의에도 나섰다. 법무부는 이프로스를 통해 입장문을 올린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송강 광주고검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졌다. 박 지검장을 포함한 검사장 18명이 지난 10일 노 전 대행에 해명을 요구한 지 일주일 만이다. 노 전 대행과 사법연수원(29기) 동기인 박 지검장은 18명 중 선임으로서 이를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지검장 등은 당시 입장문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고 했다. 이어 "검찰총장 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설명을 요구한 바 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지난 2023년 10월 당시 대전지방검찰청 검사장 시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박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승진한 '강력통'으로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 마약과장 및 조직범죄과장, 법무부 대변인 등을 거쳤다. 송 고검장은 대검 기획조정부장뿐 아니라 대검 공안1~3과장을 지낸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노 전 대행과 연수원 동기다. 박 지검장은 수원지검에 설치될 예정이었던 검경 마약범죄합동수사본부장으로 내정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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