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 '주택통' 현대건설 이한우, 'EPC·수소' 외연 확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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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 제공=현대건설

취임 4년 차를 맞이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계열사 전반에 50대 리더를 배치해 젊은 조직으로의 쇄신을 꾀했다. 현대건설 대표직에도 1957년생이었던 윤영준 대표를 대신해 1970년생 이한우 대표(부사장)를 배치했다. 이 부사장은 정 회장과 같은 70년생 동갑내기로 한층 젊어진 조직으로 새 단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윤영준 대표 체제에서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꾸준한 매출을 올리며 성장해 왔다. 다만 공사원가 상승으로 인해 매출 둔화가 지속되면서 영업이익 기여도는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신임 대표 선임을 통해 주택 사업을 보완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30년 현대건설 재직 '주택통' 발탁

이한우 부사장은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이후 건축기획실장, 힐스테이트 리버시티 현장소장, 건축주택지원실장, 전략기획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30년 넘게 현대건설에 재직하며 경험을 쌓아온 주택통으로 전략기획사업부에 잠시 몸담은 기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실무 경험을 현장 경험에서 쌓아왔다. 주택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업계 최초 6년 연속 도시정비 수주 1위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건축 대어로 꼽혔던 여의도 한양아파트 수주전에서 윤영준 대표와 함께 현장을 찾아 사업을 따내는 데 기여했다. 주택 경험이 풍부한 이 대표가 현대건설 매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주택사업을 견고히 다지며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국내 주택 매출은 12조854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25조4234억원의 46.8%를 차지했다. 하반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강북권 최대 재건축 사업인 한남 4구역 수주가 눈앞에 놓인 과제다.

사업비 1조6000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삼성물산과 사업을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압구정 3구역 등 향후 예정된 대형 프로젝트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남 4구역 시공사 지위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EPC 역량 강화, 해외 SMR·플랜트 겨냥

이 대표는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역량 강화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UAE 아부다비 가스공장, 사우디 변전소 등 프로젝트를 통해 EPC 역량을 키워왔다.

그간 쌓아온 EPC 역량을 토대로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 철도(파나마 3호선 연장사업) EPC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해외 가스, 석유 플랜트 외에도 최근 건설 업계의 신규 먹거리로 부상한 소형모듈원전(SMR) 등 수주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설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원전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해외 수주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EPC 중에서도 특히 설계 영역에서 강점을 지닌 시공사다. 스마트건설 기술인 건설정보모델링(BIM) 분야에서 특화된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공 전부터 발생할 수 있는 난시공 리스크 등을 예방하고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밖에 터널 굴착 기계(TBM) 등을 활용한 도로 지하화, 터널 공사 등 역량을 강화해 토목분야 혁신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 수행 노하우를 바탕으로 후속 사업단계인 시공 및 운영을 고려한 최적의 설계·엔지니어링 솔루션을 제공하며 EPC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신기술ㆍ수소사업' 시너지 노린다

이 대표는 공학도 답게 친환경 건설기술이나 현장 디지털화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역시 로보틱스 영역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2019년 건축주택지원실장 재직 당시 KT와 함께 스마트모빌리티 사업 협업을 체결하며 힐스테이트 아파트 내 공유자전거인 'H자전거' 시범도입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미래 모빌리티 개척에 속도를 내는 만큼 이러한 디지털 기술 관련 분야의 혁신 역시 이 대표가 새롭게 확대해나갈 영역으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산업용 착용로봇인 엑스블(X-ble) 숄더를 선보이며 건설 계열사와의 시너지 확대에도 나섰다. 향후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시공 현장에 투입돼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원전 전력을 연계해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에 착수하는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와 함께 수소생태계 구축에도 동참하고 있다. 올해 5월 전남 부안에 신재생에너지단지 착공에 들어갔다.

내년 준공 이후 수소 에너지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월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에너지 거래 시장 진출을 예고한 바 있다. 현대차 역시 수소생태계 구축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지난달 전라북도와 부안 신재생에너지단지 내 수전해 기술 실증 협력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 참여 윤곽이 드러났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