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선박 공격, 강력 메시지”→“공격 안했다” 두말하는 이란 관가…대내선전 탓?
美 ‘프로젝트프리덤’ 작전에 “강력 대응했다”며
“규칙위반 韓선박 공격, 물리력 집행 신호” 과시
HMM나무號 사고당일 인지한 통신 보도도 있어
프레스TV, 오늘 주한이란대사관 부인 성명 보도
“외부 논평일뿐” “軍 관여 안해”…의회도 해명
합의임박 이란, 강경파 달랠 對美적대발언 계속
![이란 국영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IRIB) 소유의 이란 국영 뉴스미디어 프레스TV가 5월 6일(현지시간) X에 게재한 전략 데스크칼럼 썸네일(미리보기) 이미지. [이란 ‘Press TV’ X 공식계정 게시물 갈무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7/dt/20260507204540141gymn.png)
이란 정권 국영 방송매체가 호르무즈 해협 아랍에미리트(UAE)측 수역에서 폭발 화재를 겪은 한국 선사 화물선 ‘HMM NAMU(나무)’호에 대한 자국군 공격 여부를 두고 ‘한입으로 두말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입장 혼선에도 한국에 대한 유감 표명은 생략됐다. 외국 선박 해협 탈출작전 방해로 미군을 패퇴시켰다고 합리화하는 대내용 선전에 치중한 탓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국영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IRIB) 소유의 국영 뉴스미디어 Press TV(이하 프레스TV)는 7일(현지시간) 주한이란대사관의 당일 성명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에 피해를 준 이번 사건에 이란군이 관여했다는 어떠한 주장도 강력히 부인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협 통행에 관해 자국 요구사항을 무시하면 “의도치 않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전날 성명과 같은 취지의 문구를 실은 것이다. 대사관은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등 안보 상황으로 인해 항행 조건이 달라졌다면서 “이 지역은 적대 세력과 그 동맹의 행동으로 인한 긴장 고조에 노출돼 있다”며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려면 관련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발령된 경고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며, 지정된 항로를 따르고 관련 당국과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도치 않은 사고’ 언급 뒤엔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해당 고려사항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해당 지역 항행이나 활동을 수행하는 당사자들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 이날 프레스TV는 지난 4일 폭발 화재를 겪은 우리 선박명을 ‘HMM MARU(마루)’호라고 오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불필요’ 발언은 부각시키며 관심을 보였다.
![해운사 HMM이 운용하는 파나마 국적 ‘HMM NAMU(나무)’호. [HMM 측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7/dt/20260507204541533ebfy.png)
이 가운데 프레스TV는 불과 하루 전 한국 선박 공격을 자인하는 듯한 논설을 실었단 점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매체는 6일자 <‘프로젝트 프리덤’, 이란의 비대칭 억지력 앞에 48시간 만에 좌초…트럼프 후퇴>라는 ‘전략분석 데스크’ 논설에서 “한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미국이 겪은 세번째 후퇴”라며 “페르시아만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해군 위협 시대가 사실상 끝났다”고 과시했다.
매체는 특히 “(미군의 상선 호위)작전이 시작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란군은 계산된 동시에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대응을 가했다”며 “또한 ‘이슬람공화국이 새로 설정한 해상규칙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겨냥한 공격’은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즉 이란은 자국의 주권적 권리를 ‘물리력으로 집행’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자평했다. 한국 선박 피격 의혹을 전략 과시 수단화한 셈이다.
이란 측은 사고 직후에도 이를 인지한 정황을 보인 바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최고지도자 친위 군사조직) 영향권의 보수파 준관영 타브나크 통신은 지난 4일 오후 11시25분쯤 27초 분량 ‘UAE 인근에서 피격된 선박 영상’을 보도하며 “해협 건너편, UAE 인근 해역에서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돼 화재가 발생한 한국 선박 중 한척으로 추정되는 선박의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HMM 측에 따르면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선박은 컨테이너선으로, 실존하는 일반화물선 HMM 나무호와 그 모양이 다르고 화재 규모와 양상도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는 같은 영상이 X에서 먼저 유포된데다 조작이 의심된다는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이란 군부로선 미군의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 방해 성과를 선전하려 진위가 불투명한 영상까지 동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프레스TV의 논설에 이란 측은 뒤늦게 선 긋고 있다.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이슬람자문회의(입법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은 7일(한국시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과 1시간 가량 화상 면담하며 “이란군이 공격하지 않았다. 이란 언론사의 보도는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주한대사관도 한국 언론에 “확인된 (공격)작전 기록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대사관은 “이란 국영 TV 보도는 외부 분석가의 논평일 뿐”이라며 “한국 선박과 관련된 해당 사건에 이란이 개입했단 사실을 확인해줄 그 어떤 공식적이고 검증된 정보도 전달받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민감한 지역 정세 속에서 언론의 추측과 검증되지 않은 주장은 신뢰할 수 있는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주의 깊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대변 성향 준관영 타브나크 통신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5월 4일 오후 11시 25분(이란 현지시간 오후 5시 55분) ‘아랍에미리트 인근에서 피격된 선박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피해 선박을 한국 선박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란 타브나크 통신 홈페이지 갈무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7/dt/20260507204542833kkag.png)
한편 이란 정권 측에선 대미(對美) 적대발언으로 ‘내부 강경파 달래기’ 여론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역린인 핵포기 가능성이 얽혀있어서다. 이란의 대미 협상대표인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슬람자문회의 의장은 7일(현지시간) X를 통해 “(트럼프의) ‘날 믿어봐’ 작전은 실패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가짜 악시오스’(Operation Fauxios) 작전을 벌이는군”이라고 한줄 촌평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의 6일(미 동부시간)자 보도를 ‘가짜’(faux·프랑스어)라고 비꼬았지만 그 내용까지 일일이 부정하진 않은 것이다.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우선 종전 선언한 뒤 30일간 이란 핵무기 개발 포기와 우라늄 농축 중단·반출, 대이란 제재 해제, 쌍방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점진적 해제 등을 협상한다는 14개 조항 1쪽짜리 양해각서(MOU) 도출에 근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같은날 미국 CNBC의 물음에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이란 준관영 ISNA 통신을 통해서도 “이란은 미국의 계획과 제안을 여전히 검토 중이며, 이란의 입장을 종합한 후 파키스탄 쪽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은 제안 전달 후 48시간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합의를 수용하지 않으면 폭격하겠다고 압박했다.
CNN에 따르면 미 동부 현지시간으로 7일까지 이란 측은 중재국 파키스탄에 답변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날 X에 “협상엔 선의가 필요하다. 협상은 단순한 논쟁도, 지시·기만·갈취나 강압도 아니란 뜻”이라며 대미 불만에도 협상을 이어갈 의지를 보였다. 혁명수비대도 프로젝트 프리덤 중단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침략자의 위협’이 사라졌다며 봉쇄 완화를 시사했다.
준관영 메흐르 통신 등에 따르면 비교적 온건파로 꼽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미 불신을 표명하며 “미국 측의 적대적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최근 사례는 협상 중 우리나라에 대한 두차례의 공격으로 사실상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국제법 틀 내에서 이란 국민의 권리 실현을 강조하면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경로를 진지하게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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