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솔린 엔진에 디젤 엔진용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점도만 같으면 상관없다는 흔한 오해와 달리, 디젤과 가솔린 엔진은 근본적으로 운용 방식부터, 주로 엔진이 회전하는 구간도 다르고 연료 분사압부터 다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오일 전문가 레이크 스피드 주니어는 가솔린 엔진에 디젤 오일을 사용하면 오히려 마모를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일 선택 기준에서 점도만 고려하는 것은 조금 안일한 생각이다. 제조사들은 각 연료 종류에 맞춰 첨가제를 조정하는데, 디젤 엔진 오일은 가솔린 엔진 오일보다 세정제 함량이 2배 가까이 높다. 이는 디젤 엔진이 작동 중 다량의 카본과 입자를 오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정제가 가솔린 엔진에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성능과 지향점, 매우 다르다
엔진 블로우는 남 일이 아니다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은 그 구조와 더불어 목표 성능과 지향점이 매우 다르다. 디젤 엔진은 통상 1,500~3,500rpm 사이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지만, 가솔린 엔진은 6,000rpm 이상의 고회전 영역을 사용하는 때가 있다. 이처럼 회전 영역이 다른 만큼 엔진오일이 견뎌야 할 조건 역시 차이가 크다. 이번 글의 핵심은 구성 성분 중 세정제가 메인이지만, 점도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디젤 오일은 저회전 토크 중심에 맞춰 점도를 설계했기에, 가솔린 엔진처럼 고회전 영역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 점도 유지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점도가 무너지면 윤활막이 얇아지고, 고속으로 왕복하는 피스톤이나 크랭크 샤프트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치명적인 엔진 마모를 유발할 수 있다. 흔히 '엔진 블로우'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 커넥팅 로드의 소손을 의미하기에 꼭 고려해야 할 요소다.

디젤용 오일, 세정제 다수 포함
엔진 부품 마모는 폐차 지름길?
점도뿐 아니다. 디젤 엔진용 오일에는 고농도의 세정제가 포함돼 있다. 이는 디젤 특유의 입자와 카본을 제거하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이 세정제가 오일 내 마찰 방지제와 경쟁 구도를 이루게 되면서 보호 능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가솔린 (또는 LPG) 엔진은 상대적으로 연소실에 카본을 많이 퇴적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세정제는 불필요한 화학적 부담을 줄 뿐이다.
실제로 레이크 스피드 주니어는 과거 Driven Racing Oil 재직 시절, 디젤 전용과 가솔린 전용 오일을 비교 테스트한 결과, 디젤 오일을 사용한 가솔린 엔진 부품에서 더 많은 마모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실험 당시 두 엔진 오일의 점도는 같았지만, 첨가제 설계 차이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던 셈이다. 엔진 주요 부품의 마모는 당연하게도 엔진의 회전 질감과 성능에 영향을 주며 종국엔 정상 구동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다. 심하면 수리 견적보다 폐차가 나을 수 있다.

과유불급, 엔진에도 해당
취급 설명서 꼭 읽어볼 필요성
가솔린 엔진에 디젤 오일을 사용하는 것은 선택 문제가 아니다. 점도표 하나만 보고 "같은 5W30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가는, 장기적으로 엔진 수명 단축이라는 뼈아픈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실제로 오랜 시간 차를 운용하는 차주의 특성이 있다면, 엔진 오일 또는 디퍼런셜 오일과 같은 기본 메인터넌스 관리를 잘했다는 것이다. 너무 과한 오일 / 연료 첨가제의 사용 역시 과유불급이다.
특히 고회전 중심의 운행이 많은 최신 가솔린 엔진 특성상, 올바른 첨가제 조합과 점도 특성이 맞는 전용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주행 성능을 유지하고 수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디젤 오일 = 강하다'는 단순한 믿음을 버리고, 차량 매뉴얼에 명시된 규격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제조사에서 괜히 취급 설명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