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눈 속에서 꽃이 핀다는 신라 최초의 천년고찰" 차 타고 바로 가는 풍경 좋은 사찰

한겨울 복숭아꽃이 피어난 신라의
첫 숨결 구미 도리사, 해동 불교의
발상지를 걷다

지난겨울 눈 내린 구미 도리사 /출처:구미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면, 낙동강을 굽어보는 태조산(일명 냉산)의 가파른 산등성이에 오르면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한 가람 하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신라에 불교의 씨앗을 처음으로 뿌린 도리사입니다. 신라 제19대 눌지왕 시절,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불교가 없던 신라에 포교의 기틀을 마련하며 세운 이곳은 '신라 최초의 사찰'이라는 위엄 있는 타이틀을 품고 있습니다.

한겨울 눈 속에서도 복숭아꽃(桃)과 오얏꽃(李)이 활짝 피어오른 기이하고도 상서로운 터에 자리 잡은 도리사는, 1,600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정갈하고 깊은 평온의 기록을 전합니다.

아도화상의 발길이 머문 기적의 터,
복숭아와 오얏의 서사

구미 도리사 /출처:한국관광공사 박성근

도리사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로 수행의 여정입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가파른 포장도로를 따라 엑셀을 힘껏 밟으며 올라가다 보면,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는 것일까" 하는 경외심 섞인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정상 부근에 닿아 차 문을 여는 순간, 가파른 경사 끝에 펼쳐진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은 그간의 노고를 단숨에 씻어줍니다.

구미 도리사 /출처:대한민국 구석구석

겨울꽃이 증명한 명당의 기운 전설에 따르면 아도화상이 수행처를 찾아다니던 중, 혹독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이곳이야말로 불법을 전할 천하의 명당"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절의 이름 또한 이 두 꽃에서 따온 것입니다.

신라가 불교를 정식 공인하기 약 70여 년 전부터 이미 이곳에는 부처의 가르침이 싹트고 있었습니다. 첩첩산중을 뚫고 불교를 전하려 했던 옛 선사들의 의지는 빛바랜 단청과 고목들 사이로 여전히 서늘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적멸보궁과 세존 진신사리, 침묵으로
전하는 가르침

구미 도리사 태조선 /출처:경상북도 공식블로그

도리사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적멸보궁을 만날 수 있는 성지입니다. 적멸보궁이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으로, 이곳 대웅전 격인 보궁 안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 법당 너머 사리탑에 모셔진 부처의 실제 유골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빚어낸 경건함 1976년, 세존 사리탑 보수 공사 중 발견된 금동육각사리함에서는 찬란한 세존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구미 도리사 석가세존사리탑 /출처:한국관광공사

당시 발견된 사리기는 8세기 중엽의 정교한 예술성을 인정받아 현재 국보 제208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사리를 모시는 보궁 앞에 서면 종교를 초월한 경건한 마음이 차오릅니다. 낡고 빛바랜 목조 건물의 문살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과 조용히 탑돌이를 하는 보살님들의 발걸음은,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살았던 진정한 평온이 무엇인지를 소리 없이 웅변합니다.

아도화상의 바위와 고인돌, 태고의
전설을 밟다

구미 도리사 아도화상 동상 /출처:경상북도 공식블로그

사찰의 중심부를 지나 아래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도리사의 모태가 된 첫 터가 나타납니다. 이곳에는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하기 위해 고뇌하며 수행했던 바위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소망이 쌓인 바위와 아픈 역사의 소나무 수많은 방문객이 자신의 소망을 담아 바위 틈새에 올려둔 동전들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갈망과 위로의 흔적입니다.

구미 도리사 소나무숲 /출처:경상북도 공식블로그

도리사 주변은 한때 울창한 소나무 숲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소나무를 모두 베어버린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상처를 딛고 다시 자라난 나무들과 2002년 건립된 아도화상의 동상은 신라 불교 초전법륜지로서의 자존심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방문객을 위한 이용 가이드

도리사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계단 /출처:한국관광공사

주소: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면 도리사로 526
운영 시간: 상시 개방 (연중무휴)
이용 요금: 입장료 무료

주차 정보: 사찰 상단과 하단에 전용 주차장 완비 (무료)
※ 경사가 매우 가파르므로 자차 이용 시 제동 장치와 안전 운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체험 프로그램: 템플스테이 운영 (사전 예약 및 문의 필수)
주요 볼거리: 적멸보궁, 화엄석탑(보물), 아도화상 동상 및 사적비, 세존사리탑
편의시설: 사찰 내 카페(차와 음악), 약수터, 화장실 완비
문의: 054-474-3737

구미 도리사 전망대 /출처:경상북도 공식블로그

도리사는 우리에게 '멍하게 있기 좋은 곳'이 되어줍니다. 산 아래의 소란함이 닿지 않는 해발 고지에서, 나무아미타불 가사가 섞인 잔잔한 멜로디를 들으며 마시는 약수 한 바가지에 마음의 갈증이 가십니다. 사리를 결석이라 부를 만큼 무던한 시선을 가진 이에게도, 혹은 간절한 소망을 품고 탑을 도는 이에게도 이곳의 공기는 공평하게 따스합니다.

이번 주말, 구미 태조산의 굽이치는 길을 올라 도리사의 고요함 속에 몸을 맡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겨울에 복숭아꽃을 피워냈던 그 상서로운 기운이, 당신의 지친 일상에도 예기치 못한 환한 꽃송이를 틔워줄 것입니다.

출처:양산시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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