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양자컴퓨터'를 들어보셨나요? 양자컴퓨터란 양자의 '중첩'과 '얽힘' 등 양자 기술을 이용해 계산하는 컴퓨터인데요. 기존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연산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 구글의 퀀텀 AI 연구팀은 양자컴퓨터의 오류 발생 빈도를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류율을 줄임으로써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는데요.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는 세상은 어떨지,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의 글로 확인해보세요!


오류율 줄인 양자컴이 불러올 세상
클립아트코리아

세계의 양자 기술 개발 경쟁이 뜨겁다.특히 미국과 중국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집중 투자하면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이런 가운데 구글이 양자컴퓨터 실현의 필수 단계인 ‘오류율’ 수정 기술을 개발하면서 상용화 길에 한 발짝 다가섰다. 이 기술은 무엇을 의미하고 양자 기술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을까? 또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까?

양자 기술이란 양자의 ‘중첩’과 ‘얽힘’을 이용하는 기술로, 양자컴퓨팅·양자통신·양자센싱의 기본이 된다. 현재 디지털 컴퓨터는 0과 1의 비트(Bit)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양자 중첩이라는 ‘큐비트(Qbit·양자비트)’ 단위로 0과 1 두 상태를 동시(01)에 표시한다.

예를 들어 2개 큐비트는 모두 4가지 상태(00, 01, 10, 11)를 중첩시키는 게 가능하고 3개면 8개(2의 3제곱), n개는 2의 n제곱만큼 가능하다. 이렇게 큐비트 수가 300개로 늘면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 수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처리가 가능해진다. 여러 상태에서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큐비트 수가 커질수록 연산 속도가 디지털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진다.


구글 ‘양자컴퓨터 오류율’ 수정 기술 구현…
활용 방안 무궁무진

연산 속도가 빠른 양자컴퓨터가 개발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먼저 암호화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다.암호화된 데이터는 해독이 불가능해 해킹할 수 없는 시스템이 되고 동시에 현행 암호화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다. 인터넷뱅킹 혹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우리는 암호화된 공인인증서를 통해 상거래를 한다. 이 공인인증서의 암호화 알고리즘을 디지털 컴퓨터로 풀 경우 300년이 걸린다면 양자컴퓨터는 단 100초 만에 가능하다.

또 신물질 합성과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암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료하기 힘든 질병을 완전 정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외에도 물류, 제조업, 인공지능(AI) 등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오류 발생률이 높고 제어가 어려워 상용화가 힘들다는 점이다. 큐비트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만 양자 상태를 유지하고 약간의 온도 변화나 작은 교란만으로도 얽힘과 중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구글의 퀀텀 AI 연구팀이 큐비트 수를 늘리면서도 오류 발생 빈도를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의 기술은 양자 프로세서에서 큐비트를 하나씩 처리하던 기존 방식과 달랐다. 72개 큐비트로 양자 프로세서를 만든 다음 하나는 17개, 또 하나는 49개 큐비트를 그룹으로 묶어 하나의 논리적 큐비트로 구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정보를 여러 큐비트에 나눠 일부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주변 데이터로 보정해 오류율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17개 큐비트 그룹에서는 3.028%의 오류율이 발생한 반면 49개 큐비트로 만든 프로세서에서는 2.914%의 낮은 오류율을 달성했다. 큐비트 수를 늘려도 오류율이 상승하지 않음을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해선 오류율이 1% 미만으로 떨어져야 한다. 연구팀은 오류율을 현재 100분의 1에서 1만 분의 1로, 앞으로는 100만 분의 1로 줄일 계획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후발주자 한국,
늦었지만 양자컴퓨터 자체 구축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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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를 계산기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이스라엘 등 주요 강국이 양자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현재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주도권을 쥔 나라는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을 앞세운 미국이다. 미국이 연간 쏟아붓는 양자 연구비는 2억 달러(약 2100억 원).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등 정부기관은 물론 구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지원한다.

구글양자컴퓨터 개발에서 세계적 선두주자다. 2019년 ‘양자우월성’ 구현에도 성공한 바 있다. 양자우월성은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산 성능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현존하는 양자컴퓨터 중 가장 많은 큐비트를 보유한 것은 2021년 11월 IBM이 공개한 프로세서 ‘이글’이다. 이글은 127개 큐비트를 활용한다. IBM의 최종 목표는 수천 큐비트를 가진 범용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범용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중국위성을 이용한 ‘양자통신’ 분야에서 단연 선두다. 2019년 1월 20일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 위성인 ‘묵자(墨子·Micius)호’를 이용해 7600㎞ 떨어진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빈 사이에서 무선 양자통신을 하는 데 성공했다. 또 약 2000㎞ 떨어진 베이징과 상하이 지역 간 암호키 전달에도 성공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긴 거리의 양자통신 성공 사례다. 중국의 목표는 디지털 컴퓨터보다 100만 배 이상 빠른 양자컴퓨터 개발이다. 2025년까지 ‘양자컴퓨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2018년부터 5년간 1000억 위안(약 18조 원)을 지원해 ‘양자정보과학 국가연구소’ 건설을 비롯한 양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우리는 연구실에서 10큐비트 이하의 양자컴퓨터 실험에만 성공한 수준이고 2026년쯤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자체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양자 기술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진 상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양자컴퓨터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는 우리에 기회이자 양자 기술을 육성할 최적기일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양자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고 10년간 1조 원의 투자를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월 19일(현지시간) 양자 부문의 세계적 연구기관인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을 방문해 석학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래 전략기술의 핵심인 양자 기술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뒷받침을 토대로 양자컴퓨터를 자체 구축해 한국의 미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