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우크라에 주력 탱크 지원 주저... 서방 분열 조짐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1. 2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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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국이 먼저 해라” “러시아와 관계 악화, 총대 못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10월 독일 북부 오스텐홀츠 연방군 훈련장을 찾아 훈련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숄츠 총리 뒤로 독일군 주력 탱크인 ‘레오파르트2’가 보인다. /AP 연합뉴스

독일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놓고 서방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레오파르트2는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등과 함께 서방이 보유한 3.5세대 최신 주력 전차다. 러시아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독일이 이 전차 지원에 계속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나토(NATO) 동맹국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등 서방의 단결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의 나토 동맹국, 한국과 일본 등 총 50여 국가 국방 당국자들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가장 중요한 의제는 독일산 레오파르트2 탱크의 우크라이나 지원 여부였다. 폴란드가 지난 11일 자국 보유 레오파르트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했고, 뒤이어 핀란드와 덴마크도 ‘합의’를 전제로 자국군이 사용 중인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레오파르트2를 생산해 수출한 독일이 동의만 하면 바로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회의 직전까지만 해도 레오파르트2 지원은 순조롭게 합의될 것으로 보였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가 지난 12일 “다른 나라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독일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혀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회의 후 기자 회견에서 “레오파르트2의 우크라이나 공급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참가국 간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며 상당한 의견 차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독일은 “미국이 먼저 주력 탱크(M1 에이브럼스)를 지원해야 독일도 따라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이 앞장서 주력 전차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승인하면 러시아와 맺은 관계에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에 대해 “M1 에이브럼스는 가스 터빈 엔진이라 우크라이나군이 쓰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의 구(舊)소련제 전차와 레오파르트2는 모두 경유(디젤) 엔진을 사용해 종전 보급선을 그대로 활용하면 된다. 그러나 M1 에이브럼스의 가스 터빈 엔진은 제트유를 쓰기 때문에 별도 보급선이 필요하다.

유럽 내 다른 나토 동맹국들은 실망과 우려를 나타냈다.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멈추거나 제한·축소하면 그동안의 수고가 모두 수포가 된다”고 지적했다. 우르마스 라인살루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독일은 유럽의 핵심 국가로, 우크라이나를 도울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독일을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도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르클레르) 지원을 검토하겠다”며 독일을 압박했다. 우크라이나는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서방의) 우유부단이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22일 “레오파르트2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며 “탱크 지원 승인 요청이 들어오면 막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진전된 태도를 보였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다음 날인 23일 “독일에 레오파르트2 공급 승인을 바로 요청하겠다”며 “하지만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우크라인들 “독일 탱크를 달라” - 23일(현지 시각)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우크라이나인 시위대가 독일산 탱크 레오파르트2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부터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뚫을 강력한 3.5세대 전차가 필요하다”며 M1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르드2 탱크 지원을 요청해왔다. 이 두 전차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을 막는 복합 장갑과 능동 방어 체계, 이동 중에도 정확한 사격이 가능한 디지털 사격 통제 장치, 전차와 부대가 적 정보를 공유해 합동 공격하는 최신 전장 정보 관리 체계 등을 갖췄다. 러시아군의 주력 T-80과 T-90 등 기존 3세대 전차를 압도하는 능력이다.

러시아는 동·남부 전선에서 공세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주 동부 돈바스의 격전지 솔레다르를 점령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지역에 공세를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서 더 유리한 전선과 위치를 확보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 전선 모두에서 패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이후 지금까지 전장에서 러시아군 병사는 총 12만160명이 숨졌다”며 “러시아군의 인해전술식 공격으로 지난 한 달 새 2만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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