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감독이 만든 156분을 도파민 터지게 한 세상에 없는 광기의 영화

'호프'리뷰: 장르의 경계를 부수며 전진하는 나홍진식 광기의 에픽, 영화 '호프'

나홍진 감독이 마침내 돌아왔다.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호프'는 그간 한국 영화계가 목격하지 못했던 거대한 야심이자, 동시에 나홍진이라는 창작자가 지닌 집착과 집념의 광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기묘한 결과물이다. 156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몰아치는 이 영화는, 한마디로 장르의 용광로이자 세상에 없던 독창적인 추격극이다.

집착의 미학, 156분을 압도하는 광기의 추격전

호프'를 지탱하는 가장 거대한 동력은 단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전개 방식'과 '엄청난 물량의 총기 액션'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에게 숨 돌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집요한 카메라 워킹과 편집은 인물들의 쫓고 쫓기는 궤적을 날것 그대로 포착해내며, 극 전체에 가공할 만한 속도감과 텐션을 부여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총기 액션의 물량과 타격감은 장르 영화 마니아들의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하다.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 한복판에서 느껴지는 물리적 압박감은 감독이 매 장면 얼마나 치열하게 시각적·청각적 리얼리티를 조율했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광기 어린 추격전이야말로 156분이라는 물리적 시간을 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만의 독보적인 무기다.

장르의 변칙적 변주, 코미디에서 SF 에픽 서사로

'호프'가 지닌 가장 의외의 지점은 장르가 수시로 바뀌는 카멜레온 같은 전개 방식에 있다. 전작들에서 묵직하고 어두운 스릴러의 정점을 보여주었던 나홍진은, 이번 작품에서 뜻밖에도 '코미디'를 서사 사이에 과감하게 침투시킨다. 극적인 긴장감 속에서 툭툭 터져 나오는 이 의외의 유머들은 극의 완급을 조절하는 동시에, 영화가 지닌 괴이한 활력을 배가시킨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후반부의 도약이다. 팽팽한 추격극과 변칙적인 장르 변주를 거친 영화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거대한 'SF 에픽 서사'로 그 체급을 확장한다. 시골 마을의 국지적 사건처럼 시작된 이야기가 우주적이고 근원적인 서사로 뻗어나가는 광경은 기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들의 의외의 외계인 연기는 신선한 충격이다. '호프'가 외계인을 다루는 방식은 기존 할리우드 SF 영화의 전형적인 문법을 완전히 비껴간다. 미지의 존재를 지극히 한국적인 공간과 정서 속에 기괴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체화시킨 연출력은 이 영화를 '세상에 없는 영화'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명확한 호불호, 빛과 그림자

그러나 '호프'는 찬사와 탄식인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강력한 전반부에 비해, 시각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CG의 한계와 연출적 과부하

영화의 단점으로 지적될 만한 부분은 단연 CG의 완성도다. 후반부 거대한 SF 서사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노출되는 일부 CG의 미숙함은, 감독이 구축해 놓은 팽팽한 몰입도를 순간적으로 깨뜨리는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칸 영화제 상영 버전보다 이번 시사회 버전이 상당 부분 보완되었다고는 하나, 보는 이에 따른 호불호는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일정한 패턴으로 몰아치는 추격극의 전개 방식과 관객의 진을 빼놓는 특유의 고조된 텐션은, 누군가에게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로감을 유발하는 힘겨운 여정이 될 수 있다.

더불어 결말부에 배치된 후속편을 암시하는 여운은 다소 엇갈린 감상을 남긴다. '추격자', '황해', '곡성'이 남겼던 그 처절하고 완벽한 닫힌 결말 혹은 맥이 탁 풀리는 듯한 근원적인 파멸의 여운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번 '호프'의 마무리 방식은 다소 매끄럽지 못하거나 아쉽게 다가올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홍진이 펼쳐놓은 이 거대한 세계관이 어디로 향할지 서사적인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호프'는 나홍진이라는 시네아스트가 지닌 장르적 집착이 헐리우드의 자본, 그리고 SF라는 미지의 영토와 만났을 때 발생하는 폭발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술적인 결함과 전개의 과잉이라는 명확한 단점을 안고 있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의 압도적인 장르적 쾌감과 야심을 품고 있다.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히려는 이 미친 연출가의 시도는 그 자체로 목격할 가치가 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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