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재준처럼, 빌런이 사랑한 명품 체어 #1

얼마전 파트 2가 공개되며 다시금 화제를 몰고 온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잘짜여진 복수극 전개와 개성있는 배우들의 열연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악역 중 한 사람이 재준의 공간. 오로지 '갑'의 삶만 살아왔던 재준을 비롯, 부와 취향을 지닌 영화와 드라마 속 빌런들은 어떤 가구에서 자신만의 검은 세상을 완성했을까?
출처 : Allets
부와 고급취향을 갖춘 전재준의 가구

현재의 인기만큼이나 두고두고 회자될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고등학교 시절 잔인한 학교폭력으로 심신이 붕괴되었던 주인공이 인생을 걸어 준비한 복수극이 사이다처럼 시원한 결말을 맞았다. 온갖 ‘떡밥’을 다 회수한 치밀한 극본과 배우들의 열연만큼이나 세세한 디테일도 돋보였다. 공간과 소품 세팅을 총칭하는 프로덕션 디자인 역시 그러했는데, 이 가운데 시선을 붙잡은 것은 학폭 무리 중 하나인 전재준의 집과 패션 멀티숍. 타고난 부를 통해 취향까지 자연스레 단련된 재준의 공간에는 어떤 가구와 소품이 놓였을까?

패션과 인테리어에 관심 많은 재준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 공간 @Netflix 더 글로리

재준의 집에 들어서면 늘 보이는 소파와 체어. 한국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 시글로(Siglo) 제품으로 알려진 이 소파는 강렬한 색감과 장인의 카피토네 기법(둥근 단추나 스터드를 활용해 사각형 혹은 마름모꼴로 주름을 잡는 고전적인 기법)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표출한다. 적녹색약을 앓고 있는 재준이기에 제 색을 잘 인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긴 하지만(녹색에 가까운 청록도 무채색으로 인지한다고). 디자인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소파 앞에 자리한 디자인 체어에 눈길이 갔을 것이다. 이 의자의 오리지널은 모더니즘의 선구자인 건축가 겸 디자이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1927년에 디자인한 ‘MR 체어’. 놀(Knoll)에서 생산한 이 의자는 금속관을 디자인에 도입하기 시작한 초기 제품으로, 19세기 흔들의자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이 의자는 놀(Knoll)에서 다양한 리프로덕션 제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알렛츠에서 만날 수 있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가구
출처 : Knoll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MR 사이드 체어 암레스 카우하이드 슬링 라이트 브라운’. 놀(Knoll) 제품.

출처 : Knoll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체어의 데이 베드 버전. 볼로 레더 모델. 놀(Knoll) 제품.

캐릭터를 완성하는 가구의 힘

영화와 드라마의 완성도는 디테일에서 판가름 난다. 특히 프로덕션 디자인은 의상만큼이나 캐릭터 구축의 중요한 요소를 담당한다. 영화 속에서 부와 권력을 지닌 빌런의 공간 인테리어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가구 가운데 월등히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1인용 체어다. 의자의 각 요소를 살펴보라. 머리부터 팔과 다리, 몸통까지 인간의 형상과 닮은 의자는 앉는 이의 부와 사회적 위치뿐 아니라 평소 성격과 숨겨진 내면까지 드러낸다. 의자는 다른 배역보다 매력적인 악인을 표현하는 데 압도적인 쓰임새를 보여준다.

영화 <크루엘라> 중 바로네스 남작 부인의 라운지 룸과 크루엘라의 아지트. 기득권과 반항아의 분위기를 각각 형성한다 @크루엘라

오랫동안 축적된 부와 명예를 지닌 귀족 가문의 빌런들은 대체로 20세기 이전의 클래식 가구를 배경으로 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 속 악당인 크루엘라 드 빌을 주인공으로 만든 실사 영화 <크루엘라>(2021)를 떠올려보자. 빌런 위의 빌런, 크루엘라의 친모이자 런던 패션계를 쥐고 흔드는 바로네스 남작 부인의 고풍스럽고 호사스러운 공간은 그녀의 견고한 권력을 드러낸다. 1950년대 디올 하우스에서 모티브를 딴 사무실에 놓인 클래식한 롱 라운지 체어가 대표적. 이에 반해 크루엘라는 변화와 반항의 에너지가 가득했던 1970년대 빈티지 로프트에서 기존 권력을 전복하려는 야망을 품는다.

EDITOR 정성진(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