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ow] 바다 위 가스 '부글부글'..해저 가스관 고의 파괴?

신정연 hotpen@mbc.co.kr 2022. 9. 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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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트스트림 3곳 가스 누출‥"의도적 파괴" >

덴마크 동쪽 발트해의 보른홀름 섬 인근.

해수면 위로 거품이 부글부글 솟아오릅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의 발트해 해저관이 지나는 곳인데요.

하루 사이 가스관 3개가 잇따라 망가지며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스웨덴과 덴마크 정상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파이프 근처에서 강력한 폭발이 감지됐다며 이번 사고는 누군가의 도발로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방도 이번 가스 누출 사고가 러시아 소행이라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해저 가스관에서 누출사고 자체가 드문데다 여러 가스관에서 거의 동시에 사고가 난 것은 누군가의 의도적인 파괴 행위가 있지 않은 한 벌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러시아는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서방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에 가스공급을 줄이는 등 에너지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해 왔습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점검을 위해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한 뒤 점검 완료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갑자기 "누출이 발견됐다"며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했습니다.

만약 러시아 소행이라면, 그 이유를 두고 의문이 생깁니다.

이들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긴 하지만 현재는 모두 공급이 끊긴 상태로 당장 러시아에 실익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공급을 무기한 중단한 것 외에도, 노르트스트림-2는 준공은 됐지만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사용승인을 하지 않아 가동된 적이 없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가스누출이 러시아 소행이 맞는다는 가정 아래 러시아가 굳이 지금 가스관을 파괴한 것은 겨울을 앞두고 인근의 다른 유럽 가스관에 위협을 주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 유럽의 새로운 천연가스 공급자 '노르웨이'‥정체불명 드론 위협 >

27일은 공교롭게도 노르웨이와 폴란드를 잇는 새 가스관 `발틱 파이프`가 개통한 날입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발틱 파이프가 노르트스트림-2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가스관은 노르웨이에서 덴마크와 발트해를 거쳐 폴란드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데, 폴란드가 가스 공급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추진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이 이젠 대체 공급처를 찾고 난방 부담이 있는 겨울이 오기 전에 가스비축량을 늘리려는 행보와 맞닿아있습니다.

노르웨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를 대체해 유럽의 주요 천연가스 공급자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가스누출 사건을 러시아가 계획한 게 맞다면 자신들이 코너에 몰렸을 때 노르트스트림뿐만 아니라 발틱 파이프에도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노르웨이 연안 에너지 시설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나타난다는 제보가 잇따르자 현지 석유안전청이 관련 기업에 경계 강화를 당부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 잠수함 부대 동원? 수중 드론으로 파괴? >

러시아가 이번 일을 어떻게 했는지를 두고도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러시아가 해저 임무에 특화된 잠수함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는 북대서양 해저케이블 주변에서 활동하며 해저 기간시설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텔레그래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이 잘못될 경우 초래될 외교적 후과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일에 잠수함 부대를 동원할지는 의문이라고 봤습니다.

자율무인잠수정이나 폭발물을 장착한 수중 드론도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여건상 쉽지 않습니다.

드론은 잠수함 같은 곳에서 발사돼야 하는데, 발트해는 수심이 비교적 얕고 교통 밀도도 높다 보니 실제 활동이 이뤄졌다면 이미 발각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몇 개월 전에 설치한 기뢰가 지금 터진 듯" >

이런저런 가능성을 제외하면 러시아가 예전에 바다에 설치해 사전 프로그래밍한 기뢰가 이때 폭발한 것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어쩌면 몇 달 전 전 세계가 다른 곳에 관심이 쏠려있을 때 러시아 잠수함이나 어선, 올리가르히 요트 등이 가스관의 지점 3곳 가까이에 물체를 투하하고 떠났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군 소식통을 인용해 위장된 상선으로부터 은밀히 매설된 기뢰가 며칠 또는 몇 주 뒤 폭발한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불안감을 증폭시키려는 목적으로 이번 일을 했지만, 사실은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서방은 이번 일로 파손된 가스관은 러시아의 자산이기도 하다고 강조합니다.

노르트스트림-1의 지분 51%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이 갖고 있고 노르트스트림-2도 가스프롬의 스위스 소재 자회사가 보유 중입니다.

애초에 러시아 자산이기에 이번 일이 러시아의 무력 도발로 드러난다고 해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 서방의 군사 대응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신정연 기자 (hotpe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2/world/article/6412099_356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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