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자. 손흥민 선수가 과연 이적할 것 같아요?"
최근 계속 듣고 있는 질문이다. 가깝게는 친동생부터 시작해 친구들, 지인들, 사돈의 팔촌, 여기에 각종 SNS의 DM으로 질문이 쇄도하곤 한다.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인터넷에만 들어가면 손흥민의 거취, 혹은 미래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기사들에 따르면 이미 손흥민은 사우디(혹은 튀르키예)에서 뛰고 있는 선수다. 정보의 홍수 속이다.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난 필자에게 더 확실한 정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잘 모르겠어요. 지켜보자고요."
이게 필자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답이다. 명쾌한 답을 원하는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대답이기는 하다. 어쩔 수 없다. 손흥민을 가장 최근에 믹스트존에서 만난 것은 5월 말이다. 그 이후 더 이상의 정보는 없다.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는 한다. 그러나 들리는 이야기마다 다 다르다. 서로 팩트들이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대부분의 이야기는 두 세 다리 건너 나온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기저에 깔아두고 여러가지 정보를 흘리곤 한다. 때문에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손흥민의 '이적 루머'를 놓고 각 이해 당사자들이 처한 현재 상황과 그들이 바라는 현실을 탐구하고 알리는 것이다. 이를 따라가다보면 조금 더 이번 이슈를 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단! 경제적인 관점(이익 극대화)만을 가지고 상황을 분석해본다.

#토트넘의 상황
토트넘은 축구 클럽이다. 동시에 기업이다. 이윤 추구가 최우선이다. 손흥민의 이적과 관련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정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볼 수 밖에 없다.
오로지 경제적인 관점에서 토트넘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토트넘은 2015년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3000만 유로를 레버쿠젠에게 줬다. 10년이 지났다. 현재 손흥민의 시장 가치는 2000만 유로(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이다.
1992년생 손흥민은 만으로 33세이다. 정상적인 시장 아래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가치가 올라가기 어렵다. 더욱이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은 딱 1년 남았다.
토트넘으로서는 정상적으로 이적료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손흥민과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처지이다. 정상적인 유럽 구단들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 1년 남은 손흥민을 비싸게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과의 재계약은 그의 주급도 올려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 시즌 후 이적을 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러가지 변수로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런데 '큰손(혹은 호구)'가 등장했다. 사우디 클럽들이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뒤를 받치고 있는 이들은 돈을 쓰는 데 거리낌이 없다. 수익을 창출할 이유도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위대한 지도자(혹은 독재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의 이미지만 깨끗하게 해주면 된다. 이를 위해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영입해 사우디의 이미지를 개선해나가고자 한다. 알 힐랄이 당시 31세의 네이마르를 데려오면서 9000만 유로를 지불한 것, 알 아흘리가 32세의 리야드 마레즈 영입에 시장 가격보다 훨씬 높았던 3500만 유로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사우디 클럽들에게 손흥민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한 이적료로 4000만 유로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작가격일 뿐이다. 협상 진행에 따라 더욱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셈에 밝은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으로서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이다. 어차피 현 시점에서 유럽 구단에 팔아봐야 1500만에서 2000만 유로 정도(어쩌면 그 이하)의 이적료만 기대할 수 있다. 팔지 않고 계약을 연장한다면 손흥민의 연봉(현재 추정치 1142만 유로) 그 이상을 더 써야 한다. 반면 지금 시점에서 손흥민을 사우디 클럽에 5000만 유로 혹은 그 이상으로 판매할 수 있다면 최소 3000만 유로 이상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오롯이 경제적인 관점만 바라본다면 토트넘에게 정답은 '사우디에 매각'이다.

#손흥민의 상황
손흥민은 여유롭다. 6월 월드컵 예선이 끝난 후 손흥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겨보자"고만 말했다. 이적과 관련된 상황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가 타는 쪽은 토트넘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보자. 손흥민이 '주급'을 획기적으로 올리려고 한다면 올 시즌 사우디로 갈 이유가 전혀 없다. 손흥민에 대한 사우디의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단순한 '월드클래스급' 선수가 아니다. 사우디 클럽들이 손흥민을 원하는 것은 '월클' 실력과 함께 '아시아 대표 선수'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한 시즌 늦는다고 해도 여전히 손흥민을 원할 것이다.
자유계약으로 간다면 '주급 인상' 측면에서 훨씬 더 이점이 있다. 영입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이적료를 아낄 수 있다. 이 때 이적료의 일부분을 주급으로 돌릴 수 있다. 더욱 높은 주급 인상률을 기대할 수 있다.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로베르토 피르미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맨유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자유 계약 신분으로 사우디로 향했다.
또한 시간을 끌더라도 손흥민에게 유리하다. 올 시즌 이적하지 않고 계속 잔류할 뜻을 내비친다면 토트넘으로서는 계약 연장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다. 주급 인상과 함께하는 계약 연장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경제적인 관점만을 본다면 손흥민에게 정답은 '토트넘 잔류'이다.
#현실적 고려 사항들
여기까지 오로지 경제적인 관점에서 현재 상황을 분석해보았다. 토트넘에게 답은 '사우디에 매각'이다. 반면 손흥민에게 답은 '잔류'이다.
현실적인 고려 사항들이 여기에 가미된다. 첫번째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있다. 손흥민에게 크게 작용할 수 있는 변수들이다. 다음 시즌 토트넘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다. 별들의 전쟁.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이다. 손흥민에게 2025~2026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커리어 상 마지막 대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 누구보다도 이번 대회에 참여하고, 후회없이 마무리하고자하는 열망이 클 수 있다.
개인 기록도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 통산 173골을 기록하고 있다. 토트넘 통산 5위이다. 2골만 더 넣으면 4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선수라면 개인적으로 욕심내볼만 하다.
토마스 프랑크 감독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프랑크 감독은 토트넘이 낯설다. 팀 내 입지도 약하다. 팀에 빠르게 녹아들기 위해서는 베테랑 선수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팀 내 영향력이 막대한 손흥민과 척을 지기 힘들다. 냉정하게 말해서 프랑크 감독 입장에서는 첫 시즌 실패하더라고 손흥민을 내치고 실패하는 것과 손흥민을 포용한 채 실패하는 것. 그 후폭풍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프랑크 감독은 브렌트포드에서도 주축 선수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리빌딩을 해왔다. 베테랑과 주축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팬들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손흥민은 팀을 위해 10년간 헌신했다.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레전드이다. 레전드를 돈을 위해 헌신짝 취급한다면 팬들의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레비 회장에 대한 팬들 사이 평판은 최하등급이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언론의 일방적인 분위기 조성
하나 재미있는 지점은 영국 현지 언론들의 논조다. 대부분 '손흥민 매각'을 기정사실화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왜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언론의 특성상 취재원이나 취재원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인물이 한 마디만 하면 기사화한다. 팩트 체크를 하기는 한다. 다만 이적 기사로 도배되는 여름 이적 시장 기간에는 팩트 체크도 약할 수 밖에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귀동냥'한 이야기들이 기사가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사가 된다면 클릭수도 얻어올 수 있다. 언론에게 클릭수는 돈이다.
여기서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손흥민의 매각'을 원하는 집단들이다. 이들이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다. 다만 현재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면 이들의 '언론 플레이' 가능성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손흥민 매각'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들을 이곳 저곳에 흘리면서 이들이 얻을 이점은 확실하다. 언론을 통해 손흥민 매각을 대세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매각을 반대하는 쪽의 의지를 꺾는다면 매각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
그러면 금전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적료가 될 수도, 이적료에 따르는 여러가지 수수료가 될 수도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여러가지 사실들이 혼재되어 있다. 혼돈의 상황이다. 기다려보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프리미어리그의 이적 시장은 9월 1일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