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증상 진행을 늦춘다?

잠재력은 충분, 쐐기를 박을 추가 연구 계획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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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에 사용되는 치료제가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 중 하나인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춰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툴루즈 대학병원의 연구진은 현지시간으로 4월 3일 이와 같은 내용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을 통해 발표했다.

당뇨병과 파킨슨병, 서로 연관성이 있다

툴루즈 대학병원 연구진이 실시한 임상시험은 당뇨 환자가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선행 연구에 기반해 이루어졌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당뇨 증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파킨슨병 발병 가능성이 약 40%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당뇨병과 파킨슨병을 함께 앓는 환자는 증상 진행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임상시험은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양상을 가진 파킨슨병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당뇨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릭시세나타이드(lixisenatide)’를 사용했으며, 환자 절반은 실제로 릭시세나타이드를 복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가짜 약을 복용해 대조군으로서 결과를 도출했다. 12개월 동안의 복용 결과, 가짜 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병이 더 진행됐으며 릭시세나타이드를 복용한 환자들은 파킨슨병 증상이 더 진행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파킨슨병은 말하기, 먹기, 걷기 등 일상적인 행동에 대해 일정한 기준에 따라 행동평가 수행점수를 측정함으로써 증상의 정도를 파악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가짜 약을 투여받은 그룹은 행동평가 수행점수가 3점 가량 증가한 반면, 릭시세나타이드를 투여받은 그룹은 점수에 변화가 없었다.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임상시험 종료 후 다른 약물 치료를 중단했음에도 약 2개월간 증상이 진행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남으로써 투약 효과가 분명히 있음을 보여줬다.

파킨슨병, 당뇨 치료제로
진행 늦출 수 있는 이유

본래 릭시세나타이드는 피하주사 방식으로 혈당을 낮추기 위해 사용되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다. 우리 몸에서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호르몬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그리고 GIP(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를 꼽을 수 있다. 이 둘을 가리켜 인크레틴(increti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GLP-1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릭시세나타이드는 이러한 GLP-1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약물이다.

파킨슨병은 소위 ‘알파 시누클레인 병증’으로 불리는 퇴행성 뇌 질환 중 하나로,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신경세포에 축적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뇌세포 사이의 신경 전달을 돕는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는 대신 세포에 축적됨으로써 이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릭시세나타이드를 비롯한 GLP-1 수용체 작용제가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췄다는 건,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에 쌓이는 것을 늦추었다고 연결지어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모든 종류의 GLP-1 수용체 작용제에 기대할 수 있는 공통된 효과는 아니다. 파킨슨병은 어디까지나 뇌의 퇴행 질환이기 때문에, 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제의 약물들은 GLP-1 수용체 작용제에 속하더라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확정은 아직 이르다,
신중한 접근 필요

다만, 이번 임상시험의 결과에 대해 확정짓기는 이르다. 우선 릭시세나타이드를 복용한 환자 그룹 중 메스꺼움이나 구토 등 부작용을 겪은 사례가 있다. 이는 GLP-1 수용체 작용제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작용에 속한다.

또한, 임상시험 기간으로 설정된 12개월보다 더 오랫동안 복용할 경우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파킨슨병의 증상이 다른 환자들에게도 같은 작용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남아있다. 즉, 임상시험 참가 그룹에 속한 환자들에 비해 경미하거나 확실하게 심한 파킨슨병 환자에게도 똑같이 진행속도를 늦추는 작용을 할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릭시세나타이드가 파킨슨병 진행을 늦추는 작용 원리는 무엇인지, 또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최적의 복용량과 복용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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