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가 없던 시절, 우주선의 궤도를 손으로 계산해 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름조차 남지 못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의 숨겨진 천재들을 스크린으로 불러낸 실화 영화, 히든 피겨스입니다. 국내에서는 조용히 시작해 입소문만으로 역주행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계산원이라 불린 천재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이 배경입니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을 지닌 캐서린 존슨과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 관리자 역할을 도맡던 도로시 본. 세 사람은 나사에서 일하면서도 인종과 성별이라는 벽에 매일 부딪힙니다.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쓰기 위해 건물 밖으로 한참을 뛰어야 했던 일화는 이 영화의 상징적 장면입니다. 세 사람이 나눠 갖는 우정과 연대 또한 이야기의 든든한 축입니다.

분필 한 자루로 증명한 실력
영화가 통쾌한 이유는 이들이 결국 실력으로 벽을 넘기 때문입니다. 칠판 가득 수식을 써 내려가며 궤도를 계산해 내는 장면, 컴퓨터 도입 앞에서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익혀 팀을 구하는 장면 등이 이어집니다. 차별을 규탄하는 대신 묵묵히 결과로 답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과장 없이 담백하게 그려진 점이 특히 호평받았습니다.

입소문이 만든 역주행
국내 개봉 당시 히든 피겨스는 대형 배급작에 밀려 조용히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본 사람마다 호평을 쏟아내며 20만, 40만 관객을 차례로 돌파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으로 상영 기간 내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켰는데, 스크린 수가 많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었습니다. 개봉 초 예상을 뛰어넘은 흥행으로 입소문 파워를 증명한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도 주목했다
세 배우의 연기와 이야기의 힘은 시상식에서도 인정받았습니다.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가 나란히 주목한 작품으로, 타라지 P. 헨슨을 비롯한 배우들은 실존 인물의 삶을 존중하는 절제된 연기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실제 아폴로 계획과 우주 비행의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용기가 필요한 날에 보기 좋은 영화
부당한 상황에서도 자기 자리를 지켜 낸 사람들의 이야기라, 보고 나면 이상하게 힘이 납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와 리듬을 잃지 않아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도 좋습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용기의 메시지를 얻어 갈 수 있는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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