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본의 군사전문가인 '기요타니 신이치'가 2025년 1월 29일에 일본 언론에 기고한 글을 번역한 글입니다. 내용이 길어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작성했습니다.

최근 일본 방위성은 방위산업 진흥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방위산업 진흥을 위해 996억 엔의 예산을 집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일본 방위산업의 문제는 동일한 분야에서 여러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작은 회사들이 많으면 비용은 높아지고 성능과 품질은 낮아집니다.
하지만 방위성은 이런 회사들을 통합하여 생산 효율을 높이고 매출을 늘려 산업 체질을 개선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핀란드 파트리아의 AMV XP 장갑차 라이센스 계약
핀란드 국영 방위사업체 파트리아 그룹이 일본 제강소(Japan Steel Works)와 일본에서 AMV XP 8X8 차륜형 장갑차 제작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발표했습니다.
일본 제강소는 파트리아 그룹의 지원을 받아 일본 육상자위대용 차기 차륜형 병력수송장갑차(Wheeled Armored Personnel Carrier, WAPC)로 선정된 AMV XP 8X8 차륜형 장갑차를 생산하게 됩니다.

자위대는 일부 무기를 제외하고 그동안 소량이지만 자국 제품을 선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개발 난이도가 낮은 차륜형 장갑차를 국제 경쟁 입찰을 거쳐 외국제 제품을 선정한 것에 대해 많이 이들이 놀랐었습니다.
일본 방위성이 파트리아의 AMV XP를 선정한 것은 내부적 이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19년 2월, 96식 차륜형 장갑차를 대체할 예정이던 경장갑차량(LAV)를 개발하던 고마쓰(Komatsu)가 2017년 회계연도부터 개발을 포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고마츠는 개발 포기 이유로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충족할 엔진 개발 비용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미쯔비시 중공업(MHI)이 대체 사업용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일본 방위성은 국제 경쟁 입찰을 결정했습니다.
경쟁에는 미쯔비시 중공업의 16식 기동전투차(MCV) 기반 차륜형 장갑차, 미국 제너럴다이나믹스랜드시스템(GDLS)의 LAV 6.0 8X8 차륜형 장갑차, 그리고 핀란드 파트리아의 AMV XP 8X8 차륜형 장갑차가 참여했습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2022년 12월 핀란드 파트리아의 AMV XP가 선정되었습니다.
코마쓰의 장갑차 사업 철수와 그 여파
저는 2014년에 코마쓰의 장갑차 사업 철수를 예견했었습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2019년에 코마쓰는 장갑차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 다른 예언을 하자면, 일본제강소는 내년부터 차기 장륜장갑차로 채택된 핀란드 파트리아사의 8륜 장갑차 AMV의 라이센스 생산을 시작하지만,
이 회사(일본제강소)가 장갑차 사업에 새롭게 참여함으로써, 이미 좁은 일본 국내 시장에서 기존 업체들과의 과다 경쟁이 발생하여 결국 일본의 전체 장갑차 산업이 공멸하게 될 것입니다.

2019년까지 일본에서 자위대용 장갑차량을 생산하던 곳은 미쓰비시중공업, 코마쓰, 그리고 히타치였습니다.
코마쓰가 탈락하면서 결과적으로 사업의 통폐합이 이루어졌지만, 일본제강소의 참여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게다가 일본 방위성은 매출이 적고 거의 붕괴 상태였던 히타치를 구하기 위해 성능이 낮고 경쟁사보다 몇 배나 비싼 히타치의 장갑 도저를 조달하여 히타치의 장갑차 사업 연명을 도모했습니다.
재무성의 반대와 방위성의 안일한 대응
일본 재무성은 이 라이센스 생산에 반대했습니다.
제조업체의 수가 다시 늘어나면 방위성은 각 업체의 생산라인을 모두 유지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장기간에 걸쳐 소량 생산이 이루어져 비용은 높아지고, 오랜 생산 기간 동안 기술은 노후화됩니다.
또한 여러 업체가 같은 연구를 중복해서 하므로 연구개발비도 3배로 늘어납니다.
반면, 조달 기간을 30년에서 5~10년으로 단축하면 생산 효율이 크게 향상됩니다.
그러면 협력업체의 수익이 증가하고, 설비와 인력에 대한 투자 여력도 생깁니다.
이는 작은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대형 주계약업체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더구나 AMV가 선정됐을 때 일본내 라이센스 생산 사업자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방위장비청과 육상자위대 총참모부는 누가 일본에서 AMV를 생산할지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일본 내 생산 비용과 유지보수 시스템이 완벽히 준비된 것처럼 AMV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매우 부실한 결정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누가 일본내에서 생산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AMV를 후보에서 탈락시켰어야 했습니다.
또한 파트리아사의 대리점인 NTK인터내셔널사 역시 소규모 전문 상사로 장갑차량 관련 실적도 없습니다.
연간 수백억 엔이 되는 AMV 조달을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AMV 채택이 결정된 후 방위 대기업인 스미토모 상사가 관여하게 되었고, 일본제강소가 제조를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게다가 육상막료감부의 인식은 너무 안일합니다.
국산화율 98%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AMV에 탑재되는 스웨덴 스칸니아사의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타이어, 유압 관련 등의 주요 부품은 모두 수입이며, 이들 부품들은 빠르게 국산화를 실현할 수 있는 부품들이 아닙니다.
일본 장갑차 산업의 암울한 현실
일본제강소는 AMV 라이센스 생산을 위해 이전에 코마쓰에서 장갑차 사업을 하던 인력과 협력업체들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는 마치 이미 철수한 코마쓰의 장갑차 사업이 좀비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과 같습니다.
한편 업계 최대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15년 전만 해도 미쓰비시중공업의 사가미하라 공장에는 120명의 장갑차 전문가가 일했지만, 지금은 단 40명 정도만 남아있고 신입 직원도 충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제강소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면서, 미쓰비시중공업은 더 이상 대규모 설비 투자나 인력 확충을 할 여력이 없어졌습니다.

재무성이 라이센스 생산에 반대한 것은 이러한 방위성의 엉성한 시스템에 대한 불신감도 배경에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2024년도 예산에서 재무성은 라이센스 생산을 위한 초도비 158억 엔을 인정했지만, 재무성은 이 금액을 수입에 사용한다면 집행을 허가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후 일본 방위성과 재무성의 고위급 협상이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재무성이 꺾여 일본내에서 AMV의 라이센스 생산이 결정되었습니다.
제가 취재한 바로는, 그 배경에는 일본제강소에 낙하산으로 내려온 육상자위대 퇴직 장성이 후쿠오카현 출신의 의원(그 후 낙선)에게 호소하여, 재무성에 압력을 가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