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레드백, 호주 수출 최종 확정…3조 원대 수주로 ‘역대급 방산 수출’ 성사
한국형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Redback)’이 호주 수출을 최종 확정 지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 원대 대형 방산 수출을 이끌어냈다. 이는 민간 주도 개발 무기가 서방 선진국의 무기 시장에서 주요 수출 성과를 거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호주와 3조1500억 원 계약 체결…129대 납품 예정
방위사업청은 6월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법인(HDA)과 호주 국방부 산하 획득관리단(CASG)이 레드백 장갑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총 129대, 24억 달러(약 3조1500억 원) 상당이다. 이는 한국 방산 수출 역사상 단일 장갑차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로, 호주군의 ‘랜드400’ 3단계 사업의 결과다.
레드백은 승무원 3명과 보병 8명 등 총 11명을 수송할 수 있는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로, 차세대 방호·전투 시스템을 탑재한 5세대 무기체계다. AESA 레이더 기반의 능동방어체계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전방위 시야 제공 헬멧 ‘아이언 비전(Iron Vision)’ 등을 갖췄다.

세계적 경쟁 속 한국산 무기 '첫 직격승'
호주군 랜드400 3단계 사업은 자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장갑차 획득 사업이다. 경쟁에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방산 강국이 참여했고, 레드백은 최종적으로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와 경합 끝에 승리했다.
이번 수주는 K9 자주포나 K2 전차처럼 군이 이미 운용해 성능이 검증된 무기가 아닌, 한화가 자체 개발한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낸 첫 사례다. 레드백은 한 장의 도면 없이 출발했으며, 2018년 말 한화는 기존 독일 측과의 컨소시엄을 포기하고 단독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종 제안서 마감 불과 반년 전의 일이었다.
2019년 9월 레드백은 최종 경쟁 후보로 선정됐고, 이후 실제 시제품은 경쟁 종료 1개월 전 완성되는 등 긴박한 일정 속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반면 독일 측은 앞선 호주 장갑차 사업 수주 이력이 있어 유력 후보로 평가됐다.

현지 생산·신속 납기 전략이 수주 견인
한화는 호주에 대규모 현지 생산과 고용 창출을 제안하며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건설 중인 H-ACE(한화아머드컴플렉스오브엑설런스) 공장은 2028년까지 레드백을 순차적으로 생산해 납품할 예정이다.
H-ACE는 이미 K9의 호주형 모델인 ‘헌츠맨 AS9’과 탄약 운반차 ‘AS10’을 생산 중이며, 이번 수주로 장갑차 생산까지 확장된다. 공장은 내년 완공 예정이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방산 공급망에 병목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화의 신속한 납품 능력도 수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업계는 향후 H-ACE를 중심으로 오세아니아 및 동남아 지역 수출 확장이 기대된다고 보고 있다.

방산 선진국 뚫은 ‘레드백’, 후속 수출 기대
레드백 수출 성사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장갑차 수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영국, 루마니아 등과 차기 장갑차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루마니아는 최근 K9 자주포 대규모 수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레드백 수출 가능성도 크다.
이번 사례는 기존 한국군 무기 성능을 활용한 'K-방산' 수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민간 주도로 개발된 첨단 무기가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는 방산 수출을 정부 주도에서 산업 전략 중심으로 확장해 나가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국제 정세 속 K-방산 위상 또 한 번 도약”
한화그룹 부회장은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방산기업으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며 “국가 안보뿐 아니라 에너지·해양 안보에서도 책임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도 “레드백은 단순한 장비 수출을 넘어, 생산·기술 협력까지 포함된 전략적 방산 모델”이라며 “한국 방산의 신뢰와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정부는 K2 전차, 천궁Ⅱ, 탄도탄 요격체계(L-SAM) 등 다양한 무기체계의 수출 확대를 위해 고위급 방산 외교와 산업 협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레드백 수출을 계기로 방산 주력 수출 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10대 방산 기업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