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적자 메운 '9.5조 생명수' 곧 사라지는데…일 안 하는 국회
건강보험재정을 지탱하던 정부 지원이 한 달 뒤인 올해 12월31일 폐지된다. 건강보험재정 국고 지원은 매해 수조원 적자를 메웠던 생명수였다. 내년부터 지원이 중단된다면 건강보험재정 적립 금액은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건강보험료를 최대 18% 인상해야 한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국회도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한 달 새 네 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에 지원해야 한다. 이른바 '담배부담금'으로 불리는 건강증진기금에서도 6%를 지원해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총 20%를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다. 해당 조항은 한시적인 것으로 내달 31일까지 효력을 갖는다. 30일 기준으로 일몰까지 한 달이 남았다.
정부의 국고 지원이 처음 도입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누적 지원금은 약 94조5000억원이다. 정부는 지난 5년간 매해 약 6조~7조원을 공단에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지원금이 9조5720억원으로 약 10조원에 육박했다.
국고 지원 조항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당장 내년부터 대규모 건강보험재정 적자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국고 지원금을 제외하면 건강보험재정은 매년 수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의 적자를 내기 때문이다. 15년간 정부가 메운 건강보험재정 누적 적자 금액은 약 75조4000억원이다.
건강보험공단 노조는 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18.6~18.7%까지 인상해야 올해 정부 지원금으로 책정된 10조원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는 추계치를 내놓기도 했다. 김경자 의약품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계산에 따르면, 정부 지원금 미지급 시 매년 건강보험료를 17% 이상 인상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국회도 사안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있다. 11월 한 달 동안 네 명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공통적으로 내달 31일까지로 규정된 일몰 조항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건강보험재정 안전성을 위해 정부의 국고 지원을 지금보다 더 늘리자는 조항도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로 규정된 현행 국고지원금 규모를 17%로 인상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두 의원 모두 내달 31일로 지원 기한을 지정한 일몰 조항을 삭제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12월31일로 지정된 국고 지원 기한을 오는 2027년 12월31일로 5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건강보험재정을 기금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가 건강보험재정을 직접 심사해 재정 운용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기금화 추진에 따라 일몰은 오는 2023년 12월31일로 1년 연장된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 노조와 시민사회는 기금화와 관련해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따라 쌈짓돈처럼 활용해 건강보험재정이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소위원회를 열지도 못하면서 법안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5일과 16일 법안 심사 소위원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안건 협상 실패로 연기됐다. 공공의대법과 기초연금법 등 일부 법안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소속 관계자는 "법안에 일정 문제까지 겹쳐 의견이 안 모인다"며 "소위원회 개최 일정은 미정이다. 합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몰 조항 개정에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법안 심사 소위원회가 열리기만 하면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연내 본회의 통과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소속 관계자는 "내용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법 개정을 안 하면 당장 내년부터 국고 지원이 안 되기 때문에 일몰 기한 연장에는 여야의 이견이 크지 않다"며 "이 법안은 급하다. 회의가 열려 안건으로 올리기만 하면 무조건 논의되는 법안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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