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의 영광, 맥라렌 2024 F1 챔피언십 제패

2024년 F1 시즌은 총 24라운드로 펼쳐지며 개막 초반부터 레드불과 막스 베르스타펜의 독주로 시작됐다.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 맥라렌과 페라리가 강력히 부활하며 혼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막스 베르스타펜​이 드라이버 부문 4연패를 달성했지만, 팀 챔피언십은 최종전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결국 맥라렌이 1998년 이후 26년 만에 팀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는 F1 역사상 가장 긴 공백기를 깨고 우승을 차지한 사례로 기록됐다.

 

1998년 당시 맥라렌은 미카 하키넨, 페라리는 미하엘 슈마허를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당시의 F1은 3리터 자연흡기 엔진, 경주 중 급유 허용, 홈이 파인 '그루브드 타이어' 의무 장착 등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규정 속에서 운영됐다. 26년이 지난 지금, F1 상위권 팀들의 면모와 구조는 크게 변화했다.

 


 

21세기 들어 새로운 강팀으로 부상한 메르세데스와 레드불이 주도권을 잡았으며, 2001년부터 2024년까지의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결과에서도 그 흐름이 드러난다. 메르세데스가 8회(2014~2021년), 페라리와 레드불이 각각 6회, 르노가 2회, 브라운 GP와 맥라렌이 각각 1회씩 우승을 차지했다. 1958년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이 도입된 이래 페라리는 총 16회 우승으로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맥라렌과 윌리엄스는 각각 9회로 그 뒤를 잇는다.

 

맥라렌의 부활, 새로운 시대의 도래


 

맥라렌은 지난 26년간 수많은 도전과 변화를 겪었다. 1997년 에이드리안 뉴이의 합류로 큰 성과를 거뒀지만, 그는 2005년 레드불로 떠났다. 팀의 스타 드라이버였던 루이스 해밀턴도 2013년 메르세데스로 이적했다. 또 한때 황금기를 함께했던 혼다와의 재결합도 2015~2017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관계를 정리해야 했다.

 

2024년 맥라렌의 우승은 이러한 과거 실패를 극복한 결과로, 새로운 리더십과 체계적 전략이 빛을 발한 사례다. 2016년 팀을 떠난 론 데니스 이후, 마케팅 전문가 출신인 잭 브라운이 새로운 리더로 부임하며 팀은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맥라렌은 2023년부터 팀 대표로 아드레아 스텔라를 임명하며 승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2024 시즌에 등장한 'MCL38' 머신은 6라운드 마이애미 GP 이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며, 시즌 중반부터 꾸준히 포인트를 쌓아 올렸다. 드라이버 랜도 노리스와 오스카 피아스트리가 각각 4승과 2승을 기록하며 팀의 부활을 이끌었다.

 

맥라렌의 부활은 ‘워크스 엔진’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도 했다. 2021년 메르세데스 파워 유닛으로 전환한 이후, 2024년에는 메르세데스와 페라리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다. 이는 현재 파워 유닛 개발이 동결된 상황에서 엔진 성능 차이가 제한적이라는 점과 규정 상 동일 파워 유닛 사용이 의무화된 덕분이다.

 

레드불, 3위로 물러서며 재정비


 

2024년 시즌 3연패를 노리던 레드불은 맥라렌과 페라리에 밀리며 3위에 그쳤다. 막스 베르스타펜​이 9승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을 지켰지만, 팀 동료인 세르히오 페레즈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페레즈는 시즌 초반 5라운드까지 4차례 포디움에 올랐지만,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며 포인트 획득에 어려움을 겪었다.

 

레드불의 3위는 단순한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공기역학 테스트 제한(ATR)" 규정에 따라 하위 팀일수록 더 많은 테스트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규정에 대비해 3위라는 위치가 개발 측면에서 유리한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레드불은 시즌 후반기 페르스타펀의 회복세와 함께 반등의 가능성을 보였다. 2025년부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레드불의 행보는 다시 한번 경쟁 구도를 뒤흔들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F1


 

2024년 시즌은 F1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했다. 맥라렌의 부활은 과거 강팀들의 귀환을 알렸고, 레드불과 페라리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규정과 팀 전략 속에서 F1은 앞으로도 팬들에게 놀라움과 흥미를 선사할 것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