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대전] 사이버캡 본 애플 직원 “테슬라 때문에 애플카 취소”

테슬라 로보택시 '사이버캡'/사진 제공=테슬라

스티어링휠(운전대)이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테슬라 로보택시 ‘사이버캡’이 ‘애플카’ 프로젝트 취소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앞으로 사이버캡의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와 공유해 완전 자율주행 구현 범위를 점차 넓혀나간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전략가 출신 유명 블로거 로버트 스코블(Robert Scoble)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워너브라더스스튜디오에 열린 테슬라 사이버캡 공개행사에 애플 직원을 만난 사실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계정 X에 공개했다. 스코블은 “그 직원은 내게 애플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개발 현황을 접해듣고 직접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을 취소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타이탄’이라고 불리는 애플카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는 2021년부터 커졌다. 당시 애플이 현대차와 손잡고 애플카 프로젝트를 확대한다는 소식이 다양한 매체 보도 등을 통해 확산됐지만 현대차가 이를 부인하면서 애플카에 대한 기대감은 해가 지날수록 점차 사라졌다.

팔로워 50만명이 넘는 스코블은 테슬라 등 미국 회사들이 자체 이벤트를 진행할 때 경쟁사를 초청하는게 일반적인 문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를 할 때 구글의 첫 광고 관련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이버캡 행사에 얼마나 많은 테슬라 경쟁사가 직접 참석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테슬라 사이버캡 내부 /사진 제공=테슬라

테슬라는 사이버캡 공개 당시 차량 판매 가격과 도심 활용 가능성 등을 언급했지만 자율주행 특화 기술이나 배터리 제원 등은 소개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사이버캡의 대량 양산 시기를 2026년 또는 2027년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내년부터 기존에 판매된 모든 테슬라 차량에 사이버캡과 똑같은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 등에서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사이버캡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자율주행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앤서니 레반도프스키 구글 웨이모 공동 창업자는 16일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이미 완전 자율주행(FSD) 기능을 갖춘 수백만대의 차량을 통해 위험 요소 등을 담아낸 데이터를 접하고 이를 개선시키기 위한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며 “테슬라는 웨이모보다 다양한 주행환경을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예시물들이 1만배 이상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말부터 북미 지역에 현대차 아이오닉5 기반 자율주행차를 투입하는 웨이모가 긴장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앞으로 기존 차량 중심이었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옵티머스 공식 X 계정에 “옵티머스는 기존 차량에 부착됐던 배터리, 카메라, 컴퓨터 등을 많이 활용한다”며 “이것이 향후 개발에 아주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또 사이버캡 내부에 있는 일부 부품이 옵티머스에 활용되는 사실을 영상으로 소개했다. 영상 속에는 테슬라가 최근 신차에 확대 적용하는 4680(지름 46㎜ 높이 80㎜)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만큼 향후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위한 배터리 업계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조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