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초대석] 권창준 노동부 차관 “건설업, 첨단 전문직업 재평가 위해 제도 개선”
“노란봉투법, 현장 예측 가능성 높일 것”
“AI 역량 강화ㆍ격차 해소…사람 중심 대전환”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오는 5월 1일 노동절은 제정 63년 만에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 인공지능(AI)ㆍ자동화 시대에 노동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관련 정책의 혁신을 준비하는 정부 지향점이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노ㆍ사ㆍ정 신뢰 회복과 사회적 대화 확산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실무적 토대를 다지고 있다. 고용ㆍ노동ㆍ기획 분야를 아우르는 정통 관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노란봉투법의 현장 안착, 퇴직연금 혁신 등 주요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권 차관은 우리 경제의 중추인 건설업이 ‘기피 일자리’에서 벗어나 ‘미래 일자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건설업은 대표적 일자리 창출 산업이자 생산 유발 효과가 큰 기간산업이지만, 하도급 구조와 사고 위험 등으로 청년층에 외면받는다”며 “건설업이 ‘몸으로 때우는 일’이 아니라 ‘첨단 기술을 다루는 전문직업’으로 재평가받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제5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통해 제도적 기틀을 마련 중이다. 임금 체불을 방지하고, 공정한 보상 체계를 확립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권 차관은 “정부도 숙련인력의 고령화와 청년층 유입 감소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일자리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산업 전반의 활력을 높이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노동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권 차관은 지난달 건설사 임원 간담회를 통해 건설업의 특수성과 현장 애로를 청취하기도 했다. 그는 “건설현장은 전국에 현장이 산재하고, 공정별로 다수 하청이 참여해 사용자성 판단ㆍ교섭절차에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며 “향후 판단 사례가 축적되면 이를 공개하고, 현장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정책 전반의 비전도 제시했다. 무엇보다 지난달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기대를 내비쳤다. 그간 경사노위는 정부 정책을 관철할 수단으로만 인식됐지만, 새 정부에선 충분한 숙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경사노위가 청년 일자리, 산재 예방뿐만 아니라 AI 전환, 조선ㆍ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등 미래 의제까지 폭넓게 다루는 이유다.
AI 기술 발달에 따른 고용 시장 변화에도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 권 차관은 “AI 전환 속도는 산업ㆍ직무별로 다르지만,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피할 수 없는 변화 속에서도 그 중심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향후 5년간 100만명을 목표로 AI 역량강화 훈련을 추진하는 등 선제적 직무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후 보장의 핵심인 퇴직연금 제도 혁신도 핵심 과제다.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와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를 통해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 자산 관리를 체계화한다는 구상이다.
권 차관은 “노동시장의 격차를 해소하고, 무엇보다 사람 중심의 산업 대전환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핵심 비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노동개혁 ‘핵’ 고용 유연성
“사회적 타협 통해 균형점 찾아야”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자동화 시대를 맞아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신호탄은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고용 유연성’이다. 기업이 산업 구조 변동에 대응해 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하되, 노동자들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양극화라는 문제 인식이 논의의 출발점”이라며 “기업은 정규직을 뽑으면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워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정규직 노동자는 ‘해고는 죽음’이라고 여기며 극단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악순환 속에 양극화가 심화해 왔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꺼내든 해결책이 고용 유연성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경사노위 출범 기념 토론회와 이달 민주노총 간담회에서 잇따라 이 키워드를 언급했다. 양대 노총의 지지를 받고 출범한 정부임에도 노동 시장의 금기로 여겨진 지점을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것이다.
권 차관은 “노동시장의 악순환을 개선하려면 고용유연성을 확보하되, 노동자를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을 튼튼하게 갖춰야 한다”며 “일자리를 선순환적으로 늘리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고용 유연성은 노동 분야 전문가 상당수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관련 논의가 가져올 파괴력을 감안하면 제도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냉정한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권 차관은 “대통령께서 강조했듯이 합의를 강요해서는 안 되고, 한자리에 앉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며 “정부나 노ㆍ사가 단독으로 정할 수 없으며 노ㆍ사ㆍ정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노동기구(ILO) 100년 집단지성의 결과는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 대화의 힘을 믿는 것”이라며 “복원된 경사노위의 사회적대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 과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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