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댄스 ‘광주’를 담다
광주 댄스팀 ‘애시드 브레이커즈’
‘BEAT STREET-062 빛나는 광주’
힙합·퓨전 등 다이나믹 콜라보 선봬
‘탄핵 정국’ 관객들에게 즐거움 선사
한 사람이 두 팔로 전신을 지탱하면, 그 위에 다른 몸이 ‘쌓인’다. 비보이 두 명이 협력해 고공 기술 ‘리프트(lift)’를 시연하자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풍차처럼 다리를 돌리는 윈드밀, 에어 플레어 등 힘 있는 파워무브가 계속되자 무대는 몸의 열기로 달아 오른다. 대규모 공연은 아니었을지라도 춤의 열정으로 준비한 ‘몸의 제전’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광주 브레이크 댄스팀 애시드 브레이커즈(대표 이선호)가 ‘BEAT STREET-062 빛나는 광주’를 지난 14일 저녁 전일빌딩245 9층에서 펼쳤다. 현장은 다이나믹한 비보잉, 스트릿 댄스를 즐기려는 다양한 연령대 관객으로 붐볐다.
올해 활동 21주년을 맞은 베테랑 스트릿 댄스크루 애시드브레이커즈는 2022년 로컬 스트릿 댄스크루 최초로 광주시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된 바 있다. 이들은 1970년대 뉴욕 브롱크스에서 시작된 브레이크 댄스를 ‘로컬 감성으로 풀어내겠다’는 취지에서 공연명에 광주 지역번호(062)를 붙였다.
이날 공연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당일 진행됐다. 시작에 앞서 이선호 대표는 “어려운 계엄, 탄핵 시국에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몇 달 전 공연 일정을 잡았는데 이렇게(시위 진행) 될 줄 몰랐다”고 했다. 말이 끝나자 그는 영상을 통해 광주 5·18 당시 전일빌딩에 남은 탄흔, 기관총과 헬기의 모습 등을 보여줬다.
비트 스트릿은 다양한 춤으로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동명 영화 ‘비트 스트리트(1984)’를 오마주, 많은 댄서들이 릴레이로 등장하며 레퍼토리를 공개하는 방식이었다. VALUE(정종호), BULLET(이현민), WATER.K(김동국), MOAI(한동혁) 등 댄서가 출연해 열기를 더했다.
인트로 무대 ‘THE X’와 라이브 퍼포먼스를 장식한 것은 지역에서 활동 중인 DJ HEUM(본명 이조흠)이었다.
그는 비트에 따라 변화하는 스크린 앞에서 다양한 사운드 효과(FX)를 실험했다. 턴테이블을 활용한 스크래치음을 만들거나 드럼 패드를 매개로 라이브 사운드를 구현, 댄서들과 합동 공연을 했다.
다음으로 퍼포먼스 ‘BEAT STREET 062’를 볼 수 있었다. 브레이커즈 스무 명 가량이 군무를 춘 뒤 개개인의 역량을 보여주는 여러 동작을 펼쳤다.
특히 공중에 물구나무를 선 채 몸을 정지하는 프리즈(Freeze), 팔로 몸을 지탱한 뒤 다리를 돌리는 토마스, 물구나무 상태로 회전하는 헤드스핀을 선보일 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2006년부터 지역에서 랩을 해온 MC QUASAR(전준성)는 타이트한 래핑과 라임 배치가 인상적인 ‘마이크로폰 체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킥앤 스네어 드럼, 비트로 빅뱅을 만들어낸다”는 그의 노랫말처럼 폭발력 있는 무대였다. 또한 ‘백투더 90’s’은 힙합씬에서 사랑받아 온 아파치 비트와 8~90년대 곡을 리믹스 형식으로 섞은 노래였다.
7인의 비보이가 뭉쳤다가 흩어지면서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가는 ‘FREEDOM’도 이어졌다. 춤과 노래를 반복하면서 관객들에게 긴장과 이완의 감각을 선사했다.
올해 댄스팀에 입단한 새내기들의 무대도 있었다. ‘뉴 챌린저’ 코너는 댄스 경력 3개월 차 심현수(각화중) 댄서부터 36살 민경록 댄서까지 루키들이 자신들의 열정을 뽐내는 자리였다.
이 대표는 “춤이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인데, 이제 시작하는 댄서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들은 무대를 장악하면서 춤에 대한 ‘열정’이란 경력에만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외 광주시 최초로 하우스 장르를 활용한 베테랑 크루 ‘ONE MANIA’ 무대도 볼 수 있었다. 하우스는 1980년대 초반 미국 시카고 디제이들이 전자 장비를 사용해 디스코를 만들며 탄생한 전자음악을 칭한다.
크루원 Zion D(윤두열), Minkkom(이민정), 2UB(이유비), Vicky(김현정) 등이 출연해 1980년대 ‘디스코 붐’을 재현했다. 이들은 반복적인 4/4박자와 드럼 사운드 등 비트에 맞춰 리듬감 있는 동작을 보여줬다.
이날 공연은 ‘JUST NEW STYLE’, ‘ROCK STEADY’, ‘FREESTYLE FINALE’ 등 개성 있는 레퍼토리로 끝을 맺었다. 흥겨운 몸짓은 하 수상한 상황에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선물’하기 충분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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